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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적 연구' 빠진 데이터3법…아직 가시밭길
과학적 연구만 허용…기업 활용하려면 추가 개정 필요할 듯
2020-01-17 17:11:10 2020-01-17 17:11:10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데이터3법이 국회를 간신히 넘었지만 정작 논란의 중심이던 가명정보 활용 범위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다. 인권단체 등 시민단체들이 가명정보의 ‘산업적 연구’ 활용을 극렬하게 반대하는 가운데 법안에서도 ‘산업적 연구’가 빠졌다. ‘과학적 연구’만이 허용됐는데 그 범위를 두고 논쟁이 계속될 전망이다.
 
가명정보는 개인정보를 가명처리함으로써 원래 상태로 복원하기 위한 추가 정보의 사용·결합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정보다. 가명처리는 개인정보 일부를 삭제하거나 일부 또는 전부를 대체하는 식이다.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한 데이터3법은 이런 가명정보를 기업이 안전하게 활용하도록 해 빅데이터가 핵심 자원인 4차산업시대 산업 경쟁력 발전을 도모하는 취지다.
 
이와 관련 지난 16일 ‘바이오경제시대, 바이오헬스 강국 어떻게 이룰 것인가?’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강연자로 나선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은 “데이터3법이 통과 안 될 것으로 보고 디지털 정보 속국에 대한 우려가 컸다”라며 “그런데 통과돼 너무나 고맙다”라고 말했다. 숙원을 이룬 바이오업계 심경을 대표한 말이다. 서 회장은 그러나 앞으로 구체적인 활용 범위를 정하는 데 각계가 합의점을 찾는 과제도 만만치 않다고 알렸다.
 
이날 또다른 강연자인 이명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국가연구개발분석단장은 특히 데이터3법에 대해 “그동안 가명정보 활용 범위 규정에 대한 논란이 많았는데 ‘산업적 연구’를 포함해야 하지 않냐는 법안 소수 의견이 있었다”라며 “앞으로 하위법령을 만들 때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언급했다.
 
개정법안은 가명정보 활용이 가능한 연구 범위에서 ‘과학적 연구’ 조항을 신설해 구체화했다. 그 속에 산업적 연구가 빠져 실제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를 만드는 기업이 가명정보를 활용하는 데 제약이 생길 수 있다. ‘과학적 연구’는 기술의 개발과 실증, 기초연구, 응용연구 및 민간투자 연구 등 과학적 방법을 적용하는 연구를 말한다고 법은 정의했다. 여기서 민간투자 연구가 산업적 연구와 겹쳐 보이나 그동안 시민단체가 과학적 연구와 산업적 연구를 구분해 산업적 연구 활용을 반대해왔던 만큼 과학적 연구 범위를 확장하는 해석은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다고 상위법에서 과학적 연구만을 허용했는데 하위법령에 따로 산업적 연구 조항을 추가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법에서 위임한 한계를 일탈하는 것으로 시행령보다 입법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산업적 연구 조항을 별도 신설하기 위해 국회를 거치는 법 개정 절차로 되돌아가야 할 수도 있다.
 
정부는 구체적인 활용 범위를 정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이 문제를 두고 다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시민단체는 가명정보를 연구 목적으로 수집하는 것에 대해 ‘명목은 과학적 연구지만 산업적(이윤 추구)연구에 허용하는 것’이라며 비판해왔다. 과학적·공익적 목적에만 한정시켜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병원, 기업, 시민단체들이 산업적 허용 범위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가는 게 다음 과제”라며 “(법이 통과됐지만)아직 어느정도까지 허용될지 알 수 없고 기업 수요도 파악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데이터3법 처리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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