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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윤하 "음악은 소통과 대화…단순 비즈니스 아냐"
10대 소녀서 어엿한 데뷔 15년차 "음악 장르 '조정' 역할 하고파"
"내가 누구인지, 집중하는 시기" 앨범 발매 기념 인터뷰②
2019-07-02 12:00:00 2019-07-02 12: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 윤하의 새 EP 앨범 '스테이블 마인드셋'에 대한 질문들이 숨 고르기를 할 무렵. 본지 기자는 '자신의 음악에 대중성이라는 척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그는 "음악은 대화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며 답했다. "아무리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이라 하더라도 누군가를 알아듣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대중성은 아주 중요한 척도예요. 하지만 요즘 음원 차트의 통계만으로 그걸(대중성) 판단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음악은 단순한 비즈니스로 보면 안된다는 생각이 있어요."
 
가수 윤하. 사진/C9엔터테인먼트
 
올해 데뷔 15년차(2004년 일본에서 먼저 데뷔·2006년 한국 데뷔)인 그는 발라드와 록, 재즈, 알앤비(R&B)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의 음악 지향을 만들어왔다. 
 
유희열, 조규찬, 에픽하이, 넬의 김종완 등 선배 뮤지션들과 협업해왔고, 라디오 DJ 아이돌 음악부터 인디씬의 좋은 음악들을 전파하는 가교 역할도 해왔다. 
 
대중성과 마이너함, 그 양자를 아우르는 도전 덕에 팬층의 범위도 넓다. 그는 자신의 음악을 두고 "대중적으로 알려진 곡들부터 숨겨진 노래까지 좋아해주는 팬들을 보면 저는 대중성과 마이너한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며 "다만 저 스스로는 대중가수라는 인식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대중음악계의 특정 음악 장르 편중 문제를 두고는 "그리 불균형 상태라 보진 않는다"고 했다. 그는 "댄스를 포함한 케이팝이 굉장히 특별한 방향으로 성장하는 것 같다"며 "댄스와 발라드, 팝 등이 서로 나뉘어 전례없는 발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또 "각자 파트의 뮤지션들이 조금 더 장르를 믹스체인지하는 시도들은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도 난해하지 않은 선에서 장르 간 '조정'의 역할을 앞으로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가수 윤하. 사진/C9엔터테인먼트
 
2015년 두 번째 EP '뷰(View)' 이후 일본 활동이 없는 것과 관련해선 "한국과 일본 시장 사이의 괴리감 때문"이라고 솔직히 답했다. 
 
"일본에서는 '괜찮아 잘 될 거야'라는 식의 노래들을 좋아하는데, 국내 팬들은 더 '리즈너블(현실적이고 합리적인)'한 내용들의 노래를 선호해요. 일본이 산뜻한 느낌의 노래를 원하면 한국에선 한이 많아야 할 것 같고…. 그런 간극에서 일단 우선적으로 제 자신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깃발'에 비유했다. "깃발을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다고 한번 생각해 볼까요. 그러면 나중에 저를 찾아오려는 사람이 제 진짜 주소가 어딘지 헷갈릴 수 있지 않겠어요? 한국, 일본 각각의 시장에 대한 욕심을 내기 보다는, '내가 누구인지', '내 음악이 뭔지' 에 대한 집중을 해야 하는 시기라 생각했어요."
 
본연의 목소리를 중심에 두고, 발라드로 풀어낸 이번 앨범에서 그는 '소통'에 주안을 둔다. "사람 사이의 고민을 나누고 소통하는 게 음악적으로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사이에 다름이 있을 수 밖에 없겠지만 그것을 인정할 때 소통에 대한 노력에 더 다가설 수 있지 않나 믿어요. 그런 것들이 잘 이뤄지면 저 역시 앞으로 음악적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이번 앨범은 13년간 '노래하는 윤하'를 좋아해준 팬들과 나누고 싶은 앨범이에요."
 
가수 윤하. 사진/C9엔터테인먼트
 
'비밀번호486'을 노래하던 10대의 소녀가 이제는 어엿한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그는 "당시는 세상에 외치고 싶은 게 많았고, 알아줬으면 하는 심정으로 목소리도 크게 내고 싶었다"며 "그때 그때 저에게 어울리는 음악을 해왔고, 그렇게 하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또 앞으로는 "이소라와 유희열 같은 선배들처럼 한 자리를 꾿꾿이 지키는, 그런 뮤지션이 되고 싶다"며 웃었다.
 
"달은 멀리서 봐도 빛나듯이, 그분들은 늘 그 자리에 계신 것 같아요. 그래서 저 역시 요즘 후배들을 보면 반가운 마음에 막 다가서고 싶다가도, 어느 정도 선을 유지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야 멋있다 생각도 들고 책임감도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이번 앨범을 시작으로 윤하는 사계절 연작 시리즈를 이어갈 계획이다. 굴곡진 개인의 삶을 계절에 빗댄 앨범들을 낼 예정이다. 
 
"바로 다음 EP 앨범은 아마 겨울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아마 다음 앨범에서는 밴드 사운드를 낼 것 같아요. 손악기가 저와 어울린다고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재즈든, 록이든 다시 밴드 사운드로 호흡하는 기회가 있을 것 같아요."
 
정규 앨범을 묻는 질문에는 "아직은 모르겠다"며 웃었다. 최근 노래, 앨범 작업 외에 간간히 꽃꽃이도 한다는 그는 한결 여유가 있어 보였다.
 
"계획을 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고, 생각했던 것 만큼 안될 때도 많아서요. 목표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너무 스트레스 받으려 하지 않고 있어요. 그리고 누구에게나 많이 흔들리는시기가 있겠지만, 그렇게 흔들리더라도 '괜찮아' 라는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어요."
 
가수 윤하. 사진/C9엔터테인먼트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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