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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출장·조직개편에도 중국서 맥 못추는 현대·기아차
사드 여파 이후 경쟁력 악화 원인…추가 공장 폐쇄 가능성도
2019-12-06 06:00:00 2019-12-06 06:00:00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기아자동차의 중국 시장 부진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완화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중국을 여러 차례 방문하고 조직개편도 단행했지만 실적은 더욱 악화하면서 회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차와 기아차는 중국 시장에서 각각 6만3143대, 2만1000대를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월대비 각각 11.3%, 47.5% 감소한 수치다.
 
현대차는 2016년 114만2016대를 판매하면서 정점을 찍었지만 2017년 사드 여파를 받으면서 판매 대수가 78만5006대로 급감했다. 지난해에는 79만199대로 2017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는 더욱 감소해 62만대 수준으로 전망된다.
 
기아차도 2016년 65만6대로 최고 실적을 기록한 후 2017년 36만6대, 2018년 37만1263대로 하락세를 보였다. 올해는 29만대 정도로 예상된다. 사드 이전과 비교하면 올해 예상 판매량은 현대차가 46%, 기아차는 55%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양사 판매량 모두 3년새 '반토막'이 난 셈이다. 
 
 
현대·기아차의 판매실적 감소 폭은 중국 시장의 규모 변화보다 훨씬 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를 보면 중국 자동차 시장 규모는 2016년 2429만대에서 지난해 2367만대로 2.5%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30%, 43% 정도 줄었다. 전체시장보다 감소 폭이 크다 보니 점유율도 하락했다. 현대·기아차의 합산 점유율은 2016년 7.4%에서 지난해 5.0%, 올해는 4.5% 수준까지 하락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기아차의 부진에는 최근 1~2년간 중국 자동차 시장이 악화한 점도 영향을 미쳤지만, 중국 시장이 점차 유럽산 위주의 고급 차종과 중국산 저가 차종으로 양극화하면서 현대·기아차가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실적 회복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1월 중국 사업 부문 인사개편을 단행해 이병호 부사장을 중국사업총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올해 4월에는 중국 사업 본사 조직을 현지로 전진 배치 했으며, 9월에는 기아차의 중국 법인인 둥펑위에다기아 총경리에 리펑 전 바오능그룹 상무부 총경리를 임명했다. 기아차가 현지인을 중국법인 CEO로 선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0월 말에는 이광국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부사장)을 현대·기아차 중국 사업총괄 사장으로 승진·임명했다. 이 사장은 현대차 해외정책팀장(상무), 현대와싱턴사무소장(전무) 등을 거쳤다. 장재훈 현대차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이 이 사장이 담당하던 국내사업본부장을 겸직할 정도로 현대차그룹이 중국 회복에 사활을 기울였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6월 중국에서 열린 'CES 아시아 2018'에서 자오용 딥글린트 CEO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정 수석부회장도 지난해부터 중국을 방문해 현지 시장 상황을 점검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4월 중국 엔씨노(국내명 코나) 출시행사에 참석했으며, 6월 상하이에서 열린 ‘CES아시아 2018’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올해 8월에는 중국 사업을 점검하면서 네이멍구 지역 사막화 방지 사업 현장을 찾아 중국 현지 직원들과 생태복원 봉사활동에도 참여했다.
 
또한 올 초 현대차는 중국전략형 싼타페와 쏘나타 모델인 ‘셩댜’와 신형 ‘ix25’를, 기아차는 중국형 ‘올 뉴 K3’ 등을 선보였다. 그러나 실적 부진이 계속되면서 올해 5월 현대차 베이징 1공장을 폐쇄했고 기아차 옌청 1공장은 현지 합작사에 매각했다. 이대로라면 추가적인 공장 폐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사드 사태 이후 중국 현지 업체들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현대·기아차가 시도한 여러 방안들이 통하지 않았다”면서 “현재 고전 중인 중저가 라인업보다 제네시스 브랜드를 내세워 품질로 승부하는 편이 보다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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