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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공간정보 '디지털 트윈' 구축, 범국가적 거버넌스 마련"
(피플)사공호상 국토지리정보원 원장 “지리정보원 공간정보 생산공장”
3차원 공간정보·실내공간정보 구축 나서
2019-11-05 19:00:00 2019-11-05 19:00:0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도를 펼쳐보며 길을 찾았다면 지금은 네이게이션이 이를 대신한다. 생활에 편의를 제공하는 휴대폰 속 수많은 어플리케이션 역시 위치 기반으로 작동된다. 이같은 기술 진보는 공간정보라는 '로우데이터(Low Data·기초자료)'가 있기에 가능해졌다. 공간정보는 공간을 구성하는 위치·경로·명칭 정보를 말한다. 사공호상 국토지리정보원장은 다가오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이러한 공간정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한다. 자율주행자동차, 드론, 스마트시티 같은 모든 기술혁명이 공간정보를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임기를 시작한 사공호상 원장을 만나 공간정보 관련 국토지리정보원의 업무와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지난 8월 취임한 사공호상 국토지리정보원장. 사진/국토지리정보원
 
국토지리정보원은 어떤 기관인가.
 
국토지리정보원은 국토교통부 소속기관이다. 1974년 설립 당시 이름은 '국립지리원'이었지만 2003년 지금의 '국토지리정보원'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국토지리정보원은 국토의 정확한 위치 기준을 설정하고, 지도를 포함한 다양한 공간정보 데이터를 제작해 제공하는 국가기관이다. 구체적으로 국토 측량의 기준점을 구축·관리하고, 국가기본도, 정밀도로지도, 남극지방 지도 등을 제작한다. 수원 영통구에 위치한 국토지리정보원에 오면 고산자 김정호 동상, 국가 경위도 원점, 위성기준점 등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이 우리 지리원이 어떤 기관인지를 설명한다. 
 
국토지리정보원이 생산한 고품질의 공간정보는 민간 기업이 내놓는 성과물처럼 국민 피부에 크게 와닿거나 드러나지는 않지만 과거 국토계획 및 개발 등 우리나라 경제 발전과 산업화에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현재도 국가 미래를 견인하는 핵심 인프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공간정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자율주행차를 위한 고정밀도로지도, 3차원 실내외 공간정보 등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취임 초기다. 임기 동안 구상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국토지리정보원에 오기 전 국토연구원에서 오랜 기간 관련 업무를 했다. 하지만 막상 이곳에 와서 정책을 집행하려고 하니 연구원일때와는 다소 간극이 있어 아직은 열심히 배우고 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임기 중 3차원 공간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트윈' 구축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한 기술을 말하는데, 현실과 동일한 3차원 공간정보와 실내공간정보를 우선 구축하고, 관계기관과 협력한 범국가적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해 본격화하고 싶다.
 
이외에도 위성기준점을 이용해 위치정보의 정확도를 개선하는 사업도 병행할 생각이다. 5G가 등장하고, 위치기반 서비스 기술이 발달해 정밀한 위치정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드론이나 스마트폰에서도 정확한 위치결정이 가능하도록 GPS의 위성측위 서비스를 확대하고, 재난재해 등 국가 차원의 공간정보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준비 중이다.
 
 
지난 1월 수원시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열린 국토위성센터 개관식에서 사공호상 국토지리정보원장(오른쪽 여섯 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테이프컷팅식을 하고 있다. 사진/국토지리정보원
 
지난 1일 국토위성센터가 문을 열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3차원 공간정보 구축이 핵심이다. 국토위성센터는 국토 위성영상을 촬영하고 수집·가공한 위성정보를 스마트시티, 디지털트윈의 기초자료인 3차원 공간정보 구축에 활용할 수 있는 국토관측 전용위성 관리를 위한 곳이다.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차세대 중형위성 개발 사업을 추진해 왔는데, 고정밀(해상도 흑백 0.5m급, 칼라 2m급)의 국토관측전용위성 2기를 개발해 오는 2020년, 2021년 각각 발사할 계획이다. 센터에서는 국토관측전용위성에서 촬영한 위성영상을 수집해 고품질의 공간정보로 가공해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렇게 제공된 공간정보는 공공부문의 다양한 공간정보로 활용하고, 위성정보에 기반한 융복합 산업을 창출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세종시 연기군 월산리에 위치한 우주측지관측센터는 어떤 곳인가.
 
우주측지관측센터에는 초정밀 지구관측 기술인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er)' 장비가 있다. VLBI 장비는 우주에서 오는 미세한 자연전파를 고정밀 위치정보로 변환시킬 수 있는 첨단 장비로 VLBI는 수십억 광년 떨어져 있는 '준성(Quasar·광학적으로 보통 별과 구별이 되지 않는 천체)'의 전파를 복수의 안테나로 동시에 수신하고 그 도달 시간의 차이로 관측점의 위치좌표를 구하는 시스템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우리나라 국가기준점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국가 간 장거리 측량 및 대륙 간 지각변동을 정밀 관측해 지진 등 자연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 세종시의 VLBI는 아시아에서 세 번째, 전 세계적으로 16번째로 건설된 것으로 미국, 독일, 호주 등 전 세계 17개국에 설치되어 있는 약 30개의 안테나를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관측하는 측지·측량분야의 첨단 장비다. 현재는 연간 약 60회의 국내·외 공동관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을 방문한 사공호상 국토지리정보원장(오른쪽 두 번째)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국토지리정보원
 
공간정보 측면에서 본다면 남북 통일시대도 대비해야 할 것 같다.
 
정부는 이미 지난 2007년부터 통일시대 한반도 국토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남북경제협력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공간정보를 제작하고 있다. 북한 전역에 대해 1/2만5000 수치지형도를 제작했고, 평양, 신의주 등 23개 주요 도심 지역에 대해서는 1/5000 수치지형도를 제작했다.
 
특히 작년에는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와 12월 26일 열린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에 따라 북한지역 철도·도로 연결 구간의 인프라 사업 지원을 위한 1/5000 수치지형도를 구축해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제공했다. 북한지역은 남한과는 다르게 항공사진 촬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해상도 위성영상을 이용해 공간정보를 제작하고 있다. 도로명칭, 건물명칭은 북한 관련 서적이나 해당 지역 출신의 새터민 인터뷰를 통해 수집해 작성한다.
 
지난 2016년 정부가 구글에 대해 국내 공간정보 반출을 불허했는데.
 
정확도가 높은 국내 지도의 해외 반출은 국익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국가 안보, 정보 주권, 공간정보 산업 발전, 다양한 분야와의 신산업 창출과도 연관이 높다. 당시 구글의 지도반출 요청은 안보 위험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구글 지도를 해외 여행자만 본다는 보장할 수도 없다.
 
당시 구글 측에 안보 우려 해소를 위한 보완 방안을 제시했지만 구글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국방부, 국정원, 외교부 등이 참여한 국외반출협의체에서도 지도반출을 불허하는 것으로 결정을 냈다. 구글이란 기업 하나를 위해 국민 세금으로 만든 국내 공간정보를 그냥 내줄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향후에 구글의 입장변화로 지도반출을 재신청하는 경우에는 국외반출 협의체를 소집해 재검토할 여지는 있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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