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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일방적 계약해지·단가인하…하도급법 위반"
갑질 피해 증언대회 나선 피해자들 "공정위 신고했지만 묵묵부답…소송비용 영세업체엔 부담"
2018-12-13 15:11:28 2018-12-13 17:07:02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LG전자가 협력업체에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일률적인 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등 하도급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여의도 국회에서 정의당 주최로 열린 갑질 피해 증언대회에서 이영 모바일솔루션 대표는 "사업규모를 늘리라는 요구를 따른지 2년도 안돼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며 일방적으로 모든 직원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호소했다.
 
LG전자 휴대폰 완성품이나 부품 등을 분석해 문제의 원인을 찾는 일을 맡아오던 모바일솔루션은 2004년부터 15년째 LG전자와 일해온 업체다. 2016년 휴대폰 보드에 문제가 생기자 LG전자로부터 업무공간과 인원을 늘려달라는 요구를 받은 뒤 기존 직원 20명, 사무실 200평에서 72명, 400평으로 회사 규모를 확대했지만 지난 5월 물량 감소를 이유로 일방적 계약 종료를 통보받았다는 설명이다.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에 따른 하도급법 위반 소지도 지적했다. 직원 식대를 8000원에서 5000원으로 줄이고 추가근로를 금지하면서 단가는 기존의 75% 수준으로 낮출 것을 요구하는가 하면 기존 단가의 절반을 언급한 뒤 일방적으로 대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하도급법 4조는 원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낮은 단가에 의해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LG전자를 믿고 사업을 규모를 늘렸는데 해지 사유를 정확하게 듣지 못했다"며 "수급사업자별로 원가구조가 다름에도 합리적인 산출근거 없이 원사업자가 일률적으로 단가를 인하한 것 역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 독점권을 부여한다며 지점장을 모집한 뒤 이를 박탈하는 유사가맹점 피해도 발표됐다. 온라인 영어동화책 대여업을 하는 동화스터디는 계약금 780만원을 내면 하루 2~3시간의 재택근무로 월 300만원 가량의 수입을 얻을 수 있다고 홍보하며 지점장을 모집했다. 하지만 1년 계약이 지나면 지점장의 독점권을 박탈하고 온라인 사업자로 전환시킨 뒤 해당 지역에 신규지점을 투입하며 계약비를 계속 받았다는 전언이다. 본사가 영업을 전폭 지원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지원정책이 수시로 변경되면서 지점장이 지인을 대상으로 회원을 모집해야 했다는 게 피해자 측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피해자는 "계약 당시 동화스터디는 지역 선점의 중요성을 강조해 신속한 계약을 촉구하고 이에 속아 지점 두 곳을 계약한 곳도 많다"며 "1년 뒤 지역 독점권이 없어진다는 점을 숨긴 채 본사가 독점권을 팔아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6년 말부터 1000여명의 지점장이 지역 독점권을 조건으로 계약했고, 계약금 규모는 총 78억원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이날 증언대회에는 이밖에도 노틸러스효성의 기술탈취, 롯데건설의 계약 불이행, 정우건설의 불법하도급 등의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인천 건설현장에서 정우건설로부터 가구공사, 목창호공사 등의 하도급 위탁사업을 수행한 인터플랜의 심재수 대표는 "인천 건설업체 가운데 매출 1위인 정우건설은 회사 내 법무팀을 거쳐 고의적으로 대금 지급을 늦추고 계약금을 깎는 등 하도급업체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지만 2년째 답을 받지 못했다. 정우건설은 민사소송을 하라고 하는데 비용과 시간을 들여 피해금액을 보상받기까지 영세한 업체들은 버틸 수 없다"고 말했다.
 
박재걸 공정거래위원회 제도하도급과장은 "공정위 조사가 늦어지고 있는데, 앞으로 최대한 신속히 진행되도록 신경쓰겠다"며 "우선 신고인들이 답답한 부분을 빨리 답변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순미 공정거래위원회 가맹거래과장은 "동화스터디는 2008년에 서울사무소로 신고가 들어온 뒤 다시 본부에 재신고가 들어오는 등 문제를 파악하고 있다"며 "허위과장광고나 약관의 불공정 문제 등 해당 법 적용을 통한 피해 구제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동화스터디는 이날 피해자측 주장과 관련해 적극 반박했다. 동화스터디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해당 주장으로 본사를 검찰에 고소했지만 무혐의 결론났다. 이후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도 패소해 현재 재판비까지 물어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본사는 지점장들이 사업할 수 있도록 광고비를 지원하는 등 본사가 한 약속을 전부 이행했음에도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점장들은 일하지 않아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해 전혀 활동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1년 뒤 재계약 체결 사유가 되지 않아 계약을 해지해야 했지만 지속적으로 계약할 수 있도록 오히려 온라인 사업자로 배려해준 것"이라며 "마치 본사가 사기 행각을 벌인 것처럼 호도한 사람들에 대해 현재 본사는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로 고소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13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갑질피해 증언대회에서 정의당 추혜선 의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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