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전자증권은 자본시장 4차산업의 모멘텀”
박종진 한국예탁결제원 전자증권개발지원단장
주주관리 효율성 증가도 기대…"도입 후 유령배당 사태는 없을 것"
입력 : 2019-07-03 06:00:00 수정 : 2019-07-03 11:10:45
[뉴스토마토 신항섭 기자] 오는 9월16일 전자증권제도가 본격 도입됨에 따라 국내 자본시장에서 실물주식인 종이증권이 사라지게 된다. 전자증권제도는 실물증권을 발행하지 않고 전자등록의 방법으로 증권의 발행·유통·권리행사 등 모든 증권 사무를 처리하는 제도다.
 
대한민국은 IT강국이란 호칭과 어울리지 않게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전자증권 도입이 늦었다. 덴마크는 무려 1983년에 전자증권 제도를 시작한 것을 비롯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33개국이 이미 전자증권을 이용하고 있다.
 
국내 전자증권제도의 도입을 이끌고 있는 박종진 한국예탁결제원 개발지원단장은 그 필요성을 늦게 인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번 전자증권제도 도입이 자본시장 4차산업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종진 한국예탁결제원 전자증권개발지원단장. 사진/한국예탁결제원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1995년에 한국예탁결제원에 입사하고 주로 시스템개발과 관련된 일을 해왔다. 회사에서 여러번의 시스템 개발이 있었는데, 회사의 최초 시스템통합(SI)사업인 세이프21도 참가했었고, 펀드넷, 대차관리시스템, 전자단기사채 등을 개발했다. 특히 자본시장의 최초 전자증권이라고 볼 수 있는 전자단기사채 업무는 6년 동안 맡았다. 이 경험으로 인해 전자증권개발지원단의 단장을 맡게 됐다.
 
-원래 전산학 쪽을 전공했는지.
개발 쪽 업무를 많이 해서 많이들 물어보는데 사실 전공은 경영학이다. 보통 처음 시작하는 업무를 계속하게 되는 사례가 많은데, 나도 시스템 개발을 연달아 하게 됐고, 회사 내 개발 관련 태스크포스(TF)에도 여러번 합류했다. 그래서 후배들도 내가 전산학을 했다고 아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도 경영학과를 나왔다는 것도 잊어가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의 개발 TF라는 것은 전산지식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전산 관련 지식이 당연히 필요하지만 금융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가 필수다. 또 금융에 알맞은 비즈니스모델을 IT기술을 동원해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업무를 할 때 복합적인 요소를 넣은 하나의 종합예술이라고 생각하며 임하고 있다.
 
-전자증권추진본부에 대해 소개해달라.
전자증권을 시도하기 위해선 법, 시행령 등의 규정이 필요하고, 시스템 변화를 위한 개발이 필요하다. 그래서 전자증권에 대한 인프라,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전자증권추진본부를 설립했고 IT와 현업을 중심으로 개발지원단과 개발사업단으로 나눠서 업무를 분담하고 있다.
 
지원단은 현업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모델링을 해 나가는 업무를 하고 있고, 사업단은 IT를 중심으로 개발과 이를 위한 기술적인 부분을 지원하고 있다.
 
-9월부터 전자증권 도입이 되는데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일반 투자자들도 변화를 느낄만한 부분이 있는지.
사실 증권사를 통해 주식을 거래하는 투자자 입장에선 변화를 거의 못 느낄 것이다. 그래서 스마트폰으로도 거래하는 등 다 전산화돼 있는데 전자증권이 필요한 거냐고 묻는 경우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 증권의 발행과 거래, 권리행사는 실물이 있다는 전제 하에 이뤄지고 있다. 다만 자본시장법에 따라 증권회사를 통해 거래하는 것은 한국예탁결제원에 집중예탁하게 돼 있고, 예탁은 실물 없이 되도록 예외로 해놨다.
 
하지만 모든 주식의 발행, 유통, 권리행사는 실물을 기반으로 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거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전자증권이 도입되면 그런 시간과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 아직도 43만명 정도가 주식을 실물로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물을 직접 주고받는 불편함이 사라지고, 권리행사를 위해 명의개서를 해야 하는 불편도 해소된다.
 
주식을 발행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신속한 발행업무덕분에 자금 조달 절차가 개선된다. 특히 주식 발행 실무 절차가 대폭 줄어든다. 주주 관리의 효율성도 높아진다. 현재는 상법에 따라 기준을 세우고 주주명부를 작성하는데, 전자증권은 실명제로 관리돼 주주명부로 작성할 수 있다. 주주명부 폐쇄기간을 짧게 잡아도 되고 빨리 작성할 수 있어 긴급 현안이 생겼을 때 임시주주총회를 여는 것도 편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회사 입장에서는 증권발행 관련 사업이 더욱 확대되지 않을까. 기존 예탁제도는 발행회사가 참관하지 않는 방식이었지만 전자증권제도는 발행회사가 등록기관에 참가하고 등록신청을 해야 한다. 발행회사가 네트워크로 연결되기 때문에 물리적 거리를 극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자단기사채를 도입하기 전 기업어음(CP)을 발행할 때는 증권사들이 실물을 수령하기 위해 발행회사에 찾아가야 했다. 발행사에 대한 접근이 어렵다 보니 소수의 전문성을 갖춘 회사만 있었다. 하지만 전자단기사채 도입으로 발행회사가 직접 입력할 수 있게 되자 증권사가 검색하고 컨택할 수 있게 됐고, 많은 기관들의 참가로 이어졌다. 발행, 인수 역할을 네트워크를 통해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생긴 것이다.
 
