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올해 주요 시중은행의 여성임원 비율이 2배 가량 증가하며 보수적인 은행권의 유리 천장에 금이 가고 있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분에 여성 고위직 확대를 주문하자, 은행들도 이에 공감해 여성 리더 수를 확대를 통한 기업문화 개선에 나선 이유에서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2분기말 기준 신한·국민·우리·KEB하나 등 4개 시중은행의 사외이사를 포함한 여성임원의 수는 9명(전체 121명)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5명(전체 119명)에서 1년 사이 80%(4명) 증가했다. 5년간 해당 은행들의 여성임원 수는 5명 내외로 유지됐었다.
각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의 여성임원이 26명의 임원 중 3명으로 가장 비중이 컸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여성임원이 각각 31명 중 2명이고, 신한은행은 33명 중 2명이다. 우리은행은 3년만, 신한은행은 4년만에 여성임원이 자리하게 됐다.
올해부터 확대되고 있는 은행권의 여성임원 진출은 지난해 3월 문재인 대통령이 여성의 고위직 확대를 주문한 데 대한 호응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정부혁신전략회의를 통해 '공공부문 여성임용 목표제 10·20·40'을 제시하며 구체적인 지향을 밝힌 바 있다. 오는 2022년까지 공공기관 여성임원 비율을 20%까지 높이라고 한 내용이 골자다.
이에 은행들도 같은 기간 동안 같은 비율의 여성 리더 수 확대를 약속하며 준비에 분주하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여성가족부와 지난 6월과 8월 각각 '성별균형 포용성장 파트너십'을 맺고 점진적인 확대를 진행 중이다.
국민은행은 오는 2022년까지 여성리더(부점장급 이상) 비중을 현재의 2배 수준인 20%까지 확대한다. 또 여성직원 직무 다양화 및 우수 여성인재 육성 관련 제도를 확대 및 강화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채용부터 승진까지 성차별 금지와 오는 2022년까지 부장급 여성 비율 10∼15%, 부부장급 여성 비율 20∼45% 달성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해당 협약은 지난 3월 여성가족부와 10개 경제단체가 체결한 내용의 후속과제로, 향후 추가적인 은행들의 참여가 점쳐진다.
신한은행은 지주 차원에서 진행하는 여성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신한 쉬어로즈(Shinhan SHeroes)’에 동참 중이다. 특히 작년 연말 그룹 임원인사에서 29명의 ‘신한 쉬어로즈’ 1기 졸업생 중 2명이 신한은행 임원진에 포함됐다. 올해 ‘신한 쉬어로즈’ 2기는 규모를 확대해 총 49명을 선발했으며, 지난 4일에는 ‘신한 쉬어로즈 아카데미’ 1회 차 강의가 진행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이 다른 업종 대비 여성 직원이 많은 편이지만, 여타 기업들처럼 고위직으로 갈수록 인사에 따른 성비가 쏠리는 게 사실이다”며 “여성리더 확산 움직임도 강제적인 비율 조정이 아니라 공정한 성과평가가 이뤄지게 돕는 내용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시중은행의 여성임원 비율이 두배 가량 증가하며 유리천장에 서서히 금이 가고 있다. 지난 6월과 8월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여성가족부와 각각 '성별균형 포용성장 파트너십'을 맺고 여성리더 확대를 약속했다. 사진/각사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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