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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신남방 진출에 '찬물' 끼얹는 당국
해외점포 70% 아시아 지역 위치 …규제 개선 요구에 '나 몰라라'
2018-11-13 08:00:00 2018-11-13 12:00:36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의 신남방 진출 확대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국내 금융사들은 정부 정책에 발맞춰 동남아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당국의 역할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내부통제 강화를 명분으로 신설 해외점포에 대한 진입을 규제하는 등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금융사들이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하자, 대통령 직속 기구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불만의 목소리른 더욱 높아지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사들은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따라 지난 1년 동안 앞다퉈 해외점포 개설에 나섰다. 그러나 내년 추가적인 사업 확장에 대해서는 고심하는 분위기다. 당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 금융사의 동남아시아 등 해외 진출은 크게 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의 해외점포는 지난 2011년 359개에서 지난해 말 431개로 20%(72개) 가량 늘었다. 전년과 비교해서는 24개 늘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최대 증가율이다.
 
정부의 신남방 정책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되지만, 은행 등 금융사는 사업 지속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무소나 지점 형태로 먼저 현지에 나간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받아야 할 인허가 심사가 아직 남았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사전허가 성격의 그림자 규제를 해외진출의 장애물로 꼽고 있다. 국내은행이 경쟁력을 갖춘 곳은 신흥시장인데 신흥국가의 신용등급이 낮거나 자금세탁방지 등 국제감독기구 기준에 맞추려면 금융당국의 사전허가 대상이 돼 시장진출에 제약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5월 금융위가 은행법 시행령을 개정해 해외지점에 대한 은행 투자규모가 자기자본의 1% 이하이면 사전신고 의무를 면제한 바 있다. 금융위는 사전신고라는 핵심 규제를 해소했다며 규제완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었다.
 
그러나 금융 일선에서는 사전신고 성격의 그림자 규제는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점포의 자산규모 기준으로는 사전신고 의무가 면제가 됐지만, 진출국가의 신용등급이나 해외점포의 내부통제 체계 등에 대한 사전보고 체계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국내 은행의 미국 지점이 자금세탁방지체계 미흡으로 현지 당국의 제재를 받은 영향이 크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권 실무자와 금감원과 협의해 해외진출시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있다"며 "자금세탁방지 역할은 국제적으로 점차 강조되고 있어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금융당국의 해외조직이 부족하다는 점도 장애물로 꼽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민간 금융회사가 현지 감독당국 관계자를 만날 기회는 거의 없다"며 "동남아 해외 영업을 위해서 국내 금융당국의 보이지 않는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은 외교부의 대사관, 산업통상자원부의 상무관을 비롯해 정부 예산 지원을 받는 다양한 지원센터들이 있지만, 금융사를 위한 전문지원기구나 조직은 금융감독원의 해외사무소가 유일하다.
 
금감원의 경우 미국 뉴욕과 워싱턴, 영국 런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일본 도쿄, 베트남 하노이, 중국 베이징 등 8개 해외사무소를 운영중이다. 홍콩사무소는 지난 9월에 폐쇄됐고 싱가포르에 신설하려던 사무소 계획은 백지화 된 바 있다. 금감원측은 "감사원의 지적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동남아 금융사의 지분 투자에 성공한 은행권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현지 금융사의 최대주주 자격을 얻은 것으로 수년간 현지 당국의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했다"며 "우리나라 당국의 해외사무소 지원을 받은 바는 없고, 진출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나간 뒤에 '도와줄 일 없느냐'는 연락을 받기는 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에서는 지난 8월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된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에 해외진출 활성화 정책을 일임한 분위기다. 당초 이달 중순에 '신남방 금융 플랫폼'이 나올 예정이었으나, 개각 등으로 인해 다음달로 미뤄졌다. 신남방정책위 관계자는 "금융사 규제 완화보다는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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