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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환 세연양봉 대표 "부가가치 큰 양봉…대중화에 앞장서겠다"
(스타트업리포트)양봉자재 제조업체…다목적 나들문·사양기 핵심 제품
양봉산업 부흥 위해 고군분투…"한국 명품 꿀 브랜드 론칭도 목표"
2018-11-15 06:00:00 2018-11-15 06:00:00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벌꿀이 생활 속에 스며들어갈 수 있도록 양봉을 대중화하는데 앞장서겠습니다. 명품 꿀 브랜드를 만드는 것도 목표입니다." (양승환 세연양봉 대표)
 
2014년 설립된 세연양봉은 양봉자재 관련 제품 제작 전문 스타트업(초기 기업)이다. 핵심 제품은 꿀벌이 드나드는 벌통출입문 '다목적 나들문'과 꿀을 만드는 일벌을 기르는 '사양기'. 다목적 나들문은 철로 돼 있는 기존 제품과 달리 플라스틱 사출물로 만들어 외부 온도에 영향을 적게 받는다. 벌도 사람처럼 겨울이면 감기에 걸리는데, 철로 돼 있는 기존의 '철소문'은 냉기를 막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세연양봉의 나들문은 높낮이 조절이 가능해 일벌들만 오고갈 수 있는 통로가 돼 농민과 꿀벌의 최대 적인 말벌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세연양봉의 양승환 대표는 "좋은 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벌에게 좋은 공간과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꿀을 생산하는 것은 벌의 먹이를 빼앗는 결과를 낳는데, 따라서 벌에게는 꿀을 대체할 수 있는 좋은 먹이를 제공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양 대표는 꿀벌이 편히 쉬는 공간을 제공하는 사양기, 다목적 나들문을 제조할뿐만 아니라 벌에게 먹일 수 있는 바이오신소재 식품 관련 개발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양 대표는 "벌꿀은 사람, 인체와 잘 맞는 성분이다. 벌꿀이 우리 삶 속에 스며들어갈 수 있도록 대중화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 대표의 말처럼 벌꿀은 쓸모가 많다. 구강건강, 상처회복, 인후통, 장건강에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벌꿀 성분을 이용해 여드름 치료를 개선하는 등의 화장품도 제작돼 일상에서 쓰이고 있다.
 
세연양봉의 매출은 지난해 45000만원, 올해 10억원(잠정) 등으로 성장폭이 크다. 양봉자재라는 단일 품목으로 이 같은 매출을 기록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외부의 평가다. 세연양봉의 제품은 일본, 대만 등 해외로도 수출되고 있다. 양 대표는 "양봉자재 시장이 1000억원 정도 된다. 시장점유율 20% 이상이 목표"라며 "마누카 꿀(뉴질랜드 산)처럼 명품 꿀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2014년 개인사업자로 시작한 세연양봉은 현재 법인 전환을 추진 중이다. 사업의 규모를 늘리고, 양봉업계, 정부기관 등 내외부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다. 친환경적이면서도 경제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양봉산업의 부흥이 그의 가슴 속에 있는 비전이다. 
 
뉴질랜드 한 농가에 팔린 세연양봉의 나들문 제품. 아래 쪽 파란색과 노란색 부분이 일벌들이 오고가는 문이다. 높낮이가 조절돼 말벌이 들어가기 어렵다. 사진=세연양봉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제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양봉을 했다. 벌을 키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벌통 갖다놓고 벌만 모으면 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관리, 환경 제공하는 일에 굉장한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아버지가 힘들게 양봉을 했다. 당시만 해도 관심이 없었다. 저는 원래 서울에서 공연 관련 일을 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내려갔다. 아버지가 양봉에 관심을 계속 갖고 계셨고 제가 이어받아 제품 개발을 위해 사업을 본격 시작하게 됐다.
 
양봉 쪽은 새로운 일이라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파고들었다. 2013년도에 아버지 일을 도와주기 시작하다가, 2014년 개인사업자를 냈다. 현재 법인 전환을 진행 중이다. 법인 전환은 힘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양봉계의 관심도 끌고 환경, 경제 등 가치가 많은 양봉산업 부흥을 위해 나라에도 목소리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세연양봉의 사업 아이템은 무엇인가.
 
양봉자재를 개발해서 전국으로 납품하고 있다. 영업을 위해 부산에서 민통선(민간인통제구역)까지 가봤다. 1년에 10km을 이동하는 것 같다. 사람들한테 양봉을 알리고,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분주하게 다니고 있다. 양봉은 대중에게 조금 생소한 분야일 수 있다. 양봉하면 보통 벌통만 생각하곤 한다하지만 이밖에도 벌들이 잘 자랄 수 있게, 잘 활동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주는 기자재가 있다. 벌통 하나에 필요한 기자재 종류만 30개에 이른다.
 
세연양봉은 '사양기(벌 먹이주는 기계)'와 벌들의 출입문인 '다목적 나들문'을 개발한다. 예전에는 일반 철소문을 주로 사용했는데, 고정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못으로 철판을 고정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옛날 방식인 셈이다. 우리는 색깔을 입혀 플라스틱 사출물로 만들어 납품한다. 이 제품이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쪽에는 많이 퍼져있다. '삼시세끼' 강원도 정선편에서 양봉에 관한 내용이 나왔었는데, 우리 제품이 나와서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기존 제품과 어떤 차이가 있나.
 
