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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은 불편하고 직원은 만족 못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
기업, 업무 과부하·사내 형평성 문제 직면…불이익은 결국 청년 몫
2019-06-16 09:00:00 2019-06-16 09:00:00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 지난 달 경남 소재 중소기업에 취업한 A씨는 청년내일채움공제를 가입하는 과정에서 2022년까지 연봉협상은 없다는 통보를 받고 망연자실했다. 공제를 신청하면 3년간 일자리가 보장되고, 최대 3000만원의 목돈도 손에 쥘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인사 담당자가 연봉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 서울 소재 중소기업의 인사 담당자 B씨는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하고 싶다는 신입사원의 요청을 들어줬다가 일폭탄을 맞았다. 신청에 필요한 각종 서류를 갖추는 데 2주 이상의 시간이 걸린 데다가 가입 후에도 6개월마다 채용유지 지원금을 받기 위한 서류를 제출하고 있다. 더욱이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기존 직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됐다.  
 
중소기업 취업과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운용 중인 청년내일채움공제가 청년들의 임금인상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생기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소기업 역시 업무 과부하와 기존 직원들의 사기 저하를 이유로 신청을 꺼리고 있어 현장의 실태를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고용노동부의 주요 청년 일자리 사업인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중견기업에 신규 취업한 청년들에게 목돈 마련의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2016년 도입했다. 신입 청년이 2년간 300만원을 납입하면 정부·기업이 매칭해 1600만원을 마련하는 '2년형'과, 3년간 600만원 납입하면 3000만원의 목돈을 쥘 수 있는 '3년형'으로 나뉜다. 이 사업에 참여한 기업은 정부에서 채용유지지원금을 받아 부담금이 없을 뿐만 아니라 2년형은 100만원, 3년형은 150만원을 지원받는다.    
 
지난해 8월 경기도 화성시 웰크론한텍에서 열린 청년내일채움공제 참여 우수기업 현장간담회의 모습. 사진/뉴시스
 
청년내일채움공제 참여도는 뜨뜻 미지근하다. 지난해의 경우 예산 4252억원 중 실제 집행한 금액은 4202억원에 머물렀다. 올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고용부는 올해 1분기 신규 가입자가 3만4054명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속살을 들여다보면 신규 가입자가 대폭 증가했다고 보기 어렵다. 올해 예산은 9971억원으로 지난해 예산보다 134% 급증했을 뿐만 아니라 청년들이 선호하는 3년형이 지난해 6월 신설됐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정책이 제 효과를 내고 있다고 해석하는 건 무리라는 분석이다.
 
청년내일채움공제에 대한 반응이 미지근한 이유는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선 대기업과 달리 일할 사람이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채용해야 하는데, 청년내일채움공제를 도입하면 이래저래 서류 작업을 하는 데 손이 많이 간다. 표준근로계약서와 정규직 전환 통보서, 서약서, 중소기업 확인서를 비롯해 수습기간이 있을 경우 수습사원 운용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중 중소기업 확인서는 최근 3개 사업년도 법인세와 주주명부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도 발급을 받는 데 약 2주 정도 걸린다. 공제 신청이 완료되더라도 2년형은 총 5회, 3년형은 7회에 걸쳐 채용유지 지원금을 받기 위한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준비해야 할 서류들이 까다롭고, 같은 서류를 반복해서 제출해야 한다"면서 "운영기관에 서류를 내더라도 접수가 몰리면 곧바로 처리되지 않는 문제가 있어 실무자들이 번거로워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공제 혜택을 못 받는 직원들의 사기 저하도 회사 입장에선 부담이라는 게 중소기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재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내일채움공제와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의 경우 회사가 일정 금액을 내야하기 때문에 선뜻 도입하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제 대상인 청년들이 되려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사측이 기존 직원과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공제가입 기간동안 연봉을 동결하거나 인센티브를 차감해 지급하겠다고 해도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울며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 '독취사'에서는 이런 경험담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최근 한 중소기업에 취업한 C모씨는 뉴스토마토와 전화 인터뷰에서 "친구들을 보면 회사마다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 여부가 제각각"이라며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아 돈 한 푼 내지 않는 회사가 왜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가입을 꺼리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고용부는 이런 현장 분위기를 미처 파악하지 못한 분위기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서류를 제출토록 하는 것은 허위로 고용을 신고하는 기업들을 확인하기 위한 취지"라며 "청년내일채움공제 운영기관을 두고, 지원금 신청 시기마다 안내를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연봉, 인센티브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것과 관련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정부 지원금이기 때문에 사내 복지와는 별개"라면서 "다른 근로자와 차별 대우를 하는 부분은 법 위반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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