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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 부동산 대책 1년)쥐잡듯 잡았던 가수요, 죽지 않고 돌아왔나
규제 소나기 버틴 집값 포물선…"집값 잡을 파괴력 약해"
2019-09-19 14:59:31 2019-09-19 16:01:00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지난해 9월13일 정부가 부동산 종합 대책을 발표한 이후 하락했던 집값은 1년여 지난 시점에 포물선을 그린다. 대출 규제와 세금 인상, 여기에 30만호 공급 대책까지 발표되며 당시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다. 실제 대책 발표 이후 주택시장은 크게 하락했고, 정부는 집값이 안정화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규제 압박에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거래가 위축됐고 현금 부자 논란, 지방 부동산 시장 폭락 등 진통을 겪은 끝에 집값은 다시 꿈틀댄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9·13 부동산 대책은 곧바로 주택시장에 강력한 시그널을 보냈다. 국토부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을 살펴보면 서울은 8월 마지막주와 9월 1~2주 각각 0.45%, 0.47%, 0.45% 상승률을 기록했었는데 9·13 대책 발표 직후 셋째 주 상승률이 0.26%로 급락했다. 이후 0.10%, 0.09%를 기록하며 주간 상승률도 0.10% 아래로 하락했다. 결국 11월 둘째주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01% 하락했고, 이후 올 6월 셋째 주까지 31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도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9·13 대책이 초기엔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대출규제와 청약자격 강화, 신도시 공급 확대 정책이 맞물리면서 시장 상승세가 둔화하거나 하락하는 등 시장 안정화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특히 갭투자 등 주택시장에서 투기적 가수요를 차단했다는 호평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난해 과열된 서울 집값을 단기 진정시키고, 세금, 대출, 청약제도를 강화해 전세 끼고 집 사는 갭투자 수요를 시장에서 발붙이기 어렵도록 투기적 가수요를 감소시킨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9·13 부동산 대책 이전 급등세를 나타냈던 서울 등 주요 규제지역의 집값이 진정세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부작용이다. 전문가들은 9·13 대책 중 대출 규제를 부작용이 가장 컸던 대책으로 손꼽고 있다. 과도한 대출 규제로 실수요자의 주택시장 접근을 어렵게 했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 9·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분양시장에서 대출이 필요 없는 현금 부자들만 입지 좋은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는다는 비판이 일어난 바 있다. 결국 현금을 보유한 사람들만 분양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돈 있는 집 자녀들만 분양받는 ‘금수저’ 논란까지 나은 바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9·13 대책이 대출 규제로 인해 대출을 활용해 집을 구입하려는 중산층 이하 계층의 주택 구입을 어렵게 하는 반면 자금력이 풍부한 상위계층의 주택 구입에 전혀 영향을 주고 있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강남이나 주요지역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대부분 9억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이 안된다. 이는 오히려 돈 없는 서민이 강남이나 서울 주요지역에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임대사업자 등록과 증여가 증가하는 등 집을 팔지 않고 보유하는 관망세가 짙어진 이유에 대해 세금 문제를 지적했다. 먼저 종합부동산세 및 재산세 증가로 세금 부담이 높아지면서 증여로 출구 전략을 세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주택 증여 거래량은 6월 1015건에서 7월 1464건으로 44.2% 급증했다. 아울러 양도세가 여전히 높은 상태에서 일시적 2주택자 비과세 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축소하면서 출구를 찾지 못한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 등록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증여 건수 증가가 9·13 대책에 대한 현재 시장에 대한 평가라 해도 무방할 것 같다”며 “지금 잠깐 소나기를 피하고 미래 수익과 자산 증식을 기약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일시적 비과세 기간을 줄인 것은 투기적 수요를 줄일 수 있어서 잘한 정책으로 평가되지만, 양도세를 낮춰 출구를 만들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다주택자가 빠져나갈 구멍이 없게 만들어 결국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고 대기수요로 남아 버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 수 있게 하려던 정부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는 것이다.
 
향후 주택시장 전망과 관련해서는 서울은 강보합 또는 소폭 상승, 그 외 지역은 대체로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함 랩장은 “서울은 대부분 정비 사업을 통해 신규 주택을 공급하는데 정비 사업 총 공급량의 30% 정도에 그쳐 희소성이 강하다”며 “시장 유통 매물도 적어 매도자 우위의 시장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로 단기적으로 재고 주택시장의 가격상승 압력을 낮출 것으로 기대는 되나 가격을 떨어트릴 정도의 파괴력은 아닐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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