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항섭 기자] 금융당국이 이르면 오는 9월 자체헤지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자체헤지 규모가 높은 증권사나 종목형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이 급증한 회사가 대상이 될 전망이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본시장감독국은 오는 9~10월 현장점검을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대상이 확정된 것은 아니나 자체헤지 관련 리스크관리, 발행자금의 헤지운용 적정성 등을 살펴본 후 증권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는 최근 증권사들의 자체헤지자산 운용규모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3월말 파생결합증권 발행잔액은 113조7000억원을 기록했고, 이 중 자체헤지는 58조9000억원(51.8%), 백투백헤지는 54조8000억원(48.2%)으로 나타났다.
전체 발행잔액은 작년 3월(95조9000억원) 대비 18.5% 증가했고, 자체헤지 발행잔액(48조6000억원)은 21.2% 급증했다. 백투백헤지(47조3000억원)도 전년 대비로 15.8% 늘어났다.
자체헤지는 증권사가 ELS를 발행하기 위해 모집한 자금을 직접 운용하는 것을 말한다. 고객이 상환을 요구할 경우, 증권사가 갖고 있던 채권이나 선물옵션 등을 정리해 돌려준다. 백투백헤지는 증권사가 모집한 자금으로 다른 회사가 발행한 ELS와 계약을 맺는 것이다. 백투백을 하는 회사가 리스크를 부담해 증권사에 부담이 없다는 강점이 있다.
백투백헤지는 자금을 전액 보내는 펀디드 백투백과, 계약만 맺고 운용실적에 따른 손익금액만 정산하는 언펀디드 백투백으로 나뉜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외국계 금융투자사는 언펀디드 백투백헤지를 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금감원은 자체헤지 규모가 높은 증권사를 중점으로 현장을 점검할 계획이다. 자체헤지는 시장 상황이 좋으면 수익이 극대화되지만, 반대로 시장상황이 악화될 경우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자체헤지 규모가 큰 증권사로는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이 꼽힌다. 다만 삼성증권은 작년에 현장점검을 받은 바 있어 올해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ELS에 대한 현장점검도 계획 중이다. 올해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줄어 제시수익률이 감소하자 종목형 ELS 발행 비중이 작년 6%에서 올해 9.6%로 증가했고, 발행 규모도 35.7% 급증했다. 종목형 ELS는 개별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에 준하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종목형 ELS 쏠림이 많거나 특정 지수만 발행하는 회사도 현장점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ELS 발행신고서를 더욱 세부적으로 들여다보고 필요한 경우에는 증권사들에게 자료를 요청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하반기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닌데 9월이나 10월쯤으로 예상된다"면서 "자체헤지 규모가 높은 곳이 현장점검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종목별 ELS도 쏠림이 많을 경우, 중소형 증권사라도 현장점검을 강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항섭 기자 kalth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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