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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급등에 채권 사는 외국인…“환차익 여건 좋아졌다”
스왑포인트로 차익 노려…채권 보유규모도 사상 최대 임박
2019-05-17 06:00:00 2019-05-17 06:00:00
[뉴스토마토 신항섭 기자] 무역갈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오르자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들이 상장채권 쇼핑에 나섰다. 이로 인해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보유 규모도 사상 최대치에 임박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외국인의 국내 상장채권 보유 잔고는 113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8월의 114조2823억원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5월 들어 보름만에 3조4000억원가량 순유입됐다.
 
이는 과거 환율 급등기에 자금이 빠져나가곤 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올랐던 2018년 10월 외국인들은 한달 동안 4조2000억원어치 채권을 팔았다. 또 한달간 환율이 50원가량 올랐던 2015년 7월에도 2조6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처럼 외국인들이 환율 급등에도 대거 채권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은 차익거래 여건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국내 채권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소속기관에 따라 목적이 다르다. 외국 연기금이나 중앙은행들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의 신용등급을 보고 투자한다. 신흥국으로 분류되지만 신용등급이 AA라서 안정성이 높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무역갈등이 불거진 이후 우리나라를 제외한 신흥국 채권에는 자금 유입이 끊겼거나 빠져나가고 있지만 선진국 채권으론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환율 급등으로 스왑포인트를 통한 재정차익거래가 급증했다. 스왑포인트는 두 통화의 이자율 차이를 환율로 표시한 것이다. 양국의 금리차에 따라 스왑포인트가 결정된다. 이미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0.5%포인트 이상 역전됐고, 여기에 환율까지 올라 환차익을 얻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자 외국인들의 투자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국의 금리가 1.7%대인데, 수수료를 제외해도 스왑포인트를 통해 차익 3%를 남길 수 있는 상황”이라며 “외국인들이 단기채권인 6개월 통안채를 중점적으로 사들이는 것고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게다가 최근 원화가 약세인데, 환율 상승이 마무리 국면이라고 판단한 외국인 자금도 함께 들어오는 것 같다”며 “재정차익거래 여건이 다시 형성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항섭 기자 kalth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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