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욱 변호사의 블록체인 법률이슈 진단)자전거래, 봇거래 이용한 거래량 부풀리기 문제 없나
입력 : 2019-06-11 06:00:00 수정 : 2019-06-11 06:00:00
암호화폐 거래소와 투자자 사이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킹 손해배상, 출금 거부 시 암호화폐 반환청구 등 여러 분쟁 형태가 있지만 이중에서도 거래소 자체 발행 암호화폐와 관련한 분쟁이 여러 건 제기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중소 거래소를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암호화폐를 발행하여 투자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는데, 주로 채굴형 코인(거래를 많이 하면 할수록 보상이 주어지는 암호화폐)이나 배당형 코인(거래소의 수수료의 일부가 보상으로 주어지는 암호화폐), 또는 그 결합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암호화폐들은 그 특성상 해당 거래소 내지 해당 암호화폐의 거래량이 꾸준히 증가해야 배당 내지 보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거래소에서는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 거래량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고, 그 실행 방법으로 자전거래, 봇거래를 활용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해외 거래소에서는 거래소 순위를 높게 유지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이를 이용하기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세조종, 거래량 부풀리기 처벌 불가능?
 
자전거래, 봇거래를 이용한 시세조종, 거래량 부풀리기 등에 대해 규제의 공백으로 인해 현행법상 처벌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을 때가 있다. 
 
현행법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176조에서는 누구든지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매매에 관하여 그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그 밖에 타인에게 그릇된 판단을 하게 할 목적으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행위를 하였을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해진다(자본시장법 제443조 제1항). 
 
1. 자기가 매도하는 것과 같은 시기에 그와 같은 가격 또는 약정수치로 타인이 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을 매수할 것을 사전에 자와 서로 매도하는 행위
 
2. 자기가 매수하는 것과 같은 시기에 그와 같은 가격 또는 약정수치로 타인이 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을 매도할 것을 사전에 자와 서로 매수하는 행위
 
3. 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매매를 함에 있어서 권리의 이전을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거짓으로 꾸민 매매를 하는 행위
 
4. 1호부터 3호까지의 행위를 위탁하거나 수탁하는 행위

그런데, 위와 같은 규정은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 매매에 적용되는 것이어서 현재 암호화폐 거래에 적용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이유에서 현행법상 암호화폐 관련 시세조종이나 펌핑은 해도 상관 없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암호화폐의 성격이 증권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면 위와 같은 규정이 적용될 수 있는데, 채굴형, 배당형 코인의 경우에는 그 구체적인 형태에 따라 증권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사기죄로 처벌 가능
 
자본시장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거래소가 자전거래 봇거래를 이용하여 거래량을 펌핑하는 행위는 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에 해당하는데(형법 제347조 제1항), 그 이득액(5억원 이상)에 따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어 강하게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사기죄에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에 해당한다.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일정한 사실을 숨기는 경우에도 사기는 성립할 수 있다. 법원도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임차인에게 임대목적물이 경매진행중인 사실을 알리지 아니한 경우에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대법원 98도3263 판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았을 때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하여 자전거래, 봇거래를 이용하여 특정 암호화폐의 거래량, 시세를 조작할 경우 투자자를 기망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 실제 일부 거래소에 대한 검찰의 기소도 이러한 취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규제의 공백으로 인한 피해자 양산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는 거의 아무런 규제 없이 24시간 운영되고 있다. 뚜렷한 법적 규제나 규율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세조종, 봇거래, 자전거래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투기성 욕심 때문에 이러한 일들이 벌어진다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단순한 욕심의 문제라기 보다는 기본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의 폐쇄성,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라 볼 수 있다. 물론, 거래소가 직간접적으로 시세조종을 하거나 거래량 부풀리기를 했을 경우에는 사후적으로 사기 등을 문제 삼고 민, 형사 소송을 제기하여 손해를 보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대량의 피해자 양산을 사전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법적 규율을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손을 놓고 방치만 해서는 안 된다. 
 
*정재욱 변호사는 국내 대형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세종(SHIN & KIM)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유한) 주원의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하고 있다. 주원 IT / 블록체인 TF 팀장을 맡으며 블록체인, 암호화폐, 핀테크, 해외송금, 국내외 투자, 관련 기업형사 사건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정 변호사는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이사를 거쳐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상임이사(교육이사)로 활동하고 있고, 대한변호사협회 IT 블록체인 특별위원회 부위원장, 사단법인 블록체인법학회 발기인, 학술이사,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등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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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우찬

중소벤처기업부, 중기 가전 등을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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