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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159명 사상자' 밀양 세종병원 이사장 징역형 확정
대법, 의료법 위반 등 혐의 징역 8년 선고 원심판결 유지
2019-12-17 17:09:50 2019-12-17 17:09:5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지난해 1월 발생한 화재로 159명의 사상자를 낸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을 운영하는 재단 이시장에 대해 징역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사, 의료법 위반,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손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8년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의료법 위반 부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며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의료법 위반죄의 성립과 사기죄에서의 기망 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해 2월2일 오후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밀양문화체육회관 조문에 유족 대책위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시 세종병원 1층 응급실 내 탕비실 천장 내부의 전기배선에서 불이 나기 시작해 화염과 유독가스가 건물 5층 전체로 퍼지는 사고로 47명의 사망자, 11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손씨는 화재 발생 방지와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한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세종병원 건물 1층 내부에는 단열재·보온재와 석고보드 사이에 시공된 전열선이 노후된 채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천장 전선이 스티로폼을 관통하고 있어 전기단락으로 불꽃이 발생하면 쉽게 연소할 수 있는 구조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정밀 안전점검을 진행하거나 노후된 전기배선을 교체하지 않고, 온풍기 과다사용 금지 등 전력 과부하 방지를 위한 지침이 수립·시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을 설치하지 않아 1층 응급실 내 탕비실 천장에서 시작된 불로 화염과 유독가스가 상층부로 번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용량이 충분한 자동 비상발전기를 설치하는 등 조처도 하지 않아 화재 발생으로 정전이 발생했을 때 일부 환자의 인공호흡기가 정지되고, 환자와 간호사 등 6명이 대피를 위해 탑승했던 엘리베이터가 작동을 멈췄던 것으로 조사됐다.
 
손씨는 의사가 아닌데도 병원을 개설하는 등 의료법 위반 혐의도 받는다. 세종병원이 비의료인이 개설한 병원인데도 의료급여비용과 요양급여비용 명목으로 10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총 145억원 상당을 지급받도록 하는 등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혐의도 적용됐다.
 
지난해 1월30일 오전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사건 수사본부 김한수 부본부장이 경남 밀양경찰서에서 ‘세종병원 화재사건 수사사항 4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심과 2심은 손씨에게 징역 8개월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화재사고로 세종병원에 입원한 환자와 그들을 돌보던 의료진 등 47명이 사망하고, 112명이 상해를 입는 참담하고 비극적인 결과가 발생했다"며 "화재의 원인과 피해의 확대에 관해 피고인에게 주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병원 건물의 유지·보수, 관리, 소방·전기 안전, 의료인 고용·배치 등에 대한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는데도 재난상황에 대비해 불법건축물을 철거하거나 추가로 인력을 배치하고 내화구조 시설과 소방시설을 설치하는 등의 조처를 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소방계획을 세우거나 훈련을 하지도 않아 이 사건 화재 발생과 피해 확산의 결과를 발생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또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행위는 건전한 의료질서를 어지럽히고 국민건강상의 위험을 초래하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 건전성까지 해쳐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점에서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자신의 잘못으로 대규모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참회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환자들에 대한 진단과 처방 등의 의료 행위 자체는 의료인들에 의해 적법하게 이뤄진 점,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편취한 돈도 상당 부분 병원의 운영비와 인건비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점,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대부분 피해자와 그 유족들과 합의했고, 피해자 측에게 보험금과 보상금 등이 지급되는 등 피고인이 피해회복을 위해 나름 노력해온 점 등을 참착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월26일 발생한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현장에서 28일 오전 10시부터 3차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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