일반 철소문은 외부 온도에 직접 영향을 받아서 겨울에는 철판이다보니 냉기가 벌통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벌들도 감기가 걸리는데, 우리 제품은 이를 예방해준다. 말벌 피해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일반 철소문은 열려 있는 공간이 조절이 불가능했다면, 우리 제품은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어 일벌들만 오고갈 수 있고 말벌은 들어가지 못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말벌은 육식이다. 쉽게 표현하면 말벌은 일벌들을 죽이는 게 취미다. 벌통 하나에 약 꿀벌 2만마리가 들어가 있는데, 말벌 2~3마리가 들어가서 한 벌통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 말벌 퇴치기를 따로 개발해야하긴 하지만 우선 간접적으로 벌통 안으로는 말벌이 유입이 안 되도록 할 수 있다. 양봉하시는 분들에게는 말벌 퇴치가 골칫거리 중 하나다.
 
이동양봉을 하는 데도 우리 제품이 탁월한 효과를 내고 있다. 입구에 환기구가 필요한데, 철소문은 고정이 어려워서 덜렁덜렁 거리고 이동 중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철로 돼 있어 비가 오면 녹물도 생기고, 벌들이 녹슨 물을 먹기도 한다. 기본 환경 조성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거다. 우리 나들문으로 교체하려는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 외국에서도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한편 벌통 내부 온도는 36~40도까지 올라간다. 벌들도 더위를 타서 환기를 잘 시켜야 하는데, 나들문이 효과를 주고 있다.
 
방송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 정선편에 세연양봉의 제품(다목적 나들문)이 나왔다. 사진=세연양봉

창업 후 거둔 성과는 무엇인가.
 
처음에 제품이 개발돼 나왔을 때는 매출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제품을 공급해서 무료 사용을 권하면서 알리는 데 집중했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실제 사용 사례가 누적되다보니까 좋은 평을 듣고 있다. 현재는 외국으로 제품이 나가기도 한다. 아시아 쪽에서는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받고 있다현재 일본, 대만, 몽골 등 아시아 중심으로 수출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양봉을 하고 있는데, 한국은 외면받는 시장이라 안타깝다. 외국에서는 양봉업은 생활밀착형 사업으로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업종이다.
 
최근에는 대기업이 주최한 식품 관련 공모전에 참가해 벌에게 먹일 수 있는 바이오신소재 식품 관련 개발작업을 하고 있다.
 
세연양봉의 자동 급수기(사양기). 사진=세연양봉
 
사업을 하면서 겪은 어려움을 말한다면.
 
세계양봉대회 등 행사를 다니며 수출 활로를 찾았다유럽 등 양봉 강국에서도 관심을 갖고 연락이 오고는 하는데,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하는 게 쉽지 않았다. 지금은 조금씩 제품력이 알려져 매출도 발생하고 있어 추가 고용을 고민하고 있다. 외국도 중요한 시장이라 통역사를 고용할 계획이 있기도 하다.
 
정부과제라든지 사업자금이라든지 지원 정책을 알게 돼 신청하기 위해 창업 관련 기관을 많이 두드렸다. 그런데 상담을 해보면 양봉산업에 대한 인식 자체와 관심이 없었다. 생소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래서 신용대출로 버티고 발로 뛰어 다녔다. 자금도 서울에서 생활할 당시 벌었던 것과 신용대출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창업 후에도 낮에는 양봉으로 일을 하고, 밤에는 생계유지를 위해 다른 일을 하기도 하는 등 쉽지 않은 생활을 버텨냈다.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양봉 자재 관련 시장 규모가 연간 1000억원 정도다. 장기적으로 20~30%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내년에 열리는 세계양봉대회에 또 다시 참가할 예정이다. 세계양봉대회는 2015년 국내서 열렸는데 당시 관심을 많이 받았다. 농가 대상으로 한 지원사업도 많이 따내 매출을 늘릴 생각이다.
 
양봉자재 시장을 보면 관리기관 부재 등으로 검증이 안 된 제품이 유입되고 있다. 진짜 양봉에 도움이 되는, 그래서 농가 소득 향상에 작게 나마 기여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 한국 양봉농가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게 목표다. ‘마누카 꿀이라는 유명 꿀처럼 나아가 한국의 명품 꿀 브랜드를 론칭하는 꿈도 지니고 있다
 
양봉하면 떠오르는 한국 대표 브랜드가 되기를 노리고 있다. 현재와 다른 벌통을 개발 중이기도 하다. 깨끗한 공장에서 대표 브랜드로 꿀을 만드는 게 목표다. 양봉산업은 현재 고령화돼 있는데, 젊은 사람들이 나서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라고 본다. 젊은이들한테 양봉산업의 가치를 제대로 알려 세대교체를 위해서도 노력하겠다
 
세연양봉의 양승환 대표(오른쪽)와 함께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친형 양호진씨. 사진=세연양봉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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