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예산안 법정시한 처리 불발)4년 연속 예산안 늑장심사…이르면 7일 처리 가능성
주말 마라톤 협상에도 이견 못 좁혀…소소위 '깜깜이 예산' 규모 커질 듯
2018-12-03 06:00:00 2018-12-03 06:00:00
[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470조5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이 결국 법정 처리시한인 3일을 넘길 전망이다. 국회는 2015년 이후 4년 연속 늑장처리라는 오명을 안고 심사를 이어간다. 특히 문재인정부 들어 두해 연속 예산안 처리 시한을 어기고 졸속 예산 심사를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자유한국당 김성태(가운데) 원내대표가 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회의실에 열린 교섭단체 원내대표 및 예결위 간사 회동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자유한국당 김성태·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여야는 지난 주말 예산안을 놓고 지루한 줄다리기를 계속했지만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했다. 예산안 심사 지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4조원의 세수결손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 종료 시한이던 지난달 30일 유류세 한시인하 등에 따른 4조원의 세수 결손 대책을 두고 공방이 이어지면서 심사 일정이 계속 지연됐다.
 
감액심사 역시 여야의 충돌 지점이었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예결위가 감액심사를 제 때 마무리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산소위는 당초 감액심사를 거치지 않은 내년도 예산안과 심사가 보류됐던 남북협력기금·일자리 예산 등을 심사할 예정이었으나 여야는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남북협력 예산의 경우 비공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야당과 이에 맞서는 정부여당의 대치로 공방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예산부수법안 심사도 난항을 겪는 중이다. 특히 종합부동산세나 법인세 인하 등을 놓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20조원 이상의 세입·세출을 결정하는 예산부수법안의 졸속 심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산 국면과 동시에 선거제도 개혁과 입법 쟁점들이 급부상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점도 변수다.
 
이날 예산안을 극적으로 타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예산 법정시한 처리 불발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여야는 계속해 물밑 접촉을 이어갈 방침이지만 입장차가 선명해 합의는 어려워 보인다.
 
향후 처리 시점도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예산안 심사는 이번 주 내내 이어질 공산이 크다. 법정시한 내 처리가 무산된 만큼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기류가 강해서다. 법정처리 시한이라는 데드라인을 두고 협상에 집중했던 여야가 합의에 실패했기 때문에 이제는 시간을 두고 각 당의 입장을 최대한 관철시킬 때까지 버티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과거 예산안 협상 때도 여야는 원내지도부 간 잠정 합의 이후 각 당 내부 반대에 부딪쳐 역풍을 맞은 경우가 적지 않다.
 
예산안 심사가 지난해보다 조금이라도 지체된다면 역대 최악의 국회로 기록될 가능성도 있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후 가장 늦게 예산을 처리한 것은 2017년이다. 당시 예산안은 법정시한을 나흘 넘긴 12월6일에서야 처리됐다. 2015년과 2016년에는 수 시간 지체한 정도였다. 결국 국회선진화법을 스스로 내팽개친 국회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다만 예산소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 측은 “사실상 증액을 심사하는 소소위는 하루만 해도 가능하다. 시간이 촉박하지만 7일 본회의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최악의 경우 연말까지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전례를 살펴봐도 여야가 이번처럼 팽팽하게 맞선 경우는 없었다. 정기국회 내 처리 여부는 어렵고 연내 처리도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만약 연내 예산안 처리가 무산되면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 지금까지 국가 단위의 준예산이 편성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준예산은 다음해 예산이 법정시한 내 성립되지 못한 경우 전년도 예산에 준한 인건비와 기관운영비 등 최소 경비만으로 정부를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정부의 중점 과제들은 올스톱될 수밖에 없다.
 
예산심사 일정이 지연되고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사업이 늘어날수록 소소위 심사 규모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소위는 예산소위가 감액 심사 과정에서 보류한 예산을 놓고 여야 원내교섭단체 예결위 간사들이 최종 담판을 벌이는 기구다. 여기서 다루는 예산만 수십조원에 달하는데, 심사가 비공개로 진행되는 만큼 날림심사가 불가피하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