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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거래량 반등에 고개드는 집값 바닥론?…전문가들 "이사철 반짝현상일 뿐"
가격 하락폭 둔화에 거래량·매매전망지수도 올랐지만…수요 억제책 지속돼 "집값 반등 동력 없어"
2019-05-02 14:48:13 2019-05-02 14:58:24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서울지역 부동산 관련 지표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조심스럽게 ‘집값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거래량 및 매매전망지수가 전월 대비 소폭 상승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카드가 모두 나왔다는 점에서 매도자와 매수자가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봄철 이사철 수요와 맞물리면서 거래량이 반짝 증가한 것일뿐이라고 분석했다. 여전히 전년 동월대비 거래량은 역대 최저치를 이어가고 있어 아직까지 집값 상승을 이야기하기엔 이르다는 진단이다.
 
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386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3525건을 기록한 이후 5개월만에 월별 최대 거래량을 달성했다. 특히 강남구와 양천구 등이 전달 대비 크게 상승했다. 3월 72건에 불과했던 강남구 아파트 거래량은 4월 138건을 기록했고, 양천구도 81건에서 135건으로 크게 늘었다. 꾸준히 거래량을 유지하고 있는 노원구도 지난 3월 176건에서 4월 227건으로 늘어나 25개 구 중 최대 거래량을 기록했다.
 
여기에 KB부동산에 따르면 4월 서울 매매전망지수는 81.4를 기록하며 3월 74.3보다 소폭 올랐다. 서울 매매전망지수가 전월대비 상승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서울지역 매매전망지수는 지난해 9월 133까지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난 3월까지 매월 하락했다. 특히 4월 조사에서 서울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응답(38.1%)은 3월(51%)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전망지수는 KB부동산이 부동산중개업체를 대상으로 3개월 후 집값을 지수화한 것으로 100을 넘을수록 상승 의견이 많다는 뜻이다.
 
아울러 최근 서울지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하락폭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것도 집값 바닥론을 부채질 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4월 5주 서울지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5%를 기록했다. -0.06%를 기록한 전주 대비 하락폭이 0.01%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특히 한국감정원 시계열표를 보면 서울지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하락폭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3월 첫째주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11%였다. 이후 8주 연속 하락폭이 줄어들고 있다. 최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이 2주 연속 상승한 것도 집값 바닥론에 힘을 보탠다.
 
그러나 다수 전문가들은 바닥론을 부정했다. 4월 거래량 상승은 봄 이사철을 맞아 매매 수요가 상승하면서 나타난 반짝 현상에 불과하다는 관점이다. 실제 지난 4월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량이 전월보다는 늘었지만, 전년동월대비로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4월 거래량은 전년 동월(6199건)에 비해서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정부가 2006년 부동산 실거래가 조사를 시작한 이후 4월 거래량으로도 역대 최저치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현시점에서 집값이 반등할만한 동력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청약 규제로 ‘로또 아파트’라 불렸던 분양시장까지 분위기가 하락한 상황에서 기존 주택에 대한 수요가 발생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여전히 집값 상승에 대한 규제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매도자 입장에서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는 관망세가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본다. 4월 이후 거래량이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리며 집값 반등을 이끌기는 힘들다고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계절적 성수기로 거래량이 다소 나아질 수는 있지만 평년보다 낮은 거래량이 유지되고 있다”라며 “일부 급매물 물량의 소진 이후 최근 가격 조정이 둔화되고 있지만 정부의 대출, 세제 압박 등 수요 억제책이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어 가격 반등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경제성장률 둔화 등 거시 경기 하강 우려가 수요 심리를 내리누르고 있다. 특히 매도자들이 버티기 모드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수자와의 가격 접점을 찾기가 어려운 상태”라며 “거래량 상승이 꾸준히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호가조정과 거래 소강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내다봤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도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고 성급히 진단하기는 무리가 있다. 단순히 봄 이사철을 맞은 계절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대출 문제 등 여전히 정부 규제가 지속되고 있어 집값이 오르게 할 만한 뚜렷한 요인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최근 급매물이 모두 거래되고 급하게 팔아야 할 이유가 없는 매도자들만 남아 오히려 매물을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급매 수요는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매도자들이 관망하며 매도 타이밍을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오는 6월 보유세 적용 기준일을 앞두고 역전세 등에 더해 세금 부담이 컸던 매도자들은 이미 매물을 서둘러 처분했다. 급매물이 뜸해진 현시점에선 급하지 않은 매도자들이 버티기 결심을 굳혀 매물 잠김 현상이 심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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