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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 펀드투자 ‘색깔론’
2019-08-29 06:00:00 2019-08-29 06:00:00
요즘 사모펀드가 여러 모로 세인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들 돈 싸들고 사모펀드로 몰려간다는 뉴스에나 등장했는데, 지금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검증 때문에 유명세를 타고 있다. 
 
오늘 할 얘기가 인사검증 쪽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번 사건으로도 사모펀드는 고수익 상품으로 다시 한번 각인될 것 같다.  
 
사모펀드가 펀드 설정액에서 공모펀드를 앞선 지는 오래된 일이다.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추세가 바뀔 것 같지도 않다. 그로 인해 가입금액이 억 단위인 사모펀드에 접근할 수 없는 일반인들의 소외감만 더욱 깊어지고 있다.  
 
사모펀드의 높은 인기는 자산가들이 찾는 특별한 상품이라서 생긴 게 아니다. 사모펀드들이 기록한 높은 수익률 때문이다. 그리고 그 좋은 성과는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뚜렷한 목적의식으로 똘똘 뭉쳤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대개 사모펀드가 투자하는 자산엔 공모펀드도 투자할 수 있다. 단지 투자자들의 투자형식이 다를 뿐이다. 사모펀드 투자자들은 수익을 위해 다른 것들을 희생한다. 예를 들면 공모펀드에 비해 많은 보수를 내야하고, 성공보수도 줘야 한다. 일정기간 환매도 할 수 없다. 공모펀드는 보수율도 낮고 성공보수는 없다. 중간에 아무 때고 환매할 수도 있다. 
 
그래서 사모펀드는 몸이 가볍다. 목표가 확실한 사람들이 모였으니 중간에 평가손실이 발생했다고 돈을 빼는 경우도 드물다. 펀드매니저가 마음 놓고 기량을 발휘할 수 있고, 의도했던 대로 돈을 굴리며 목표한 성과를 노릴 수 있다.  
 
공모펀드는 그렇지 못하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모여 투자하다 보니 들락날락하는 돈이 많고 말도 많아서 펀드매니저가 오롯이 목표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성과가 좋을 때야 별말 없겠지만 남들보다 수익률이 떨어지면 항의전화가 쏟아지니 운용사로서는 남들과 다른 투자를 하기가 쉽지 않다. 펀드의 성과가 남보다 좋은 것은 남들과 다른 투자를 했다는 뜻인데, 중간에 흔드는 사람이 많으면 그런 투자를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성과도 신통찮고 그에 실망한 돈이 빠져나가고, 악순환이다. 
 
좋은 성과를 얻고 싶다면 내게 맞는 펀드, 펀드매니저를 골라서 투자한 후 그 사람의 운용철학, 스타일이 바뀌지 않는 한 믿고 기다려야 한다. 
 
펀드의 ‘색깔론’을 주장한 바 있다. 빨간색을 내걸고 운용하는 펀드는 빨갛게 운용돼야 하며, 수익률이 안 좋다고 파랗게 운용하라고 요구할 게 아니라, 과연 빨간 투자가 자신에게 맞는지 다시 점검하고 맞다면 믿고 기다리라는 것. 빨갛게 운용하겠다고 표방했던 펀드가 중간에 파란 운용으로 바꿔버리면 그게 더욱 큰 문제라는 것. 
 
나의 색깔과 펀드의 색깔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알 때까지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맞다. 사모펀드 투자자들은 돈이 많은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기 색깔을 잘 알고, 그 색깔에 맞는 운용사와 펀드를 찾을 줄 아는 사람들이다. PB의 도움을 받아 찾기도 하겠지만.
 
자기 색을 지켜갈 수 있는 투자문화가 형성돼야 공모펀드가 부활할 수 있을 것이다. 1인 1펀드 시대가 다시 오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김창경 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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