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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김정은 스몰티켓 대표 "P2P인슈어테크, 유통구조 혁신할 수 있어 매력적"
"맞춤형 보험·리워드로 고객과 보험사 윈윈하는 유통구조 만들 것"
"인슈어테크 크려면 정부의 혁신정책과 규제완화 함께가야"
2018-12-12 08:00:00 2018-12-12 13:51:54
[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해외에서 시작된 인슈어테크(Insuretech) 바람이 국내서도 불고 있다. 인슈어테크는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블록체인이나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기술에 보험업을 접목시킨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보험사들은 보험사고 확률을 낮추는 서비스를 제공해 보험금 지급을 줄이고, 보험소비자는 편익을 더 누릴 수 있게 된다.

아직 인슈어테크가 초기 단계인 국내 시장에선 지난 2016년 P2P보험으로 출사표를 낸 스몰티켓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P2P보험은 같은 위험을 보장받길 바라는 개인들이 모여 동일한 보험을 들고, 그 혜택을 공유하는 구조다. 스몰티켓은 고객과 보험사 사이에서 맞춤형 보험상품을 연결해주고 '리워드'라는 제도를 통해 보험료의 일부를 멤버십처럼 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정은 스몰티켓 대표를 만나 스몰티켓 창업배경과 사업구조,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김정은 스몰티켓 대표. 사진/스몰티켓

"젊은세대는 보험에 대체로 부정적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는 보험산업이 소비자의 행동패턴에 주목해 계속 진화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특히 P2P인슈어테크 회사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맞춤형 보험상품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유통구조를 혁신할 수 있다는 점이요. 한국에는 관련된 플레이어가 없어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했죠. 또 보험의 주 소비자가 여성인 점을 감안하면 여성으로서의 공감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스몰티켓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고객과 보험사 사이에서 맞춤형 보험상품을 연결해주는 회사다. P2P보험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또는 온라인 소셜 보험 브로커로 정의할 수 있다. 동질한 위험이 있는 고객을 커뮤티니 단위로 묶여서 맞춤형 보험을 제공하고, 그에 따른 리워드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적립된 리워드는 가입한 보험과 관련된 일상생활의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쓰인다. 고객을 스몰티켓으로 유도함과 동시에 고객의 사고율을 낮추고 보험회사는 그만큼 손해율을 줄일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리워드'가 스몰티켓의 무기로 통하는 이유다.
 
김정은 대표는 "수익구조로 보면 보험사가 주는 판매수수료에 일부를 떼서 리워드를 제공하고 있어 '제살 깎아먹기'라고도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인슈어테크가 나온 배경은 보험상품과 판매채널을 혁신해 고객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국내서 통상 보험에 가입한 고객들은 사고가 나기 전까진 혜택을 받을 수 없지만, 스몰티켓은 보험료를 지불했을 때 그 일부를 포인트처럼 적립해 여러가지 제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스몰티켓이 중개하는 암보험에 가입했다면 제휴서비스로 의학콘서트나 요가, 필라테스 무료 강의에 참여할 수 있다. 주력 상품인 '펫보험'을 샀다면 지정동물병원에서 관리를 받을 수 있다. 고객은 일상에서 미리 애완견의 건강을 챙기고, 보험회사는 그만큼 손해율을 낮출 수 있는 셈이다. 여행자 보험의 경우 보험료의 5%를 리워드를 쌓을 수 있으나, 보험료가 워낙 저렴한 만큼 동물단체에 기부할 수 있는 서비스도 연계하고 있다.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것이다. 
 
김정은 스몰티켓 대표. 사진/스몰티켓

여성CEO로서의 공감능력과 관심사 역시 스몰티켓의 차별점이기도 하다. 보험 소비자의 90%가 여성인 만큼 여성을 위한 상품과 리워드 등으로 시장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스몰티켓이 다루는 보험상품은 펫보험, 유방암·여행자·레저보험 등이다.

김 대표는 "보험에 관심을 갖고 개별 상품을 꼼꼼히 따지는 건 아무래도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며 "같은 여성으로서 공감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 역시 건강관리의 필요성을 몸소 느끼고 있어 유방암보험과 필라테스, 요가 무료수업 등을 제공하는 등의 아이디어를 내게 됐다"며 "아직 부족하지만 여성의 관심사와 필요성에 맞춰 서비스와 상품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계획하고 있는 해외진출 역시 '여성'이 중요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현재 스몰티켓의 사업모델은 동남아 등에 많이 알려졌다"며 "상품의 양을 늘리기보단 여성의 건겅과 관련된 상품과 리워드를 집중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스몰티켓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10년 후에도 스몰티켓은 디지털 플랫폼 측면에서 계속 혁신적인 회사일 것이라고 그렸다. 일본의 펫보험 전문회사인 애니콤처럼 특화된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는 기대도 내비쳤다. 독특한 사업모델을 지닌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스타트업이 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단 국내에서 스몰티켓과 같은 인슈어테크 업체가 성장하려면 보험업법과 개인정보법 등 규제완화가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 대표는 "금융당국이 혁신 정책을 펼때 정책과 제재의 방향성이 같아야 한다"며 "새로운 채널이 등장한 만큼 현행법은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일본은 2015년 개인정보법을 개정해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했으며, 일본 금융청은 2015년부터 금융 관련 규제나 법령 해석을 4일 안에 처리하는 ‘핀테크 서포터 데스크’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 온라인 보험사인 중안보험도 인터넷 쇼핑몰에서 별도 회원가입 없이 쇼핑몰 계정으로 본인인증과 함께 중안보험 상품을 가입케 하는 등 출범 5년만에 글로벌 인슈테크로 도약했다. 
 
보험회사들의 특별이익한도 역시 규제완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김 대표는 "리워드는 금액이 작아 사실 임팩트가 약하다"며 "특별이익한도는 보험료의 3~10%까지로 한정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규제가 풀리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고객들의 손해율과 관련된 정보를 모아서 맞춤형 상품을 만들고, 동시에 보험료와 손해율을 연동해 보험갱신 시 보험을 쓴만큼 보험료를 내게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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