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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황각규·송용덕 부회장 '투톱체제' 변경
2019-12-19 18:05:27 2019-12-19 18:05:27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송용덕 호텔&서비스 BU장이 롯데지주로 자리를 옮기면서 황각규 부회장과 함께 투톱체제를 구축했다. 신동빈 회장 아래 한동안 유일무이한 위치였던 황 부회장은 오랜만에 대립구도에 놓이게 됐다. 롯데지주는 주요 역량을 집중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두 명의 부회장이 각각 업무 권한을 갖는 체제로 조직을 개편한다. 황 부회장은 그룹의 전체 전략과 기업 인수·합병(M&A), 커뮤니케이션 등 대외 업무를 맡고 송 부회장은 호텔롯데 상장, 인사, 노무 등 내부 업무를 맡는 식으로 분업한다.
 
롯데그룹은 19일 각 계열사 별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확정했다. 재계는 대대적인 인사폭도 충격적이지만 황각규 단독체제가 깨진 것에 적지 않게 놀라는 반응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재판을 받는 동안 황 부회장은 절대적 2인자였지만 법정 리스크를 벗은 만큼 균형을 찾겠다는 신 회장의 의중이 읽힌다"라며 "이로 인해 롯데 권력 구조에 묘한 긴장감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송 부회장은 호텔 외길을 걸어온 ‘호텔 전문가’로 통한다. 1955년생으로 호텔롯데에 1979년 입사해 뉴욕사무소장, 마케팅부문장, 롯데호텔월드 총지배인, 부산롯데호텔 대표를 거쳐 호텔롯데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이후 부회장으로 승진해 호텔&서비스 BU장을 맡아왔다. 호텔 외길을 걸어온 만큼 송 부회장은 현장에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2016년 롯데그룹이 경영권 분쟁, 비자금 수사 등 대내외적 위기에 몰렸을 때 신 회장을 지지하며 깊은 신뢰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회장의 이동으로 롯데지주에서 그룹의 재무 업무를 총괄하던 재무혁신실장 이봉철 사장이 호텔&서비스 BU장을 새롭게 맡게 됐다.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은 재무1팀장 추광식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며 맡는다. 이봉철 사장은 롯데백화점으로 입사해 재무 업무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아왔다. 2012년에는 롯데손해보험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2014년부터는 그룹의 재무혁신실장으로 근무하며 롯데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이끌었다.
 
이번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 핵심 키워드는 ‘변화와 쇄신’이다. 신 회장은 내년을 ‘비상 경영체제’ 원년으로 삼고, 그룹 전체의 재도약을 위해 과감한 변화를 선택했다. 신 회장이 그리고 있는 ‘뉴롯데’의 청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지난 10월 국정농단과 경영비리 사건에 연루돼 장기간 재판을 받았던 신 회장이 지난 10월 집행유예 선고를 받으며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를 기점으로 내년 경영 변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이미 지난 10월 말 주요 경영진이 모인 자리에서 ‘비상 경영체제’를 선언한 바 있다. 유통부문 등 주력 사업의 실적 부진과 전반적인 경기 하락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고, 선제적인 대응으로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자는 주문이었다. 이 때문에 이번 정기인사도 철저하게 실적과 성과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 이날 진행된 인사를 보면 업계에서 실적과 성과를 인정받은 인물을 중심으로 불확실한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적임자를 선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롯데그룹은 향후 벤처캐피탈과 옴니 쇼핑, 롯데리츠 등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벤처캐피탈은 롯데그룹이 지난 8월부터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고 있는 분야다. 온라인 쇼핑과 오프라인 쇼핑의 장점을 결합한 옴니 쇼핑 전략도 신 회장이 몇 차례 강조한 사업 형태다. 유통 부문 실적 부진을 옴니 쇼핑으로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모습. 사진/뉴시스
 
황각규 롯데지주 이사회 의(대표이사 부회장) 사진/롯데그룹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 내정 부회장. 사진/롯데그룹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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