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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서재 "종이책과 상생하는 독서 플랫폼이 목표"
이창훈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팀장 인터뷰
"단순 책 소비 넘어 끊임없이 '읽을거리 던지는 서비스'가 정체성"
2019-02-19 16:59:33 2019-02-20 10:13:44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스타트업인 밀리의 서재가 불황에 빠진 출판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2017년 10월 전자책 월정액 대여 서비스를 내놓은 이후 1년 반 만에 누적 이용자수 70만명을 넘어서며 숨어 있던 독서층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밀리의 서재가 작년 7월 업계에서 처음 월정액 무제한 서비스를 내놓자 전자책 1위인 리디북스와 인터넷 서점 1위 예스24 등 업계 주요 유통업체들도 월정액 서비스 대열에 합류하며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18일 서울 상암동 밀리의서재 사무실에서 만난 이창훈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업계 내 가격 경쟁에 대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밀리의 서재는 기존에 독서를 즐기지 않던 사람들조차 책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콘텐츠 중심의 서비스를 편다. 반면 다른 업체들은 시장 성장성을 보고 급하게 들어오는 것 같다. 대형서점의 브랜드를 믿고 가격으로 승부보려는 것"이라며 "하지만 소비자들은 결국 비용에 대한 가치를 제공하는 곳으로 갈 거라고 믿기 때문에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책을 대여하는 커머스 기반 경쟁사들과 지향점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밀리의 서재가 내세우는 전자책 월정액 서비스 후발주자들과의 차별점은 책을 잘 안 읽는 사람들을 위한 독서 콘텐츠다. 밀리의 서재의 대표 콘텐츠인 '리딩북'은 작가나 전문가가 핵심 내용을 30분 내외로 발췌·요약해 들려준다. 배우 이병헌이 참여한 '사피엔스'는 리딩북 공개 일주일 만에 1만5000명이 들으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책의 일부분을 웹툰으로 재구성한 '밀리툰'도 이러한 콘텐츠 중 하나다. "영상을 비롯한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를 통해 독서에 어려움을 겪던 독자들이 책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열고자 한다"고 이 팀장은 말했다.
 
출판업계와의 상생 모델도 강조하고 있다. 전자책 시장 초기만 해도 종이책 시장 잠식 우려가 있었지만, 밀리의 서재 서비스를 통해 독서인구가 늘고 종이책 판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작년 통계에 따르면 10명 중 4명이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읽는 반면 밀리의 서재 사용자 1명이 한 달에 평균 8권의 책을 서재에 담는다"며 "책을 많이 안읽는 사람들이 리딩북 등 책을 기반으로 한 풍성한 콘텐츠 덕분에 독서와 좀 더 가까워지게 된다. 출판업계도 이러한 이점을 받아들이면서 단기간에 3만권의 소싱이 가능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베스트 셀러 중심의 출판시장에서 다른 기준을 제시하려는 시도도 준비 중이다. 책 완독률을 분석한 개인화 추천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내달 선보일 맞춤형 추천은 도서 완독률과 독서 속도 등 다양한 도서 소비 형태를 파악해 비슷한 패턴을 보인 다른 사용자의 도서목록을 추천한다. 플랫폼 지배력이 커지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출판사 줄세우기를 할 거란 우려에 대해 이 팀장은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은 아니다"라며 "기존 독과점의 폐해를 알고 있는 만큼 사용자 관점에서 독서 콘텐츠를 제시하고 사용자 간 소통을 강화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밀리의 서재는 작년 한 해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투자금의 대부분을 배우 이병헌과 변요한 등 빅모델을 기용해 브랜드를 알리는 데에 활용했다. 마케팅에 상당부분 성과를 거둔 만큼 향후에는 밀리의 서재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350개인 리딩북 콘텐츠를 올해까지 1000개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외에 잡지 서비스인 '밀리 매거진'과 밀리의 서재만의 독자 콘텐츠인 '밀리 오리지널' 등을 진행 중이다.
 
이 팀장은 "밀리의 서재를 처음 접하는 사용자들이 서비스가 복잡하고 얘기하는데 그게 밀리의 서재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책 관련 콘텐츠와 읽을거리를 끊임없이 던지는 것"이라며 "미국의 온라인 동영상 구독 서비스인 넷플릭스와 비교하는 이들도 있다. 우리는 이를 넘어서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서울 상암동 밀리의서재 사무실에서 만난 이창훈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온라인 동영상 구독 서비스로 대표되는 넷플릭스를 넘어서는 플랫폼이 되겠다"고 말했다. 사진/강명연 기자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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