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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시대)①사모펀드 인기 '후끈'…'큰손' 전유물 탈피
'한국형 헤지펀드' 규제완화 한몫…개인투자자 위한 '사모재간접펀드'로 영역 확대
2019-01-23 00:00:00 2019-01-23 00:00:00
[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큰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사모펀드가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공모펀드의 대표주자인 주식형펀드가 시장 변동성에 흔들리는 사이에 부동산, 특별자산형 펀드가 영역을 확대하면서다. 사모펀드는 지난 2016년 공모펀드 규모를 처음으로 역전한 뒤, 그 격차를 더욱 벌이는 추세다. 

공모펀드 역전 '가속'…부동산·특별자산·채권형 중심 
 
자금 흐름을 보면 사모펀드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주식형 펀드 중 공모펀드 설정액은 전년보다 6.7%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사모펀드는 20.9% 늘어났다. 해외주식형 사모펀드는 56.1% 증가하며, 공모펀드(0.1%)에 크게 앞섰다.
 
사모펀드의 비중이 높은 부동산펀드, 특별자산펀드 설정액 증가율도 26.3%, 21.8%로, 전체 설정액 증가율(10.8%)보다 훨씬 두드러졌다. 
 
사모펀드는 소수의 개인(49명 제한)이나 기관투자자의 자금을 비공개적으로 모집하는 상품이다. 주로 채권형, 부동산형, 항공기나 선박 등에 투자하는 특별자산형에서 강점을 보인다. 사모펀드에서 부동산과 특별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2.6%, 20.4%로 높다. 부동산펀드는 2017년 59조4000억원에서 2018년 74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특별자산펀드 역시 53조8000억원에서 67조6000억원까지 늘었다. 
 
사모펀드는 자본시장법상 크게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로 나뉜다. PEF는 인수·합병(M&A)으로 회사 경영권을 얻고 기업가치를 높인 후 매각(바이아웃, buy-out), 수익을 내는 게 목적이다. 헤지펀드는 상장주식, 채권, 통화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것을 목적으로 운용된다.
 
사실 크게 보면 헤지펀드는 사모펀드의 한 종류다. '울타리를 친(Hedge)' 펀드라는 뜻처럼 특별한 목적과 상황에서 운용하기 위해 조성하는 사모펀드 유형을 일컫지만, 국내에서는 바이아웃펀드가 아닌 사모펀드를 헤지펀드라고 국한해 쓰고 있다.
 
운용 전략은 다양하다.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대상을 매수하는 동시에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대상은 공매도하는 '롱숏(long-short)',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기능이 붙어있는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하는 '메자닌', 공모주에 투자하는 'IPO', 채권 차익 거래로 수익을 추구하는 '채권 아비트리지' 등이 대표적이다. 
 
사모펀드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것은 2015년 이후 사모펀드 체계가 꾸준히 개편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9월에는 사모펀드 투자자 수가 기존 '49명 이하'에서 '100명 이하'로 확대됐다. 단, 100명 안에서 일반투자자 수는 최대 49명으로 제한된다. 공모펀드와 달리 계약 형태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개입과 기관의 규제가 덜한 편이다. 펀드 포지션, 전략 등 운용은 공시할 필요가 없어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사모펀드는 고수익을 추구하는 만큼 고위험 상품에 속한다. 당연히 운용 주체에 대한 신뢰도가 중요하다. 설정액을 기준으로 사모펀드 운용 규모가 큰 자산운용사는 미래에셋(41조원), 삼성(26조원), 한국투자신탁(22조원), KB(19조원), 키움(17조원) 등이다. 대형 운용사 외에도 이지스, KDB인프라와 같이 부동산이나 인프라에 특화된 운용사도 덩치를 키워 10위권 안에 들었다. 
 
 
한국형 헤지펀드, 사모펀드 성장 이끌어 
 
국내 사모펀드는 결정적으로 '한국형 헤지펀드'라 불리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로 인해 급성장했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2011년 처음 출범했는데, 2015년 최저 가입금액이 5억원에서 1억원 이상으로 낮아지면서 성장세도 빨라졌다.
 
헤지펀드는 주식시장에 얽매이지 않고 절대수익을 추구한다. 공모펀드가 한 종목에 자산의 10% 이상을 투자할 수 없는 것과 달리, 헤지펀드는 수익을 낼 수 있는 다양한 전략으로 운용된다. 
 
정부가 시장 활성화를 위해 자산운용사에 이어 증권사도 헤지펀드 운용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뒤로는 증권사들도 헤지펀드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헤지펀드를 운용 중인 전체 금융회사는 150개사다. 신규로 진입하는 금융회사 대부분은 전문 사모운용사지만, 교보, 리딩투자, 신영, 신한, IBK, NH, 케이프, 코리아에셋, 토러스 등 증권사도 9개사가 포함돼 있다.  
 
여기에 일반투자자들에게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2016년에는 '사모재간접 펀드'가 도입됐다. 최소 가입금액을 500만원으로 낮춘 공모펀드다.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 헤지펀드에 투자해보려는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도 사모펀드의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복잡해진 금융환경에 맞춘 다양한 운용전략과 운용에 제약이 적어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더욱 주목받고 있다. 자기자본 규제 완화, 투자자 범위, 수익자수 확대와 같은 정책적 지원도 호재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사모펀드는 펀드 설정을 위한 제약이 적어 시장상황에 따라 미리 준비해둔 펀드를 빨리 설정해 운용할 수 있고, 투자자의 요구에 따라 운용전략이 만들어지는 소위 맞춤형 운용이 가능해 올해도 강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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