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군의 인권이야기)인권을 밀어내는 사회
입력 : 2018-11-21 06:00:00 수정 : 2018-11-21 06:00:00
인권은 그냥 무시해도 되는 그런 것일까? 요즘 드는 생각이다. 아마도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이 다가오면서 곳곳에서 인권 관련 행사가 준비되고 있고, 그런 행사에 초청을 받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우리 사회 곳곳을 둘러보면 세계인권선언 70년을 맞을 준비는 되어 있는지 지극히 의심스럽다. 인권은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건 아닐까? 자신이 불이익을 당할 때나 억울한 일을 당할 때만 꺼내 쓰고, 평소에는 무관심하다가 내 이익에 조금이라도 손상이 갈라치면 가차 없이 버려도 되는 헌신짝처럼 대하는 것은 아닐까? 인권을 이기적인 이익을 위한 도구로만 사용되어지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물론 이전 정권 때와는 많은 부분에서 인권의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될 수 있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엄청 확대되었다. 근접조차 불허되던 청와대 100미터 앞까지 행진을 하고 바로 그 앞에서 무대를 쌓고 집회를 하면서 대통령 나오라고 소리 질러도 되게 되었다. 경찰의 시위 강제진압의 모습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2년 전 전국의 광장을 채웠던 시민들의 촛불항쟁이 얻어낸 결과물이다. 인권을 통한 민주주의의 회복의 역사를 그때 우리는 써냈다.
 
2년 전 그 광장에서 박근혜를 끌어내리면 우리 삶은 달라지는 것이냐는 물음에 대해 지금 우리는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헬조선을 외치던 청년들은 이생망을 외치다가 소확행에 만족해야 하고, 주거권 보장은커녕 사람이 살 수 없는 고시원에서 잠자다 화재로 죽어나가도 어쩔 수 없다. 미투운동이 전개되었지만 여성들은 여전히 화장실 가는 일조차도 두렵고, 장애인 등급제 폐지 약속은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은 헛공약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산업재해로 죽어가는 노동자가 2000명이 넘고, 자살자가 13000명 수준이어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무감각하다. 무엇이 달라졌는가?
 
인권의 적극적 의무자인 국가는 자신의 의무를 저버린다. 어렵게 양심적 병역거부가 권리로 인정되었지만, 대체복무제는 현역의 두 배 복무기간에 교도소 합숙이어야 한다고 강변한다. 권리를 징벌로 대체하고도 무엇이 문제냐고 뻗댄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걸 민주노총에 대한 공격으로 돌려 버리는 정부 책임자들의 행태를 본다. 이런 사회에 불쑥 쳐들어온예멘 난민은 대놓고 예비가해자취급을 당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사립유치원장들은 정부 지원금을 떼서 명품을 사고 가족들을 고액 월급 급여자로 만들어 놓았는데, 그런 결과로 아이들의 밥이 부실한 결과로 나타났음에 대해서는 반성하지 않는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비리는 누군가의 인권으로 보장해야 할 몫을 빼앗아가는 것임을 인식하지 않는다. 반인권세력의 기세에 눌려서 차별금지법 제정에도 나서지 못하는 국회는 혐오표현의 경연장이 되어 버린 지 오래고, ‘인권의 보루라는 법원조차 재판 거래를 통해서 약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점에 대한 성찰도 없다. 인권변호사 출신의 대통령이 있는 정부는 심화되고 있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사회권)에 대해서는 아예 무시한다. 이런 소극적인 태도는 인권을 뒷전으로 밀어낸다.
 
70년 전에 유엔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 전문에는 인권에 대한 무시와 경멸은 인류의 양심을 짓밟는 야만적 행위를 결과하였다고 성찰하는 대목이 나온다. 지금 우리는 인권을 무시하고, 경멸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무시와 경멸이 가져올 결과가 어떤 야만적 결과를 가져올까? 그 야만적 결과를 막기 위해서라도 선언에 나오는 것처럼 반란이라도 일으켜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근사한 레토릭의 메시지가 아니라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는 태도, 그를 통해 사람답게 사는세상에 대한 꿈에 대한 믿음을 주는 그런 메시지를 세계인권선언 70주년에 기대해도 되는 것일까. 1210, 세계인권선언 70주년 기념행사는 곳곳에서 화려하게 벌어지겠지만, 절망은 더욱 커질 것 같아 우울하기만 하다.  
 
박래군 뉴스토마토 편집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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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민호

삶과 철학 그리고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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