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명석의 재계시각)'핵'이 되는 사람, '점'이 되는 사람
입력 : 2019-01-28 00:00:00 수정 : 2019-01-28 00:00:00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사람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바로 ‘핵(核)’이 되는 사람과 ‘점(點)’이 되는 사람이다.
 
그에 따르면, 핵이 되는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한다. 누구의 지시를 받기 전에 먼저 일을 찾아서 한다. 눈가림이나 생색을 내기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닌 만큼, 문제의 본질을 파헤치고 기본에 충실하면서 자기 책임을 다한다.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니 자율과 창의도 넘친다. 그러니 핵이 될 수밖에 없다.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프로 기질과 책임감도 있으며, 당당하게 주장을 펴는 ‘소신파’가 이에 해당한다. 고집이 세서 타협이 어렵지만 어려울 때 힘이 되는 사람이다. 조직의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퇴비형 인재’도 핵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다.
 
반면, 이것이 내 일이라는 주인의식이나 ‘왜’라는 문제의식도 없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하는 사람은 점이 될 사람이라고 했다. 여기에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속한다. 언제나 듣기 좋은 말만하지만, 자신의 소견은 없다. 문제는 숨기고 본질은 모르고, 알더라도 말하지 않는 ‘예스맨’이 그렇다. 학연·지연·혈연을 찾아 연줄을 만드는 ‘스파이더맨(거미줄 인간)’의 경우 이 회장은 실력보다는 연줄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때문에 “이런 유형은 파벌을 조성하여 인화를 해칠 우려가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12월10일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서울 캠퍼스에 입학한 교육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권위주의에 젖은 ‘관료화된 인간’도 역시 점과 같은 사람으로 꼽았다. 처음부터 관료주의적인 사람도 있지만 자리가 높아지면서 관료화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관료주의적 사람 밑에는 권위주의자, 형식주의자들이 많이 모인다. 이들 밑에서는 큰 인물이 자랄 수 없고 자율과 창의가 꽃필 수 없다. 생색이나 내고 자기를 과시하는 데 열심인 ‘화학비료형 인간’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핵이 될 사람과 점이 될 사람을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이 회장의 구분법은 간단하다. 능숙한 말솜씨로 여러 가지를 말하는데 대개 1인칭이 아닌 3인칭 화법을 즐겨 쓰는, 즉 “내가 하겠다”가 아니라 “사원이라면 이렇게 해야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점이 될 사람이라는 것이다.
 
“똑같은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어떤 사람은 회사가 꼭 필요로 하는 핵이 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많은 사원 중의 하나, 즉 점이 되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똑같이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이 회장은 일하는 데 들이는 시간의 반 이상을 사람을 관찰하는데 할애했다고 한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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