-전자증권제도가 도입되면 유령배당 같은 사고가 사라지게 되는지.
실물을 기반으로 한 기존 예탁제도는 두 가지 방식이 존재했다. 증권사에 실물이 들어와 예탁결제원으로 오거나, 발행사가 예탁결제원으로 가져오는 경우다. 즉, 바텁업과 탑다운 방식이 동시에 존재했다.
 
하지만 전자증권은 탑다운 방식만 존재해 유령배당을 막을 수 있게 된다. 발행회사가 등록신청을 하면 그걸 예탁결제원이 심사하고, 대금이 들어오면 발행하고, 발행된 내역을 관리계좌 내역에 전송하는 방식이다. 계좌부에 기재되는 순간 발행회사도 증권 발행내역을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증권회사도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탑다운 방식으로만 이뤄지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한 컴플라이언스를 강화하면 당연히 사고를 막을 수 있다. 특히 이전에는 시차가 있었지만 이젠 리얼타임이다. 발행된 순간 알려지고, 인식하고 비교·확인이 가능하다.
 
-전자증권의 긍정적인 부분이 많은데 왜 국내 도입은 늦어졌는가.
한마디로 말하면 필요성을 느끼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유럽은 1983년에 덴마크에서 전자증권제도를 도입하면서 바람이 불었었다. 미국도 1987년 국채를 전자등록제도로 바꿨다. 국경 이동이 자유로운 유럽에서 한 나라가 시작하자 프랑스, 영국, 스웨덴 등 연쇄반응을 보이며 번졌다. 또 미국과 유럽간의 자본이동이 자유로왔고, 북미시장이 유럽으로 몰리는 자본을 끌어오기 위해 전자증권을 시작했다. 이후 전자증권이 갖고 있는 강점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표준화 됐다. 아시아에서는 자본시장이 앞선 일본이 2002년부터 2009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비교적 늦게 도입했다. 중국은 1993년 자본시장을 개방하면서 전자증권도 함께 시작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조용한 편이었다. 예탁제도가 발전된 이유가 컸다. 예탁된 순간부터 실물 없이 모든 것이 잘 이뤄지도록 만든 주권 불소지제도가 발전돼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주식과 채권시장의 투자 열풍은 거래 중심이다. 그래서 IT 기술이 거래와 관련된 부분으로만 발전했다. 스마트폰으로 주식을 내 걸로 만들 수 있게 해놨다. 전 세계 금융시장 가운데 거래에서만큼은 우리나라가 최고 수준이다. 또 상장사 주식의 98%가 예탁돼 있어 매매거래가 잘 됐다. 매매거래가 중심이었다 보니 권리행사나 발행 절차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고, 글로벌 경쟁력에서 비켜서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액면분할이 변화를 가져왔다. 작년에 삼성전자가 액면분할 때문에 주식거래가 한달간 정지된다고 하니까 ‘왜 한달이야’라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의문이 제기됐다. 한국은 실물 기반이라 구주권을 제출하고 신주권을 발행하는 데 한달이 걸려 거래정지 기간이 한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더니 아직도 후진국가라는 비판이 나왔다. 외국에서는 무정차 거래도 가능하니 그렇게 보였던 것이다.
 
또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과 국내증시에 차지하는 포지션이 컸던 것도 영향을 줬다. 삼성전자가 포함된 지수, 파생결합증권 상품 등이 많이 개발된 상태에서 한달 동안 가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거래할 수 없다는 것은 국내외 금융기관이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 삼성전자 액면분할이 시장의 낙후성을 부각시킨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전자증권에 관한 최대 홍보 효과가 아니었나 싶다.
 
-새로운 제도 도입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는지.
전자증권에 대한 공감대가 없어 많이 힘들었다. 전자증권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 가는데 있어 증권사들의 공감대가 없었다. 과거 110볼트로 쓰던 전기를 220볼트로 바꿀 때 많은 사람들의 항의가 있었다고 한다. 가전제품을 완전히 바꿔야 하니까, 왜 220볼트로 바꾸냐며 공감하지 못했던 것이다. 증권사들 입장에선 전자증권이 그와 같은 사례일 수 있다. 전자증권 안 해도 거래 잘 되고 지장 없는데 왜 전자증권을 해야 돼냐고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또 전자증권 때문에 시스템을 이러저렇게 개선하고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하면 예탁제도 그대로 하면 안 되느냐는 주장도 많았다. 시스템을 개편하기 위해 뜻을 모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계속 설득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많이 힘들었다. 지금도 왜 전자증권을 해야 되냐고 묻는 분들이 많다.
 
-전자증권 도입 후 기존의 실물주식은 어떻게 되는가.
전자증권법에 따라 실물 발행은 못한다. 그리고 기존에 있던 실물은 종이증권에서 그냥 종이로 전략한다. 예탁결제원 금고에 있던 것은 이미 폐기를 시작했고 이달 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혹시나 찾아가는 주주들이 있을까봐 최소한의 수량만 남기고 폐기 절차에 들어갔다. 다만 일부 대표적인 증권실물은 남겨서 증권박물관에 전시할 예정이다.
 
-목표가 있다면?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예탁제도의 부분을 전자증권에 흡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 비상장사는 전자증권이 선택이라 예탁제도도 함께 병행해야 하는데, 하나의 전자증권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전자증권이 자본시장의 4차산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증권사나 발행회사간의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도 나올 수 있도록 환경 조성에도 노력하겠다.
 
신항섭 기자 kalthe@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증권계좌대비 300%, 연 2.6% 토마토스탁론 바로가기
  • 신항섭

빠르고 정확한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