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두 얼굴'…삼성 겨냥하며 “한국 고용 기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삼성 미국에 관세 내지 않아 경쟁 힘들어” 민원
한국에서는 32만개 일자리 창출했다고 발표…국내 여론 ‘싸늘’
입력 : 2019-08-19 17:43:46 수정 : 2019-08-19 18:20:13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애플이 우리나라 대표 기업 삼성전자를 겨냥했다.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경쟁이 힘들다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민원’을 넣은 것이다. 같은 날 애플은 한국이 중요한 시장임을 부각시키며 국내 고용에 기여했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이중적인 행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블룸버그, CNBC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애플은 관세를 부과 받는 반면 삼성전자는 관세를 내지 않아 경쟁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삼성전자는 한국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수출할 때) 관세를 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애플 입장에서 관세를 내지 않는 아주 좋은 회사(삼성)와 경쟁하면서 관세를 부담하는 건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쿡의 강력한 주장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팀 쿡 애플 CEO가 신규 서비스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애플이 트럼프 대통령에 관세를 언급한 데는 미국이 다음달 1일부터 중국에서 들여오는 제품에 10% 관세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애플 제품이 그 영향권에 든 탓이다. 애플 스마트폰인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은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애플워치는 9월부터, 아이폰과 맥북은 유예기간이 적용돼 올해 12월부터 관세가 부과된다. 삼성전자도 중국에 생산라인이 있지만 대미 수출용 휴대폰은 베트남과 인도 등지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에 따라 무관세를 적용받는다.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서 생산되는 아이폰 등에 대한 관세를 면제하거나 삼성전자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원래 애플의 대부분 제품은 다음달부터 10%의 추가 관세를 받아야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연말 소비 진작’을 이유로 아이폰, 아이패드, 노트북컴퓨터 등에 대한 관세 부과를 각각 9월과 12월로 연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에 대한 투자를 거듭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는 6월말 방한 때 한국 기업인과 회동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추켜세우며 대미투자 확대를 촉구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관세 카드까지 들고 나온 것은 기업이 위기에 봉착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면서 “삼성전자와 기술력 등으로는 경쟁이 안 된다는 점을 내포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발표한 애플의 2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은 53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115억4400만 달러로 8.5% 감소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굳건한 1위(2분기 기준, IHS마킷)를 지키고 있는 반면, 애플은 중국 화웨이와 오포에 밀려 4위까지 추락했다.
 
때문에 이날 애플이 한국 진출 20년 만에 처음으로 직원 수를 공개하며 “국내에서 5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고 32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발표했음에도 국내 여론은 싸늘했다. 소비자들은 “애플이 말한 32만개 일자리 중 대부분이 휴대폰 유통이나 판매업일 것”, “고객센터도 찾기 힘들고 상담 전화도 잘 연결되지 않는데 수백 명의 직원들은 무엇을 한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실제 애플코리아는 아이폰을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2009년 조직을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한 후 실적 등 주요 사업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내 아이폰 광고비용을 이동통신사에 떠넘기거나 일정 물량 구매를 강요하고, 이통사 매장 디스플레이까지 관여하는 등 ‘갑질’을 하고 있다는 민원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의 1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65%)에 이어 2위(18%)다. LG전자와는 불과 2%포인트 차이로 점유율이 계속 축소되고 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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