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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욱 변호사의 블록체인 법률이슈 진단)암호화폐 투자를 빙자한 유사수신
고수익 내걸며 자금 모집…거래소토큰·IEO도 문제될 수 있어
투자금 모집자 특정해 형사고소…손해배상 합의안 협의도 대안
2019-05-28 06:00:00 2019-05-28 06:00:00
암호화폐(가상화폐·암호화자산) 시장이 다시 달아오르면서, 관련 범죄 또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암호화폐를 이용한 유사수신행위가 심각하다.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지난해 수사가 의뢰된 유사수신 139건 중 44건(31.7%)이 암호화폐 관련 유형일 정도로, 암호화폐 투자 내지 ICO(암호화폐공개·Initial Coin Offering)를 빙자한 유사수신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유사수신이란 다른 법령에 따른 인가·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신고 등을 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행위를 말한다.
 
암호화폐의 경우 채굴이나 ICO·상장 등을 통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자금을 모집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거래소에서 거래소 토큰을 발행하거나, IEO(거래소공개·Initial Exchange Offering)라는 방식으로 거래소를 통해 자금을 모집하는 경우에도 유사수신행위 문제가 될 수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채굴장을 운영한다고 하면서 950만원을 투자하면 월 180만원의 수익이 발생해 투자 후 5개월이면 원금이 회수된다고 하거나 △코인을 개당 300만원에 매입하면 4주 후 350원에 재매입해주겠다고 하는 경우가 포함된다.
 
또한 △봇을 활용하기 때문에 전혀 손실이 없고 1800만원 투자 시 6주 동안 매주 200만원씩 지급하고 원금도 돌려준다고 하거나, △자신들에게 돈을 맡기면 비트코인 투자로 매일 1.2%씩, 총 200% 수익을 제공하겠다고 하는 등 그 유형이나 방식도 다양하다.
 
원금과 이자를 보장해준다고 하면서 자금을 모집하는 행위는 전형적인 유사수신행위로 분류된다. 예를 들어 손실 없이 무조건 수익만 볼 수 있는 독보적인 선물, 옵션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하면서 자신들에게 투자하면 3개월에 20%의 수익과 원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실질적으로 원금·이자 지급 약정이 있다면 유사수신행위 성립 가능
 
즉 형식이나 명칭과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원금, 이자 지급 약정이 있다면 유사수신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 앞서 법원은 교통범칙금 상당액을 보상해주기로 하고 연회비를 납부 받은 영업행위(대법원 2001도 205 판결)나 상가지분의 분양을 통한 분양대금의 수수라는 외형을 취해 투자자들로부터 출자금을 받고, 임대료라는 명목으로 수익금을 지급한 행위(대법원 2005도 7120 판결)가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외에도 '조만간 미국 나스닥 상장 예정이므로 지금 싸게 주식을 매수해 놓으면 상장 시 1000배까지 올라 고수익이 보장된다고 하는 경우'나 '지금 암호화폐를 개당 300원에 사면 한달 뒤에 개당 350원에 재매입 해주겠다고 하는 경우'등도 문제된 바 있다.
 
다만 원금이나 이자 보장 없이 자금을 모집하는 것은 그 목적이나 방식에 따라 자본시장법, 전자금융거래법 등 다른 법령 위반에 해당할 수는 있겠으나 유사수신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전자화폐,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발행을 위한 자금수취는 불특정 다수로부터의 자금모집이라 하더라도 원금과 이자를 보장하지 않으므로 수신행위라 보기는 어렵다.
 
한편 지금 1비트코인을 투자하면, 1년 후에 2비트코인으로 돌려주겠다고 하는 것과 같이 암호화폐 개수를 보장해주는 것도 원금보장으로 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암호화폐 가치를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개수만을 보장해준다면 원론적으로는 이를 원금 보장으로 해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사료된다.
 
유사수신행위, 통상 사기·다단계와 함께 문제
 
유사수신은 사기와 함께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뚜렷한 사업모델이나 사업계획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수익을 약속하며 암호화폐를 판매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와 같이 사람을 기망해서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사기죄로 처벌받게 되고(형법 제347조 제1항),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중처벌을 받게 된다.
 
투자금을 모집할 때 그에 수반된 위험성이나 계획의 변동성 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사기가 문제될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도 유사수신의 경우 자금을 조금 더 쉽게 모집하기 위해 투자금을 낸 사람으로 하여금 다시 다른 사람에게 투자를 유치하도록 하는 다단계 모집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다단계판매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후원수당을 지급하며 다단계 조직을 이용해 가상통화를 판매하는 행위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되므로 이러한 판매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위와 같은 형사범죄의 성립은 투자금 회수에 있어 하나의 대안책이 될 수도 있다. 통상 ICO의 경우 해외에서 진행되고, 분쟁해결 방법 또한 국제중재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액 투자자들로서는 손해를 본다고 하더라도 시간, 비용 문제 때문에 민사 손해배상으로 이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
 
특히 힘겹게 민사소송 승소를 하더라도 강제집행이 사실상 힘들 가능성이 매우 커, 실제 손해를 보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투자금을 모집한 자를 특정해 형사고소를 하고, 손해배상 등 합의안(피해자와 합의하는 경우 경하게 처벌을 받기 때문)을 협의해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 정재욱 변호사는 국내 대형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세종(SHIN & KIM)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유한) 주원의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하고 있다. 주원 IT/블록체인 TF 팀장을 맡아 블록체인·암호화폐·핀테크·해외송금·국내외 투자·관련 기업형사 사건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이사를 거쳐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상임이사(교육이사)와 대한변호사협회 IT 블록체인 특별위원회 간사, 사단법인 블록체인법학회 발기인·학술이사 및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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