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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동향)최초 타이틀 양손에…안재현, 해외통 실력발휘
라오스 사고에 흔들린 위상…유럽 수주 행보로 되돌려
2019-06-24 06:00:00 2019-06-24 06:00:0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안재현 SK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양 손에 ‘최초’ 타이틀을 각각 쥐고 있다. 하나는 벨기에에서, 다른 하나는 영국에서 가져왔다. 벨기에에선 국내 최초 서유럽 PDH(Propane Dehydrogenation) 플랜트 시장 진출, 영국에선 국내 최초 서유럽 인프라 민관협력사업 확보다.
 
안재현 SK건설 대표이사 사장. 사진/SK건설
 
안 사장은 지난 17일 벨기에 PDH 플랜트의 기본설계(FEED·Front End Engineering Design) 수주에 성공했다. 사업 규모는 1420만달러(약 170억원)다.
 
기본설계가 보통 세계 유수의 건설사들이 독점하는 고부가가치 분야라는 점에서 SK건설의 이번 수주는 중요도가 높다. 설계 역량을 입증하는 사례이면서 동시에 이번 사업을 발판 삼아 추후 다른 기본설계 입찰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 사업을 수주하면서 추후 진행할 10억달러(약 1조1800억원) 규모 플랜트 본공사(EPC)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도 확보한 상태다. 
 
이달 초에는 영국에서 ‘실버타운 터널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템스강 하부를 통과하는 길이 1.4km의 편도 2차선 터널 2개소를 지어 런던의 실버타운 지역과 그리니치 지역을 연결하는 사업이다. SK건설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했다. 
 
이처럼 안 사장은 이달에만 최초 타이틀이 딸린 해외 사업을 두 건 확보했다. 올해 건설업계의 해외 사업이 부진한 점을 고려하면 의미가 크다. 21일 기준 올해 해외 수주는 94억달러(약 10조9181억원) 규모다. 지난해에는 같은 기간 동안 172억달러(약 19조8778억원)였다. 아직까지는 지난해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성적에 그친다. 해외 건설 사업이 부진하다는 평가가 안팎에서 나온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안 사장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업계는 지난해 SK건설의 사업장인 라오스 댐 붕괴 사고가 무색할 만큼 회사가 선전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댐 붕괴로 해외 시장에서 신뢰가 무너졌을 법하지만 유럽에서 수주를 이어가는 기세를 보면 내부에 축적해놓은 역량이 뛰어난 것”이라고 언급했다. 안 사장은 중남미 파나마에서도 지하철 노선을 구축하는 사업에 참가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SK건설이 이처럼 성공적인 수주 행보를 이어가는 데에는 회사가 탄탄하게 쌓아온 내부 역량, 경험과 더불어 안 사장의 능력이 빛을 발하는 것이라는 평가다. 안 사장은 SK건설의 글로벌마케팅부문장과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글로벌비즈 부사장을 지냈다. ‘해외통’이다. SK건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해외 사업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꾸준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지난해 라오스 댐 사고로 흔들린 위상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업계는 내다본다. 새로 따낸 수주 이력을 토대로 떨어진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SK건설은 지난해 사고 이후 해외 성적이 나빠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던 참이었다. 
 
라오스 댐 사고 정리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안 사장에게 해외 신규 수주의 중요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라오스의 현지 조사단이 댐 붕괴 원인을 SK건설의 부실공사라고 지적한 것에 회사가 반박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한동안 팽팽히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해외 호재로 해외 사고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추후 SK건설의 상장 여부도 관심사다. 안 사장은 원래 지난해 상장을 추진하려 했다. 그러나 댐 붕괴 사고로 상장 시도는 접어야 했다. 한동안은 상장공모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지금은 실적과 평판 관리에 힘써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해외 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은 안 사장에게 필수다. 한동안은 안 사장의 해외 행보에 눈길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SK건설 본사. 사진/SK건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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