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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리듬)파기환송심 첫 출석 이재용 "송구·죄송"
(뉴스현장)재판 중에도 엄숙한 표정 유지...35분만에 끝나고 귀가
2019-10-25 17:44:22 2019-10-25 17:44:22
변호인 "대법원 판결 존중…양형 판단 변론"
검찰 "부정한 승계작업 존재했다는 증거 내놓을 것"
정준영 판사, 삼성과 이재용에 당부의 말씀
"이재용 총수의 선언은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가"
11월22일 유무죄 심리, 12월6일 양형 심리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앵커]
 
박근혜 정권시 뇌물 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늘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출석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하다"고 말했습니다. 재판이 열린 서울고등법원 연결합니다. 왕해나 기자.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 첫 재판이었는데, 모습과 표정은 어떻던가요?
 
[기자]
 
이 부회장은 25일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 출석했습니다. 이 부회장이 법정에 서는 것은 지난해 2월5일 항소심 선고 이후 627일 만이었는데요.
 
이 부회장은 오전 9시29분쯤 검은색 카니발로 도착해 포토라인에 섰습니다. 그는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뇌물인정 액수가 올라가면 형량이 바뀔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내일이면 등기이사 임기가 만료되는데 앞으로 재판에 따라 경영활동 계획이 크게 변동되는가’ 등에는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 부회장과 함께 재판을 받는 삼성그룹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은 이보다 앞선 오전 9시16분, 오전 9시19분에 각각 법원에 도착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재판 도중에도 엄숙한 표정을 유지했습니다. 재판부를 응시하면서 판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습니다. 첫 공판이 끝나고 난 이후에는 취재진들에게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하며 법정을 떠났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파기환송심 1차 공판을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앵커] 
 
첫 재판에서 이야기된 내용은 어떤 건가요?
 
[기자]
 
재판부는 첫 공판에서 향후 심리 기일과 절차 등을 논의했습니다. 이 부회장 측은 유무죄를 다투는 대신 양형 심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부회장 변호인 측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이에 바탕으로 변론하고자 한다”며 “판결에 대한 유무죄를 다투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주로 양형 판단에 대해서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검찰은 이 사건이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승계작업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고 또다른 증거 제시를 예고했습니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은 승계작업과 부정한 청탁의 뇌물이다. 현재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수사를 하고 있다”며 “그 사건에서 승계작업은 동기이자 배경이고 증거도 많이 확보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앞으로 승계작업이 존재하는가 박 전 대통령의 우호적인 도움없이는 불가능했다는 증거자료를 내놓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파기환송심 1차 공판을 위해 출석, 입장을 밝히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앵커]
 
담당 재판장이 특별히 강조한 것이 있다면서요?
 
[기자]
 
네 재판장인 정준영 판사가 오늘의 공판을 마무리하면서 당부의 말을 덧붙였는데요. 내용을 살펴보면 정 판사는 “이 사건 수사와 재판 위해 많은 국가적 자원이 투입됐고 이 사건에서 밝혀진 위법행위가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국민적 열망도 크다. 그러나 다음 몇 가지 점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삼성그룹이 이 사건과 같은 범죄를 다시는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운을 뗐습니다.
 
첫 번째로는 실효적인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기업내부 준법감시제도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그는 “삼성그룹 내부에서 기업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적인 준범감시제도가 작동하고 있었다면 이 법정에 앉아있는 피고인들뿐 만아니라 박대통령 최서원씨도 이사건 범죄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미국 연준 제 8장과 그에 따른 미국 대기업들이 시행하는 실효적 감시제도를 참고하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두 번째로는 대기업집단 재벌 총수의 지배력 강화위해 저지른 범죄라는 점을 들었습니다. 정 판사는 “모방형 경제모델로 국가발전 주도한 재벌체제에는 과도한 경제력 집중과 일감몰아주기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이 나타고 있고 우리 국가경제가 혁신형 모델로 발전하는데 장애가 된다는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면서 “엄중한 시기에 재벌 총수는 재벌체제 폐해를 시정하고 혁신경제로 나아가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이야기 했는데요. 이 대목에서 이 부회장은 머리를 끄덕이기도 했습니다. 정 판사는 “심리 중에도 당당히 기업총수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당시 만 51세 이건희 총수가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위기를 과감한 혁심으로 극복했다“면서 ”2019년 똑같이 만51세 된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합니까“라고 여운을 남겼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파기환송심 1차 공판을 마치고 차량에 탑승해 있다. 사진/뉴시스
 
[앵커]
 
향후 재판은 어떻게 진행됩니까?
 
[기자]
 
네, 재판부는 11월22일에는 유무죄 심리, 12월6일에는 양형 심리 2번으로 나눠서 심리를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이 상고심에서 유무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놨고 변호인 측이 양형으로 다투겠다고 이야기한 만큼 주로 양형에 대한 법정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검찰 측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들을 이재용 부회장의 편법 승계작업의 증거로 내놓겠다고 한 만큼 유무죄 부분도 주의깊게 봐야할 것 같습니다.
 
[앵커]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 아직 결과 나려면 멀었지만 법조계 안팎의 의견은요?
 
파기환송심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형이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지난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삼성이 박근혜 정부의 최씨에게 제공한 34억원어치의 말 3마리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 등이 뇌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의 뇌물 및 횡령 혐의액은 원심의 36억원에서 86억원이 됐습니다.
 
횡령 액수가 50억 원을 넘으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재판부 판단에 따라 이 부회장에 대해서는 이 원칙이 깨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재판부 재량으로 최대 절반까지 형을 줄일 수 있는 작량감경을 적용하면 법정형이 2년6개월까지 조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 법조계에서 나옵니다.
 
지금까지 서울고등법원에서 뉴스토마토 왕해납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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