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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불 껐지만…'구조조정' 공포에 떠는 아시아나
인건비 '상당'…몸집 줄이기 예상
HDC현산 '승자의 저주'…항공시장 수익성 개선도 '캄캄'
2019-12-29 08:05:08 2019-12-29 08:05:08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경영난에 허덕이던 아시아나항공이 새 주인을 맞으며 부실기업은 면하게 됐지만 구조조정에 대한 공포는 커지고 있다. 아울러 이번 인수가 HDC현대산업개발 경영에 오히려 독이 되는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7일 HDC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과 금호산업은 아시아나 매각을 위한 최종 단계인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아시아나는 출범 31년 만에 금호그룹의 품을 떠나 HDC 소속이 된다.
 
HDC현산 계열사가 된 아시아나의 부채비율은 지난 3분기 기준 807.6%에서 300%대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또 HDC현산이 아시아나가 발행할 보통주식(신주) 2조1772억원 유상증자에도 나서면서 자본도 현재 1조1000억원에서 3조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이처럼 HDC현산의 인수로 아시아나는 급한 불은 끄게 됐지만 전세계적인 업황 부진으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새 주인인 HDC현산이 인력 등 구조조정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27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과 금호산업은 아시아나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사진/뉴시스
 
구조조정 본격화…아시아나 직원들 '걱정반·기대반'
 
지난 4월 아시아나 매각 결정이 난 후 아시아나 직원들이 이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새 주인에 대한 기대와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잇따랐다. 애경과 HDC현산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두고 경쟁을 할 때도 '누가 됐던 구조조정은 필수'라는 자조 섞인 글이 끊이질 않았다.
 
아시아나 직원들이 이처럼 우려하는 이유는 HDC현산의 투자로 재무구조는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항공업 자체가 큰 이익을 내기 힘든 업종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HDC현산과 미래에셋도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방법을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인건비 줄이기가 가장 쉬운 방법으로 예상된다.
 
실제 업황 부진에 업계 1위 대한항공도 희망퇴직에 나섰으며 아시아나도 올해에만 희망퇴직을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하고 본사 영업 등 일반직 직원에게 최대 2년 무급휴직을 받았다. 희망퇴직 효과가 미미하자 약 60명의 일반직 직원을 정비직으로 전환 배치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처럼 항공사들이 인력에 손을 대는 이유는 비용 중 인건비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아시아나의 3분기 기준 올해 누적 인건비는 약 8132억원으로 연료유류비(1조5000억원)와 기타비용(1조5000억원)을 제외하고는 비중이 가장 크다. 연료유류비의 경우 국제 유가에 따라 수준이 결정되고, 기타비용은 환율·투자에 따른 손익이기 때문에 항공사가 예측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인력 구조조정이 항공사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비용 절감법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전세계적으로 4곳 이상의 항공사들이 파산했다"며 "항공권은 갈수록 저렴해지는데 인건비는 올라 연료비를 추월하는 항공사도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본사 대회의실에서 정몽규 HDC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가·신용도 하락…HDC현산 괜찮나
 
새 주인 HDC현산에 대한 우려도 끊이질 않고 있다. 부실기업 아시아나를 떠안으며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HDC현산의 주가는 아시아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난 11월 7일 이후 하향 곡선을 타고 있다. 이날 HDC현산의 주가는 3만3500원을 기록하며 최근 3개월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아시아나 인수를 위해 5000억원 유상증자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지난 12일에는 상장 후 최저치를 찍기도 했다.
 
신용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나이스신용평가는 HDC현산이 아시아나 인수자로 선정된 후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로 유지는 했지만 하향 검토 대상으로 분류했다. 인수대금 지급과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라 회사의 재무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교체해야 할 노후 항공기도 많은 실정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아시아나가 현재 보유한 항공기들의 평균 기령은 지난해 말 기준 12.18년이다. 이는 8개 국적 항공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보험료와 정비비도 오르는 추세인데 항공사들의 경쟁 심화로 내년에도 수익 개선은 기대하기 힘들다.
 
나이스신용평가는 "HDC현산은 이번 인수에 따른 자금 부담에 대해서는 대응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다만 재무 여력이 축소돼 인수 이후 재무 안정성 저하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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