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한국 국회, 이전투구를 멈춰라
입력 : 2019-09-17 06:00:00 수정 : 2019-09-17 06:00:00
별다른 휴식기도 없이 한국 국회는 8월 한 달간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소위 '조국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조국 사수'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조국 퇴진'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모든 게임에는 결말이 있듯 국회 인사청문회는 막을 내렸고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
 
문 대통령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한국당 의원들은 조 장관을 기필코 사퇴시키겠다며 2라운드에 돌입했다. 한 여성의원은 삭발을 하고, 한 남성의원은 단식에 돌입했다. 원내대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원외투쟁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도대체 이들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쉬지 않고 투쟁하는 것인가. 국민을 위해서인가, 국가를 위해서인가. 아니면 그들의 기득권을 지키고 내년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서인가. 진정 무엇을 위해서 그러는지 묻고 싶다.
 
우리와 대조적으로 프랑스 국회의원들은 휴가를 떠나 지친 피로를 풀고 넘치는 에너지를 충전해 지난 3일 업무에 복귀했다. 프랑스 의원들이 이번 국회 회기에서 처리할 안건은 산적해 있다. 먼저 국회 특별위원회의 생명윤리법 검토와 대책, PMA(procreation medicalement assistee·인공수정) 대상을 모든 여성에게 개방하는 법 제정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전진하는 공화국(LREM)당의 빼린 굴레(Perrine Goulet) 하원의원은 에두아르 필리프 수상이 참여한 여당 조찬 모임에서 "생명윤리는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는 주제로 법안들은 저마다 역사적 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잘 검토해 법제화할 의지를 갖고 있다. 그러니 국회는 활기를 띨 것이다"라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내내 프랑스 하원의원들은 특별위원회에서 생명윤리 법안 32개 조항을 놓고 2000개 이상의 수정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PMA 대상 확장에 관한 선도적 조치를 담고 있는 조항 1항은 긴 토론과 숙고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Les Republicains) 의원들이 일련의 수정안을 폐기하고, 의사들의 책임감을 추가항목에 넣어야 한다고 고집하기 때문이다.
 
니콜 벨루베(Nicole Belloubet) 법무부 장관은 PMA로 태어난 여성 동성애자 아이들의 친자관계 법안을 진전시키겠다고 밝힌 상태다. 특히 PMA를 이용하는 여성 동성애자 커플들은 결혼식 없이 사는 이성애자 커플들처럼 아이를 미리 식별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벨루베 장관은 프랑스엥포(FranceInfo)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에서 대리모를 통해 태어난 아이들의 친자관계를 식별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여당의 근거를 환기시켰다. 이 법안은 오는 24일 국회에서 통과될 예정이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프랑스 하원의원들이 할 일은 이것 말고도 많다. 새로운 교통수단 정책에 관한 법안을 심의하고 통과시켜야 한다. 시속 80km 규제 완화와 롤러스케이트 사용에 관한 법, 자전거 통근자들을 위한 보상정책 등도 포함된다. 에너지와 기후변화에 관한 법안도 26일 상원의회 개원 전에 종결해야 한다. 이는 2050년까지 <탄소의 중화>를 목표로 2022년 석탄 화력발전소를 최종 폐쇄하기 위한 조치다. 이 법안은 에너지 쇄신을 단계적으로 이행하려고 그 동안 상·하원에서 열띤 토론을 벌여왔다. 게다가 24일은 '반낭비 법안(le projet de loi antigaspillage)'을 재검토해야 한다. 마지막 날인 30일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염원했던 이민정책을 토론해야 한다.
 
이처럼 프랑스의 9월 국회는 법안처리로 눈 코 뜰 새 없이 돌아가는 모양새다. 이는 당연한 국회의 풍경으로 전혀 이색적이지 않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하루가 멀다 하고 변해간다. 이런 세상에 한 사회가 발맞춰 나가려면 필요 없는 법은 빨리 폐기하고 필요한 법은 신속히 제정해야 한다. 이런 중차대한 임무를 맡고 있는 국회가 싸울 시간이 어디 있단 말인가. 우리처럼 본연의 업무는 내팽개치고 정쟁만 일삼는다면 그 사회의 미래는 어찌될 것인가.
 
이제 한국 국회의원들은 대의도 명분도 없는 투쟁을 그만두고 본연의 업무로 돌아와 땀을 흘릴 줄 알아야 한다. 프랑스 국회의 9월 한 달 스케줄을 보라. 얼마나 빡빡한 일정인가. 변해가는 세상에 국민들이 발맞춰 살아가도록 새 법안들을 설계하고 제정하기 위해 서류와 싸우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지 아니한가. 그런데 우리 국회의원들은 본업은 뒷전으로 미룬 채 이전투구로 허송세월만 보내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지금의 국회처럼 일해서는 한국사회가 원활히 돌아갈 수 없다.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더 이상의 이기심을 고집하지 말고 정쟁을 멈춰라. 그리고 입법기관으로서의 위상을 되찾아라. 그렇지 않다면 내년 4월 총선에서 유권자의 호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sookjuliette@yahoo.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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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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