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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아 비건타이거 대표 "에코 패션,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했죠"
'모피' 아니어도 디자인·보온성 높아 각광…명품도 '비건 패션' 선언
2018-11-25 06:00:00 2018-11-25 06:00:00
[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에코 패션은 비동물성 재료로 의류를 제작한다는 대체제 의미일 뿐 아니라, 패션 감각을 충분히 갖춰 트렌드를 이끌어 나갈 새로운 영역입니다."
 
25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열린 '에코패션 페어'에서 만난 양윤아(사진) 비건 타이거(VEGAN TIGER)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최근들어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의류나 생활 소품, 업사이클링(업그레이드+재활용) 패션 상품과 함께 동물 친화적인 이른바 '에코 퍼(FUR·털)' 상품들을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기업이 늘고 있다. 양윤아 대표는 2016년 브랜드를 론칭하고, 에코 퍼, 비건 퍼와 함께 '울', '캐시미어' 등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코트 등을 디자인하고 있다.   
 
양윤아 비건 타이거(VEGAN TIGER) 대표가 '에코 패션 페어'에 참석해 자신이 디자인 한 상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보선 기자
 
"과거에는 울이나 캐시미어가 비싸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는 보편적인 섬유가 됐잖아요. 비싼 소재로 많은 옷이 만들어지고 버려지는 모습을 보면서 '무엇인가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에코 패션'이라는 용어는 2~3년 전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100% 친환경은 아니지만, 동물 모피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뜻에 한정해 '비건 패션'이라고도 불린다. 동물 가죽이나 털을 대신한 합성 소재도 환경 오염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기 때문이다. 
 
패션업계에서는 같은 시기 비슷한 생각을 지닌 디자이너들의 참여가 활발해진 데다, 밀레니얼세대의 가치소비에 대한 인식도 성숙해지면서 지금의 에코 패션 시장이 형성됐다고 봤다. 여기에 '버버리', '코치' 등 해외 명품에서도 '비건 패션' 선언이 이어지면서 하나의 트렌드가 만들어졌다. 세계 4대 패션쇼인 런던패션위크는 지난 9월 열린 패션위크 무대에서 동물 모피를 퇴출시킨 바 있다. 
 
양 대표는 "동물 모피는 가죽과 털로 의류를 만들어 동물 학대라는 비판도 받지만, 이를 가공하기 위해 거치는 화학처리 과정에서 노동자들 역시 질병 노출 피해가 많았다"라며 에코 패션 시장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모피를 대신해 초기에는 인조모피, 페이크(가짜) 퍼라는 표현이 등장했는데, 이것은 단순히 모피를 모방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에코 퍼는 완전히 새로운 소재로 받아들여지면서 의미 있는 대체제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흔히 모피 패션에는 밍크, 토끼, 라쿤, 여우털이 많이 활용된다. 이를 대신해 주로 '폴리에스테르', '아크릴'이 소재로 사용된다. 종류에 따라 단독 또는 혼합해 의류를 제작하며 '레이온' 활용도 활발하다. 미국 군인들의 방한복에 쓰인 '프리마로프트'의 경우 패딩 점퍼의 충전재를 대체할 만한 소재라고 한다. 프리마로프트는 물에 젖었을 때도 방한력을 유지하는 게 특징이다. 양 대표는 "모피는 가죽과 털이 붙어 있어서 결이 없지만, 에코 퍼는 니트를 제조하듯 직물을 짜기 때문에 다양한 결의 느낌을 줄 수 있고 보온성도 모피만큼 뛰어나다"라고 설명했다. 
 
코트와 재킷 등 외투를 중심으로 '에코 퍼' 의류 제작이 활발하며, 액세서리 볼이나 목도리, 가방, 점퍼 트리핑에도 많이 쓰이고 있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지난해부터 윤리적 패션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서울에티컬패션(SEF)을 운영하고 있다. 재단은 동대문 DDP에 이들 브랜드의 제품을 한 데 모은 편집숍을 운영하며 공정무역, 비동물소재, 업사이클링, 지역생산 등 윤리적 가치를 실천하는 기업들을 지원한다. 이현주 서울디자인재단 SEF 책임은 "윤리적 패션 브랜드의 성장을 지원하다는 취지로 출범해 스타트업 기업의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만들고 공동판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서도 에코 패션 페어를 적극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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