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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이재정 "'소방관 국가직화' 법안 통과는 국민들 덕분"
이재정 '1호법안' 국회 본회의 통과…"전국적으로 균질한 소방안전서비스 제공"
"내년 총선 화두는 일하는 국회…소수의원 요구하면 법안심사소위 열려야"
2019-11-25 06:00:00 2019-11-26 08:53:46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전국의 소방관이 내년 4월부터 국가직으로 전환된다. 국회는 지난 19일 본회의를 열고 전국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을 내용으로 하는 소방공무원법 개정안 등을 처리했다. '소방관 눈물 닦아주기 법안'이라고도 불리는 이 법안을 발의한 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다. 소방공무원법은 이 의원이 20대 국회 처음 입성해 발의한 1호 법안으로, 이 의원에게 특별한 법안이다. 이 의원에게 이제 남은 과제는 과거사정리법의 통과 여부다. 그는 과거사정리법 통과가 국가로부터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보내온 분들의 삶에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난 19일. 소방공무원법 등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을 위한 6개 법안의 표결을 앞두고 이재정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서서 직접 심사보고와 제안 설명에 나섰다. 당 대변인 활동을 하며 마이크 앞에서 발언하는 것이 늘 자연스러웠던 이 의원이었지만 이날만큼은 긴장되고 떨리는 순간이었다. 이 의원은 당시를 회상하며 "평소에 마이크 앞에 섰을 때보다 훨씬 더 음정이 올라가고 말이 빨라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법안이 의결되는 순간에는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되기까지 지나간 사건들의 기억들이 주마등 처럼 스치면서 기쁨이 배가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지난 21일 국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어떠한 희생도 감수했던 소방관들에게 국민들이 감동"
 
이 의원을 21일 국회에서 만났다. 그는 소방공무원법이 통과된지 이틀이나 지났지만 당시 감동과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만큼 이 법안이 가지는 의미는 이 의원에게 남달랐다. 이 의원은 2016년 7월 소방관의 처우를 개선하고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이원화된 지휘체계를 통합하는 내용의 '소방공무원법 개정안'을 포함해 6개 법안을 발의했다. 그가 20대 국회에 들어와 1호 법안을 고민하던 차에 한 보좌진이 오랫동안 고민하던 소방관 처우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함께 법안으로 완성했다.
 
하지만 법안 통과는 쉽지 않았다. 행안위 법안소위 소속 여야 의원 모두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에 대한 큰 틀에서의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의결이 안 됐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이후 정부의 국정과제로 꼽히면서 야당에서 이 법안을 경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의원은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이 법안을 이슈화하는데 나섰다. 이 의원이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소방관 복장을 하고 질의한 것도 이런 차원에서 보인 행보였다. 또한 '양동이의 소화분말을 뒤집어쓰는 방식'의 릴레이 퍼포먼스 방식으로 시작된 '소방관 고 챌린지'는 배우 정우성씨 등 캠페인의 뜻에 공감하는 유명인들이 챌린지에 동참하며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이 의원은 이러한 노력들이 국민들의 관심을 환기시켰고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응원이 이 법안이 통과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안타까운 사건이지만 강원도 산불도 계기가 됐다"며 "그래도 무엇보다 본인의 역할을 묵묵히 해오면서 어떠한 희생도 감수했었던 소방관들에게 국민들이 감동했기 때문에 법안이 통과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재정 의원이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소방공무원법 개정안 관련 제안설명 및 심사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소방공무원법 통과됐지만 보완 입법으로 개선 노력해야"
 
소방공무원법이 통과되면서 소방관의 처우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소방공무원의 신분이 46년만에 국가직으로 일원화되고, 소방직 국가직화와 소방인력 충원을 지원하기 위한 소방안전교부세율도 인상된다. 이 의원은 "결국은 소방관이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출동할 수 있게 됐다"며 "전국적으로 균질한 소방안전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해지고 국가의 국민에 대한 보호 의무를 지킬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소방공무원의 처우 개선을 위해 향후 법적으로 추가 보완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소방공무원 관련 예산이) 다른 예산에 떠밀려서 후순위로 가거나, 다른 정책을 앞세우느냐고 게을리하면 소방관 국가직화 전의 상황과 달라질 것이 없게 된다"며 "지금 물론 인력 충원을 위한 예산을 국회 틀 안에 담아놨기 때문에 변동없이 예산이 진행되겠지만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한 지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입법이 필요하다면 입법 사안들을 보완해서 소방관 국가직화라는 제도에 부끄럽지 않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정 의원이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강원도 지역 산불 피해 현황 및 복구 지원 관련 현안 보고에서 소방관 복장을 하고 질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상시적으로 법안심사 할 수 있어야"
 
이 의원은 소방공무원법을 비롯해 최근 민식이법 등이 뒤늦게 상정되고 처리되는 과정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법안심사가 일상적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사실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며 "늘 이렇게 여론에서 환기가 되면 그제서야 부랴부랴 심사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시적으로 제안된 법안들이 모두 심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또한 아무리 정쟁이 있다고 해도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지 않은 법안은 우선적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 신호등과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 등 안전보호 장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이른바 민식이법의 연내 통과 가능성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행안위 소속인 이 의원은 "국회가 안 열려서 통과가 안 되는 상황은 부끄럽지만 이 법 만큼은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민주당은 최근 소방공무원법과 민식이법 등을 보듯 '국민의 높은 정책 수요를 국회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일하는 국회를 위한 법 개정에 나서고 있다. 이 의원은 "아직 20대 국회가 내년 총선 이후 5월까지 임기가 유지되는 만큼 이번 국회 안에서 최선을 다해서 이뤄내는 것이 목표"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총선의 화두는 분명히 일하는 국회다. 일을 잘한다, 안한다로 싸우기에는 너무나도 부끄러운 성적표를 20대 국회가 받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명이 일을 안하고 보이콧 하면 끝없이 일을 할 수 없는 구조적 모순이 있었던 국회법을 개정할 것"이라며 "특정 날짜와 어떤 상황에 소수 의원들이 요구하면 합의는 나중에 하더라도 회의는 열릴 수 있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과거사정리법 통과"
 
이 의원에게 이제 남은 과제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의 통과다. 과거사법은 2010년 종료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활동 기한을 연장하고, 진상규명을 위해 필요한 개인정보 수집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의원은 과거사법과 관련해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중인 형제복지원 피해자분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국회 논의는 완성된 단계이고 이제 본회의 표결만 사실상 남았는데 정치적 이유로 보이콧 당하고 있는 법안"이라며 "이미 오랜 삶을 국가로부터 고통을 받아왔던 형제복지원 피해자분들이 단식중이다. 이 분들의 삶이 담긴 이 법안의 통과가 목표"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지난 21일 국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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