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DSR 규제 시행 한달…은퇴자 '직격탄'
소득증빙 깐깐해 예금담보대출 규제 예외 지침 사실상 무용지물
2018-11-30 08:00:00 2018-11-30 08:56:37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 은퇴 후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66)는 작은딸의 결혼비용으로 급전이 필요해 주택청약예금을 담보로 대출을 신청했다.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담보대출을 받는 것도, 자영업자 대출을 받는 것도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한도 심사가 까다로워져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씨는 은행으로부터 본부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대답을 들었다. 예금담보대출은 대출 규제에 적용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따졌지만, 은행에서는 본점의 위험관리 대출 기준에 따라 집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규제가 시행된지 한 달여가 지난 가운데 주택이나 예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는 은퇴자 등 고령층이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예적금담보대출에 대해 DSR 규제 예외라는 지침이 나왔지만, 은행 영업점에서는 소득증빙 등을 까다롭게 진행해 대출 고객 입장에서는 사실상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적금담보대출은 DSR 규제범위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지침이 나왔음에도 소득 증빙을 깐깐히 요구하거나 본점 여신심사를 거쳐 대출 한도를 낮추고 있다.
 
예적금담보대출은 본인 명의 예적금이 있으면 납입액의 95%까지 빌릴 수 있는 상품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예적금을 해지하지 않고도 목돈을 융통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특히 고정적인 소득이 없는 은퇴자들이 급전이 필요할 경우 퇴직금을 예치해놓은 예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는 예적금에 거액이 예치된 고객에 대해서는 예적금담보대출에 한해 소득증빙을 받지 않거나 자체 평가모델을 기반으로 대출을 해주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예금에 거액이 있어 상환 못할 위험이 적은데 대출을 내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은행이나 지점마다 위험대출 비중이 다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며 "규제 시행 전에 상대적으로 위험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과 생활자금대출이 많은 지역의 영업점에서는 예금액이 많지 않은 경우 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위험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에서는 DSR 대출 규제에 준하는 소득증빙 제출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한 소득이 없는 은퇴자는 소득 증빙이 어려워 예적금담보대출이 가능한 다른 은행으로 발품을 파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C은행 관계자는 "위험대출 비중이 높은 지점에서는 소득증빙을 깐깐히 하고 있다"며 "예적금대출이 DSR 규제 대상이 아니라해도 소득증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무한대로 취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위험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에서는 예적금담보대출 역시 DSR 위험관리 기준 내에서 취급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당국의 지침에 따라 은행들은 전체 대출 가운데 DSR 70% 이상인 '위험대출' 비중을 15%까지 낮춰야 한다. 은행이나 영업점마다 예적금담보대출을 받아야 하는 고객들은 발품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DSR 규제의 여파는 재산은 있지만 소득이 적은 고령층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으로 60대 이상의 평균 DSR은 111%나 됐다. DSR 90%를 초과하는 '고위험 대출'의 비율도 31.8%에 이르렀다.
 
특히, 퇴직금이나 연금 소득을 주 수입으로 하는 은퇴자들은 소득 증빙이 어려운데 DSR 규제가 위험대출군을 제한하는 일률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학교 금융소비자학과 교수는 "은퇴자들이 청년에 비해 주택 등 부동산이 있고 금융자산이 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집값 하락 및 금리인상 등을 고려할 때 당국이 이들에 대한 DSR 규제에 대해 면밀한 모니터링과 관리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