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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조 키즈시장을 잡아라)황금알 낳는 키즈 콘텐츠…창작 시장은 여전히 '가시밭'
산업 내 성장·구조조정 동시진행…부익부 빈익빈 심화
2019-11-27 07:00:00 2019-11-27 07: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요즘 핑크퐁이 없으면 판매가 안돼요. 숟가락, 신발주머니 같이 사소한 것도 핑크퐁이 붙어있어야 더 잘나가요."
 
바야흐로 캐릭터 전성시대다. 잘 키운 캐릭터 하나가 수천억원의 수익을 창출한다. 애니메이션으로 출발해 캐릭터 상품, 키즈카페, 뮤지컬, 영화, 게임 등 '원 소스 멀티 유즈(OSMU)'로 활용되는 범위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캐릭터 IP 사업의 전망을 꿰뚫어본 투자사들의 지원이 줄을 잇는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원조 초통령' 뽀로로와 꼬마버스타요 등을 제작한 오콘에게는 골드만삭스 등이 120억원을 투자했다. 핑크퐁으로 대박을 터트린 스마트스터디는 중국 디티캐피탈 등으로부터 138억원을 투자받았으며, 로보카폴리를 제작한 로이비쥬얼은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200억원을 지원받았다. 
 
인기 캐릭터 뽀로로를 활용한 키즈카페 '뽀로로파크' 잠실점 내부 모습. 사진/김진양 기자
 
아이들에게 호감도가 좋은 인기 캐릭터들에게는 컬래버레이션 제의도 끊이지 않는다. 제품 본연의 기능이 유사하다면 캐릭터를 부착한 상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부모와 아이들 모두에서 매우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최근 가장 '핫'하게 떠오른 핑크퐁의 경우 글라스락과는 이유식 용기 '글라스락 베이비 핑크퐁 에디션'을, 락앤락과는 유아용 텀블러 '핑크퐁 원터치 텀블러'를 각각 선보였다. 또 삼천리자전거와는 아기상어, 핑크퐁 캐릭터가 적용된 라이선스 제품 2종을 출시했다. 이 밖에 로보카폴리는 남양에프엔비와 '로보카폴리 4중 필터 입체마스크'를, 대상 청정원과 '미니 어린잎김'을 내놨다. 초이락컨텐츠팩토리의 인기 애니메이션 헬로카봇은 지도표 성경김과 '유기농 키즈김'을 출시했으며, 빠샤메카드는 '커널스'로 유명한 팝콘 전문 제조업체 제이앤이와 '빠샤팝'을 선보였다. 
 
초이락컨텐츠팩토리와 지도표 성경김이 선보인 '헬로카봇 유기농 키즈김' 사진/초이락
 
 
컬래버레이션 제품들은 디자인뿐 아니라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3~7세 어린이들의 직관적인 선호 외에 아이의 안전과 위생, 건강 등을 모두 고려한 제품 설계로 부모 고객들의 호평도 이어지는 중이다. 실제로 글라스락 공식몰에는 "캐릭터 덕에 아이가 좋아한다", "용기가 예뻐 이유식 준비하는 시간이 즐겁다" 등의 상품평이 줄을 잇는다. 이는 결국 매출 증대라는 선순환 효과를 유도한다. 삼광글라스에 따르면, 글라스락 베이비 핑크퐁 에디션 출시 이후 글라스 베이비 이유식 용기 전체 판매율은 전년 대비 20%가량 증가했다. 삼천리자전거는 2018년 디즈니 캐릭터에 한정됐던 어린이 캐릭터 제품 라인업을 아기상어로까지 확대하면서 아동용 자전거 판매율이 전년 대비 30% 성장했다. 
 
삼광글라스 글라스락 베이비 핑크퐁 에디션. 사진/삼광글라스
 
이 같은 대박을 노리고 매년 캐릭터 창작 시장에 뛰어드는 곳은 부지기수다. 과거 '애니메이션→완구'로 이어졌던 성공 공식이 좀 더 복잡하고 다양해진 덕분에 유튜브와 같은 뉴미디어를 통해 발을 들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콘텐츠 제작 단계에 들어서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설령 애니메이션 등으로 인지도를 얻었다 하더라도 파생 상품 출시로 이어지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니메이션은 결국 이후 수익을 위한 투자"라며 "둘 사이의 연결고리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제작자의 손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그는 "1년에도 수십편의 애니메이션이 등장하지만 살아남는 것은 극히 드물다"며 "국산 캐릭터들이 인기를 얻기 시작한 지 시간이 꽤 지났지만 소위 '돈을 번다'는 캐릭터는 손에 꼽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키즈 산업 내 성장과 구조조정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성장의 과실을 일부 뉴미디어 사업자들이 대부분 나눠갖고 오랜 기간 관련 영역에 종사한 사업자들의 몰락이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있다. 이는 비단 국내 만의 상황이 아닌 전세계적 추세다. 세계 최대 장난감 유통 체인 토이저러스는 아마존 등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공세에 밀려 파산보호 신청을 했고 '바비 인형'으로 유명한 마텔은 경영난에 직면한 상태다. 국내 대표 완구 업체인 손오공, 오로라 등도 수 년째 매출이 답보 상태에 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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