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진정성으로 채웠다"
투자 사기로 제작 난항…비용 최소화하고 창작진 의지로 무대 올려
입력 : 2019-03-08 00:01:37 수정 : 2019-03-08 00:01:37
[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가 우여곡절 끝에 막을 올렸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투자 사기로 인해 오랜 기간 준비했던 공연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까지 몰렸지만, 무대를 완성시키겠다는 창작진과 배우들의 의지가 워낙 강해 제작비를 최소화한 채 작품을 개막했다.
 
변숙희 수키컴퍼니 대표는 7일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공연을 못하는 상황까지 갔지만, 배우, 스텝분들께서 '정말 아까운 작품이다, 어떻게든 올리고 싶다'고 해서 무대를 올리게 됐다"며 "이 과정에서 처음의 계획과 방향이 많이 틀어졌다"고 밝혔다.
 
사진/수키컴퍼니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동명의 드라마를 극화한 작품이다. 일제 강점기인 1943년 겨울부터 한국 전쟁 이후 겨울까지 동아시아 격변기 10년의 세월을 담았다. 한국 드라마계에 한 획을 그은 드라마를 뮤지컬화한 작품인 데다, 노우성 연출, JACO 작곡가 등이 참여한다는 소식도 눈길을 끄는 요소였다. 하지만 작품을 둘러싸고 예기치 않은 잡음이 생기면서, 예정된 개막 일정보다 3주 늦게 공연이 시작됐다. 한 투자사로부터 수십억원의 제작비를 투자받기로 했지만, 갑작스럽게 더 이상 투자를 진행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으며 제작에 난항을 겪은 탓이다. 
 
열악한 제작 환경 탓에 통상 오케스트라로 공연되는 여타의 대극장 뮤지컬과 달리 반주 음원(MR)으로 공연을 진행한다. 화려한 무대장치나 효과를 일체 배제하고 오로지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연기와 노래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대신 대극장 무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런웨이 형태의 무대가 눈에 띈다. 무대 좌우를 '나비석'이라고 이름 붙인 관객석으로 꾸며 배우들의 호흡까지 코 앞에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변 대표는 "전화위복이 됐다"며 "관객들 반응의 90% 이상이 무대장치가 없기 때문에 극을 집중해서 보게 된다는 것이다. MR로 인해 부족한 것은 배우들이 채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다른 작품들에 비해 장치도 부족하고, 더 훌륭한 곡을 들려드릴 수도 있었는데 못해드려서 죄송하다"면서 "어렵게 무대를 진행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인내와 고통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사진/수키컴퍼니
 
최대치 역의 박민성도 "정상적인 공연 시스템으로 돌아갔다면 더 좋은 세트와 조명, 음향의 동무을 받고 공연할 수 있었겠지만, 저같은 경우에는 비어있는 상태에서 하다보니 집중이 잘됐다"며 "선조들이 그 시대를 살면서 느꼈던 것들을 똑같이 느낄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했고, 피해자 입장에서 철저하게 보여드리고 이해시키는 게 저의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무대 양 옆의 나비석은 배우들을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장점이기도 하지만, 일반 좌석에 앉은 관객 입장에서는 오히려 시야를 방해받는다는 게 치명적인 요소다. 이와 관련 변 대표는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다"면서 "1층 A열에서는 시야 방해가 안되고 음향이 좋다는 말씀을 해주시고, 2층은 전체를 다 볼 수 있으니 좋다는 말씀도 해주신다. 관객들이 예쁘게 봐주셔서 그런 용기를 주는데, 시야 방해는 있지만 다른 면에서 봤을 때는 각 자리마다 보는 재미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런웨이 형태의 무대는 작품의 부제인 '스텝1 길'과도 맞닿아 있다. '여명의 눈동자'를 보는 현 세대 관객들 또한 역사를 함께 이어간다는 의미에서 무대를 '길'의 형태로 꾸몄다. 아픈 역사를 다루는 만큼 관객들이 배우들과 함께 호흡했으면 하는 크리에이터들의 마음을 담았다. 변 대표는 "예전 역사가 없었으면 지금이 없다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이런 무대를 구현했다"고 부연했다. 
 
또한 동명의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의 스토리라인을  유지하되, 36부작 드라마의 핵심적인 장면을 15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장하림 역을 맡은 테이는 "그 방대한 드라마와 감정을 뮤지컬 한 편에 어떻게 정리하고 압축하냐는 질문이 생길 수 있는데, 저는 '많은 이야기의 처음과 끝이 꼭 뮤지컬 안에서 정리돼야만 할까'라는 생각을 했다"며 "(관객들이) 뮤지컬을 보며 '왜 그럴까?'라고 생각하다가, 극이 다 끝나고 나면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고 물어볼 수 있는 뮤지컬이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군 위안부라는 가슴 아픈 소재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직접적인 묘사를 최소화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윤여옥 역의 배우 문혜원은 "그런 부분들이 조심스럽게 표현돼야 한다고 생각해서, 소녀상 등을 앙상블 안무로 묘사했다"며 "관객들도 굉장히 적절하게 잘 표현했다고 평가해주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변 대표는 "3년 반 전에 노우성 연출님과 함께 이 작품을 해볼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당시에는 남북이 지금처럼 화해무드가 될지 몰랐는데도 이 작품으로 북한을 가고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 작품이 계속 말하는 것은 '우리는 하나'라는 것"이라며 "남도 북이 같이 겪은 역사이기 때문에 서로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위안부와 6.25, 제주 4.3사건을 한꺼번에 다룬 작품은 아직 없다고 알고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여명의 눈동자'는 다음달 14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최대치 역에는 박민성, 김수용, 김보현이 트리플 캐스팅됐으며, 장하림 역에는 테이, 이경수가 캐스팅됐다. 윤여옥 역은 김지현, 문혜원이 연기한다. 
 
사진/수키컴퍼니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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