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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 맞은 IPO시장)⑦상폐 중국주만 10곳…심사 까다로워져
"해외기업 유치하려면 차등의결권 허용해야"
2018-11-16 06:07:00 2018-11-16 06:07:00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해외기업이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사례가 큰 폭으로 줄고 있다. 그간 해외기업 가운데 중국 기업이 줄곧 국내 시장에 문을 두들겨왔지만, 잇딴 상장폐지에 상장 심사가 강화되면서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처음 해외기업이 국내에 상장 물꼬를 튼 해는 2007년으로 그 해 2개사가 상장했다. 그리고 2008년에도 2개, 2009년 6개, 2010년에는 7개사로 늘어났다. 당시 많은 해외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들어오면서 국내 투자자들도 열광했다. 당시 중국 멀티미디어 음향기기 제조업체인 3노드디지탈그룹유한공사는 국내 증시 처음 상장한 중국 기업이다. 이 기업의 주가는 상장 첫날 상한가를 기록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해외기업을 바라보는 국내 투자자들의 시선은 날카로워졌고, 마찬가지로 해외기업들도 한국행에 대한 매력을 낮게 보고 있다. 서로 불편한 입장이 오고가는 사이에 우량한 해외기업들은 이미 나스닥이나 기타 다른 증시로 방향을 돌려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증권업계는 먼저 상장했던 중국기업들의 상장폐지 사태의 영향이 컸다고 입을 모은다. 그간 상장폐지된 해외기업 현황을 보면 중국기업이 10개사로 압도적이다. 물론 해외기업 대다수가 중국기업인 영향이 크다. 그럼에도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상장한 1세대 중국기업들의 상장폐지 사태는 투자자들을 분노케 했다.
 
중국고섬은 2011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지 2개월 만에 1000억원대 분식회계가 발각돼 중국기업 불신을 낳은 단초가 됐고, 송금 문제 등 수많은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중국원양자원은 결국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가 최종 확정됐다.
 
이에 거래소는 중국기업의 상장 심사를 엄격하게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국거래소는 중국기업에게 중국 국가세무총국이 발급하는 증치세(부가가치세) 영수증 구비를 필수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거래소는 증치세 영수증을 중국 국가기관이 보증하는 매출 증빙자료로 판단해, 중국기업의 회계 불투명성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기업들의 국내 상장이 뜸한 데에는 이견이 있다. 지금까지 미국 국적을 가진 기업이 상장한 곳은 4개사, 일본기업 4개사(2개사는 상장폐지), 라오스기업 1개사에 불과하다. 중국기업이 까다로운 심사 때문에 주춤하다고는 해도 다른 나라 기업들의 상장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이에 대해 거래소 상장유치실 관계자는 “중국 우량 기업을 유치하는 활동은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하고 있어 거래소는 미국과 베트남에서 상장 세미나를 열고 있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미국 바이오기업 등에 적극적으로 구애 중이다.
 
일각에서는 우량 해외기업을 국내에 데려오기 위해서는 차등의결권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차등의결권은 최대주주나 경영진이 실제 보유한 지분보다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뉴욕증시 상장을 결심하게 된 배경도 차등의결권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이 계기가 돼 홍콩증권거래소도 지난 7월부터 차등의결권을 허용해, 중국의 샤오미도 홍콩증시로 갔다.
 
중국기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에 상장한 중국기업들 대다수는 제조업체였는데,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벤처기업)을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경영권을 보장하는 차등의결권 도입이 필요하다”며 “지금 같은 증시 상황에서 좋은 기업이 한국으로 올 니즈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증권사 기업공개(IPO) 관계자는 “지분이 낮아 경영권이 불안정한 기업의 경우 국내 상장을 꺼려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제약·바이오 기업 중 일부는 한국에서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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