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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생색만 낸 카카오뱅크 연 5% 특판
특판 예금, 1초만에 100억원 한도 소진…"서버마비·소수혜택에 신뢰도 하락"
2019-07-22 15:30:24 2019-07-22 15:30:24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한국카카오은행(이하 카카오뱅크)이 천만 고객 달성을 기념해 연 5%대 특판 예금을 내놨지만 개시 시작과 동시에 한도가 소진되고, 서버 마비가 발생하는 등 서비스 이용에 차질이 빚어졌다. 높은 이자를 미끼로 고객을 현혹하며 흥행에는 성공한 것이다. 다만 접속자 폭주와 고객 수요에는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마케팅만 효과만 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각 11시 카카오뱅크에서 발송한 개인화된  개별링크를 통해 예금 가입을 시도했지만, 해당 서비스는 제때 운용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백아란기자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연 5% 이자를 주는 예금(만기 1년)을 100억원 한도로 선착순 판매했다. 이번 특별판매 정기예금은 1000만 고객 돌파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사전 응모자를 대상으로 출시됐다. 이를 위해 카카오뱅크는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사전응모 접수를 받았으며 고객은 문자메시지로 발송된 가입링크를 통해서만 가입을 할 수 있었다.
 
특판 예금 금리는 연 5%(세전)로 최소 가입금액은 100만원, 최대 1000만원까지였다. 이날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 기준 1년제 정기예금 금리가 가장 높은 은행 상품은 부산은행 MY SUM 예금으로, 우대금리를 포함할 경우 2.70% 수준이다. 연1%대 예금도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2.5배가량 금리가 높은 셈이다.
 
더욱이 최근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1.50%로 기존보다 0.25%포인트 내려감에 따라 수신금리 인하도 예고되는 상황에서 카카오뱅크의 이번 특판은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특판 예금은 상품 출시와 동시에 한도가 모두 소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문제는 동시 접속자가 몰리며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는 등 원활한 금융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행사가 시작됐던 11시부터 40여분 간 카카오뱅크에서는 트래픽 증가로 모바일애플리케이션 로그인과 계좌조회가 되지 않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으며 상담 역시 고객문의 증가로 장시간 지연됐다.
 
아울러 11시 정각에 접속했음에도 상품에 가입하지 못한 고객의 원성도 자자한 상황이다. 특히 이번 이벤트 가입을 위해 기존 보유 예금을 해약하거나 한도 계좌로 가입한 경우 출금이 하루 200만원(모바일앱 이체 기준)밖에 안 된다는 점에서 고객 불편도 야기하고 있다.
 
결국 기존고객을 붙잡고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높은 이자율을 꺼내든 게 아니냐는 인상을 떨치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전 응모는 카카오뱅크 입출금통장을 보유한 고객에 한해 가능했기 때문에 은행 계좌가 없는 고객은 사전 응모기간 동안 입출금 통장을 신규로 만들어야 하는 까닭이다. 또한 사전 신청을 받았음에도 고객 접속에 적절히 대응하지도 못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사전 접수자가 몇 명이었는지에 대해 말하긴 어렵다”며 “이번 이벤트는 그동안 카카오뱅크를 이용해준 고객에 대해 감사의 의미를 표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날 진행된 특판 예금 이외에도 28일까지 다양한 이벤트가 준비돼 있다”고 부연했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오는 23일은 체크카드로 1만원 이상 결제한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CGV 영화 티켓 1만장을 증정할 예정이며 24일에는 ‘26주적금’ 새로 개설한 고객에게 만기 달성시 쌓인 이자의 두 배를 줄 방침이다. 이밖에 25일은 5000달러 이하 해외 송금 고객에 한해 송금 수수료와 환전 비용을 모두 되돌려주는 '해외송금 비용 완전 무료' 이벤트를, 26일에는 간편이체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나이키 에어맥스를 증정하기로 했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카카오뱅크의 이벤트에 대해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도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요즘같은 저금리 시대에 5% 특판은 상당히 높은 것”이라면서도 “혜택을 받지 못한 고객이 더 많다는 점에서 오히려 은행에 대한 신뢰를 잃고 떠나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고금리 상품 출시는 은행의 마케팅 전략 중 하나이기 때문에 제재를 하거나 평가하긴 어렵다”면서도 “내년부터 예대율 규제가 도입되니까 자금 조달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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