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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류에 '세종학당' 늘었는데…격오지 파견 피하는 교원 속출
필리핀·베트남 등 파견 포기자 급증…"행정력 낭비·현지 교육 차질 우려"
2019-10-14 15:57:25 2019-10-14 15:57:25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케이팝(K-pop) 등 한류 열풍으로 세계 곳곳에 한글을 가르치는 세종학당이 늘고 있지만, 정작 세종학당 파견 교원으로 선발되고도 가지 않는 교원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격오지 국가에 대한 부담 탓이다. 세종학당 파견을 위한 교육과 실제 파견의 매치 강화를 위한 제도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토마토>가 14일 단독 입수한 세종학당재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고작 3개 나라에서 한글을 가르치던 세종학당은 올해 60개 나라, 180곳으로 급증했다. 세종학당이 급성장한 이유는 케이팝, 드라마 등 한류 열풍이 불면서 한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영향이 컸다. 실제 한글을 배우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도 1997년 4개 나라, 2692명에서 지난해 76개 나라, 32만9224명으로 껑충 뛰었다. 
 
정부에서도 우리말과 한글을 전 세계에 더 확산하기 위해 세종학당 확대 계획을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9일 한글날을 맞아 "정부는 우리말과 한글을 세계에 더 확산하기 위해 세종학당을 2022년까지 220곳으로 늘리려 한다"면서 "외국 대학의 한국어 학과와 해외 파견 한국어 교원도 늘리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전 세계 180개 세종학당에서 한글을 배우려는 열기가 아주 뜨겁다"며 세종학당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전 세계적으로 세종학당이 늘면서 교원 파견도 증가 추세다. 세종학당재단에 따르면 교원 파견 인원은 지난 2015년 22개국·50명 수준에서 2016년 31개국·90명, 2017년 37개국·119명, 2018년 40개국·125명, 2019년 9월 현재 41개국·140명 등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교원 파견이 증가하면서 집행 예산도 증가, 2015년 20억3600만원 수준에서 지난해 53억8600만원으로 늘었다.
 
문제는 해마다 신규 파견 교원을 선발해 교육 과정까지 받지만, 최종적으로 파견을 안가는 교원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2015년 신규 파견 교원 선발자 교육은 36명이었지만, 실제 파견은 31명에 그쳤다. 2016년에는 선발자 교육이 61명이었으나, 실제 파견은 49명에 불과했다. 2017년에도 54명이 선발자 교육을 받았으나, 실제 파견을 간 교원은 47명이었다. 2018년 역시 61명의 선발자 교육이 진행됐으나, 실제 파견자는 59명에 그쳤다.
 
파견 포기자가 나온 국가들은 대체로 격오지 국가들이었다. 2016년 필리핀, 2017년 베트남·이란·중국·몽골, 2018년 러시아·중국·브라질·인도·필리핀 등이 주요 포기 국가들이었다. 미지원 국가 역시 이란, 아이티, 인도, 파키스탄, 콜롬비아, 콰테말라, 바레인 등이었다. 이들은 비선호 지역으로 인해 포기 및 미지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세종학당 교원 파견 포기자가 많아지자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현지 교육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만큼 교원 교육과 파견에 대한 매치 강화 차원의 인센티브 마련 등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 측은 "교육만 시켜놓고 실제로 파견을 안가는 인원들이 상당수 많다는 것은 결국 행정력 낭비이고, 적재적소에 교원 배치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현지 교육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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