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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 17년만에 국내 입국 길 열려(종합)
대법 "총영사관, 유씨 비자발급 거부처분 위법"…여론 후폭풍 예고
2019-07-11 15:22:49 2019-07-11 15:22:49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병역기피 의혹으로 17년 동안 국내 입국이 거절된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씨에 대한 사증(비자) 발급 거부 처분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무부 장관의 입국금지결정을 유일한 이유로 한 사증 발급 거부처분은 총영사관의 법적 권한을 제대로 행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이로써 유씨가 한국땅을 밟을 가능성이 생겼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일 유씨가 주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 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하급심을 거쳐 이번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총영사관은 취소판결의 취지에 따라 하자를 보완해 유씨의 사증발급 신청에 대해 다시 처분을 내려야 한다. 
 
대법원은 "출입국관리법상 총영사관의 사증발급 거부처분은 재량행위인데도 총영사관은 자신들에 주어진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고 오로지 13년 7개월 전 유씨에 대한 입국금지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거부처분을 했으므로 이는 재량권 불행사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또 "총영사관은 유씨 아버지에게 전화로 처분결과를 통보하고 유씨에게 처분이유를 기재한 거부처분서를 작성해주지 않았는데 이는 행정절차법을 위반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총영사관은 거부처분 당시 재외동포법이 재외동포의 대한민국 출입국과 체류에 대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국적을 취득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해 외국인이 된 경우에도 38세 전까지만 F-4 체류자격 부여를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사증 발급 여부를 결정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유씨가 충분히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다. 다만 입국금지결정이나 사증발급 거부처분이 적법한지는 실정법과 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입법자가 정한 입국금지결정의 법적 한계, 사증발급 거부처분과 같은 불이익처분에 있어서 적용돼야 할 비례의 원칙 등을 근거로 재외동포 사증발급 거부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총영사관이 사증발급 거부처분 당시 고려했어야 하는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는데, 이 사항들은 총영사관이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재처분을 할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부연했다.
 
미국 영주권자로 국내에서 가수로 활동하던 유씨는 각종 방송에 출연해 "군대에 가겠다"며 병역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거듭 밝혔다가 지난 2002년 1월 해외 공연을 명목으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며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병역을 면제받아 거센 비판을 받았다. 병무청은 2002년 1월 법무부에 "유씨가 재외동포 자격으로 재입국하고자 하는 경우 국내에서 취업·가수활동 등 영리활동을 할 수 없도록 하고 불가능할 경우 입국 자체를 금지해 달라"고 요청했고 법무부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법무부 장관이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출입국관리법 제11조 1항 등을 들어 유씨 입국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 정보를 내부전산망인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에 입력했으나 유씨에게는 통보하지는 않았다.
 
중국 등에서 가수 겸 배우로 활동하던 유씨는 2015년 9월 LA 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인 F-4를 신청했으나 총영사관 측은 유씨 아버지에게 "유씨가 입국규제대상자에 해당해 사증발급이 불허됐다. 자세한 이유는 법무부에 문의하기 바란다"라고 통보했다. 또 여권과 사증발급 신청서를 반환했을 뿐, 처분이유를 기재한 사증발급 거부처분서를 작성해 주지는 않았다. 유씨는 그해 10월 "재외동포는 입국금지 대상자 심사 대상이 아니며, 재외동포 체류자격 거부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아 비자 발급 거절은 부당하다"라며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재외동포법상 병역기피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하거나, 대한민국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면 재외동포 체류자격 부여가 거부된다"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항소심도 "유씨에게 입국금지 명령이 내려져 있었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비자발급 거부에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원심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틀렸다고 봤다.
 
가수 유승준.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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