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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반환점 도는 문재인정부-①일자리)"세금으로 고용 못 늘려…재정투입 방점 '산업계 혁신'에 둬야"
고용예산 77조 투입에도 효과 미흡…전문가들, 산업혁신 지원 통한 기업의 자발적 일자리 창출 강조
2019-10-19 20:00:00 2019-10-19 22:58:28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문재인정부의 일자리 체감경기가 좀체 나아질 기미를 안 보인다. 소득주도성장 등 국정과제를 꾸준히 실천하고 있으나 일자리 상황은 애초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 일부 지표들의 양호한 결과에도 '억지성과'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일자리 지표, 들여다보면 질적 하락 
 
문재인정부의 경제분야 국정과제 목표는 '더불어 잘사는 경제'다. 정부가 2017년 8월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경제분야는 26개 과제(129개 실천과제)로 제시될 만큼 비중이 높다. 핵심은 민생경제의 활력을 제고하는 것으로, 단연 일자리창출이 으뜸이다.
 
문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돌 때까지 일단 지표로 본 고용 현황은 나쁘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취업자 수는 2740만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만8000명(1.3%) 늘었다. 2개월째 증가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고용률(15~65세 고용률)은 67.1%로 전년 동기 대비 0.3%포인트 올랐다. 반면 실업자는 88만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4만명(13.7%) 줄었다. 같은 기간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가 차지한 비율(실업률)도 0.5%포인트 내렸다. 실업률은 2013년 9월(2.7%) 이후 최저치다.
 
하지만 고용지표 개선은 '억지성과'라는 비판이 불가하다. 경제활력 제고에 따른 '질적 개선'보다 재정 투입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일자리 수 증가는 기저효과 측면이 크고 증가한 일자리를 보더라도 재정이 투입된 노인 일자리와 복지일자리 위주다. 9월 고용동향 가운데 재정 일자리인 보건업과 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는 17만만명 늘어났다. 반면 주력 산업인 제조업 취업자는 11만1000명 감소했고 건설업 역시 3만9000명 줄었다. 연령별로 봐도 재정 일자리의 주요 대상인 60대에 취업자는 38만명 늘어났으나 30대와 40대 취업자 수는 각각 1만3000명, 17만9000명 줄었다. 정부는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늘어난 것도 일자리의 질이 좋아졌다는 증거라고 주장하지만, 상당수는 일자리안정자금 등의 혜택을 받기 위한 사실상의 강제가입 성격이 짙다. 
 
이러다 보니 고용지표가 개선됐다고 발표되더라도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암울하다. 문재인 대통령조차도 17일 경제장관회의에서 "고용지표가 개선되고 있으나 체감 상황이 여전히 어려운 이유를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지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자리 직접지원 '가성비' 낮아 
 
이런 평가가 나오는 건 일자리창출에 투입한 재정에 비해 성과가 미흡해서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이명박정부가 4대강 사업에 쏟아부은 예산만 22조원"이라면서 "이 돈이면 연봉 2200만원의 일자리 100만개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모든 정책 우선순위에 일자리를 뒀다. 그러다 보니 취임 후 올해까지 일자리에 투입한 예산만 무려 77조원에 달한다. 단순 계산으로 4대강 사업을 3번이나 할 수 있는 막대한 액수다. 그렇다면 고용창출 성과는 과연 77조원 만큼 효과를 냈을까. 통계청 자료를 활용해 2008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11년간 고용동향(연도별 비교를 위해 '15세 이상 고용률'만 사용)을 살펴봤다. 추세선을 그어보면 고용률이 완만하게 우상향 한 것은 맞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후 이전 정권보다 "확실하게 일자리가 늘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이명박정부 5년 동안 평균 고용률은 59.0%, 평균 실업률은 3.4%였다. 박근혜정부는 각각 60.3%, 3.6%였다. 문재인정부 들어선 60.9%와 3.8%다. 문재인정부의 평균 고용률은 이명박정부 대비 1.9%포인트 늘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에서 박근혜정부를 거치는 동안, 또 문재인정부로 넘어오면서 각 정권의 평균 고용률은 이전 정권보다 공통적으로 1.0%포인트 정도 증가했다. 문재인정부는 최근 고용동향이 개선됐다고 호평했으나 현 정부에서만 특출나게 일자리 상황이 신장됐다고 평가하는 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실업률은 오히려 이전 정부 대비 늘었다. 
 
이명박정부 이후 고용률 추이. 사진/뉴스토마토
 
"재정의 방향성 과감히 개선해야"
 
문재인정부가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재정의 우선순위를 고용창출에 둔 판단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재편하려고 노력한 것도 사실이다. '광주형·구미형 일자리' 등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각종 노동개혁 등도 추진했다. 그럼에도 야권이 제기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라는 주장은 틀린 말이 아닌 셈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소득주도성장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고 일자리 상황판까지 만들어 고용동향을 챙긴 데 비해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예산을 빌미로 세금을 쏟는 걸 지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예산마다 다 '일자리 예산'이라고 이름 붙이지만 세금으로 고용을 확대할 순 없다는 설명이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예산을 투입한 그 자체보다 방향성의 문제"라며 "일자리가 가장 많이 늘어나는 기업, 기업이 투자를 늘리게 하는 산업계 혁신에 재정 투입의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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