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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조짐 XM3, 노사관계도 살릴까
기본급 인상 두고 첨예…"최악 상황 피할 가능성 높아"
2020-03-09 16:39:44 2020-03-09 16:39:44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르노삼성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가 노사갈등 해소의 마중물이 될 조짐이다. 등장과 동시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XM3의 성공을 위해 노조가 파업 등 단체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노사갈등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낮아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9일 르노삼성 노조는 코로나 19 사태 속에서 직원들의 보건에 집중하면서 XM3의 성공적인 출시와 인도를 위해 당분간 단체행동을 자제하고 교섭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르노삼성 노조가 9일 XM3의 성공을 위해 당분간 단체행동을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올해 1월 서울 강남구 르노삼성 본사 앞에서 르노삼성차 노조가 상경집회를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XM3가 인기몰이를 하는 상황에서 극단적인 행동으로 찬물을 뿌리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부터 고객 인도를 시작한 XM3는 전날까지 8542대가 계약되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르노삼성의 지난달 내수 판매량 3673대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XM3는 내수 실적은 물론이고 수출 물량의 생산 절벽을 피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모델이다. 르노삼성은 닛산 로그의 미국 수출 물량을 생산해왔는데 이달이면 모두 소진된다. 닛산 로그는 부산 공장 생산량의 절반 정도인 연 10만대가량을 차지했다.
 
르노삼성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XM3의 유럽 수출 물량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노사갈등이 심화하면서 르노삼성이 유럽 수출 물량을 배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올해 초 르노삼성 부산공장을 찾은 호세 비센테 데로스 모조스 르노 제조총괄 부회장도 "노사갈등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노사 관계가 개선되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노조의 단체행동 자제 선언으로 악화한 노사 관계도 호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파업과 직장 폐쇄 등 극한 대립을 피했을 뿐 첨예한 대립 구도는 여전하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7월 시작한 2019년 임금 및 단체협상을 아직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입장차도 뚜렷하다.
 
협상의 최대 쟁점은 기본급이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을 주장하고 있지만 회사는 기본급을 동결하되 다른 방식으로 보전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생산격려금(PI)의 50%를 고정급화하고 별도의 재원으로 마련한 돈을 더한 공헌 수당을 신설해 급여에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1000만원 가량의 일시금 지급도 제안했다.
 
르노 그룹의 글로벌 생산 기지 중 인건비 수준이 가장 높아 기본급을 올리기 어렵기 때문에 가용한 재원을 최대한 활용해 일시금과 공헌 수당을 주겠다는 것이고 공헌 수당으로 월 10만원 정도가 지급되면 그만큼 기본급 인상 효과가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노조의 생각은 다르다. 노조 관계자는 "공헌 수당 등으로 얻을 수 있는 월급 인상 효과는 5만원 정도에 불과하고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며 "급여가 적은 조합원들에게는 무의미한 조치고 생산직에만 해당하는 것이라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노조가 제시한 기본급 인상과 실질적으로 기본급 인상 효과가 라인(직무) 수당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답 없이 공헌 수당 신설을 제안하는 것은 임금을 올려주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파업으로 인한 임금 손실 보전을 두고도 양측은 첨예하다. 회사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근거로 임금 보전이 어렵다는 입장인데 노조가 이를 근거로 그동안의 논의를 뒤집으려 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조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교섭과정에서 기본급 인상이 이뤄진다면 파업으로 인한 임금 손실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며 "회사가 임금교섭을 지연하면서 노조의 무리한 요구로 협상이 끝나지 않는 것처럼 여론전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2018년에도 흑자를 내고 기본급을 동결했고 2019년도 마찬가지"라며 "언제 기본급 인상을 요구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 모두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조만간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그 과정에서 잡음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앞으로의 관계를 위해서도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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