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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금리 시대, PB에게 듣는다…"마인드셋 달리하라"
우량등급 단기채·회사채·IB연계 사모펀드·ELS·코스피200 ETF 분할매수
괜찮은 금리상품 노려 대기자금도 확보…포트폴리오 일부, 코로나 사태 별개로 '달러 베이스' 투자해야
2020-03-20 01:00:00 2020-03-20 01:00:00
[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 주가연계증권(ELS) 기존 가입자들은 손실구간 진입과 관련해 문의하며 불안해한다.(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 1%대 금리에 접어들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률을 찾는 문의가 부쩍 늘었다.(미래에셋대우 투자센터서초WM)
 
#. 기준금리가 내려가면서 위험을 아예 회피하려는 투자자들에게는 수신금리도 인하되기 전 미리 전화해 예금 재예치를 권유한다.(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시중은행, 증권사 PB센터로는 최근 이 같은 투자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미국과 한국이 제로금리 시대를 선언하고, 글로벌 경제는 침체 우려에 직면했다. 잔뜩 얼어붙은 시장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불안과 당혹함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19일 <뉴스토마토>가 PB팀장들에게 제로금리 시대 자산관리 전략에 대해 물었다. 투자성향이 안정형인지, 공격형인지에 따라 구체적인 전략엔 차이가 있지만 가장 먼저 투자자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은 제로금리 시대에 맞는 '마인드셋(사고방식)'이라고 했다. 
 
장의성 미래에셋대우 투자센터서초WM PB팀장은 "제로금리는 더이상 이자로 원하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의미인 만큼 헤쳐나가려는 것보다 이에 적응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낮은 금리 때문에 무리해서 복잡하게 구조화된 상품을 찾으려다 보면 최근 문제가 된 파생결합펀드(DLF) 같은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며 "그동안 중위험·중수익이 안전자산이라고 생각했다면, 중위험·중수익도 결국은 '투자'라는 식의 새로운 마인드셋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고액자산가, 이자보다 '절세' 콘셉트 
 
고액 자산가, 특히 시장에 대한 불안으로 안정성향이 높은 투자자들은 더 높은 이자보다는 절세전략에 힘을 주는 게 좋다. 
 
예를 들면 즉시연금형 보험이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PB팀장은 "안정형 성향의 투자자들은 예금 외의 다른 상품으로 가는 걸 싫어한다"며 "그런 고객들에게는 수신금리가 인하되기 전에 미리 전화해 예금을 재예치할 것을 권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현수 팀장은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다양한 기회가 있다"며 "자산가들은 절세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즉시연금형 보험상품으로 절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상품은 즉시연금형 보험 상속연금형(종신형), 즉시연금형 보험 확정기간형으로 구분된다. 
 
상속연금형은 별도의 만기 없이 공시이율에 따라 매월 이자를 받는다. 원금 만기 전까지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고, 사망 후 원금과 플러스 알파(α)의 이자가 자녀에게 상속되는 구조다. 보험의 공시이율도 금리인하로 내려가겠지만 정기예금보다는 높다. 설사 마이너스 금리가 되더라도 최저보증이율이 있어 안정장치를 갖출 수 있단 설명이다. 자산가 입장에서는 이자소득세, 금융소득종합과세, 건강보험료 인상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추천 포인트다. 
 
확정기간형의 경우 매월 원금과 일부 이자를 같이 받는 형식인데, 이미 자녀에게 사전증여를 충분히 했고 자신의 노후를 위한 여유자금으로 활용하고 싶을 때 더 적절하다. 예를 들어 10억원을 가입해 10년 동안 보험금을 받는 다면 9년2개월까지는 원금과 이자를 받으면서 절세효과를 누리고, 나머지 8개월 정도만 이자소득세를 내면 된다. 
 
안정추구형, 우량 단기채·회사채…예금보다 매력적
 
제로금리 시대를 초안정적인 전략으로 맞서고 싶다면 정기예금,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활용하거나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주는 채권에 투자하기 위해 대기자금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채권이 안정적이라고는 하지만, 금리하락 추세가 지속되면서 채권형 펀드 수익률은 이미 많이 오른 상태여서 부담될 수 있다. 그나마 단기채들은 금리 변동 자체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만큼 정기예금보다 조금이라도 높은 이자를 챙기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조현수 PB팀장은 "단기채들은 A등급 우량채만 담고 있기 때문에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로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여전히 열려있다"며 "지금 가입 기준으로도 연 2% 수준, 보수적으로도 1.7% 정도의 이자가 지급된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최근 증권사 PB센터에서는 기존에 기관투자자들에게만 판매하던 기업금융(IB) 사모펀드를 개인투자자들에게 소개하는 사례도 있었다. 
 
장의성 미래에셋대우 투자센터서초WM PB팀장은 "기업이 갖고 있는 토지, 주식, 매출채권 등 담보가 확실하고 금리가 명확한 담보대출 사모펀드"라며 "기업과 기업간의 비즈니스를 뜻하는 'IB 연계펀드'라고 보면 된다. 담보물건이 얼마나 확실한가를 보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의성 팀장은 아울러 "등급이 높은 회사채도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높아 여전히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며 "다만 기대수익은 낮춰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격추구형, 코스피ETF 분할매수·신규 ELS 고려
 
이렇게 안정 추구 욕구가 높아진 요즘이지만, 공격적 성향의 투자자들은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PB는 "과거 어려웠던 시기와 달리 신규투자를 위한 자금이 증권시장으로 많이 들어오고 있고 대기자금도 많은데, 업계에서는 기현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증시주변자금 성격인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2월말 144조5000억원으로, 1월말보다 11.8% 증가했다. 연말 자금 수요 해소와 더불어 증시 불안이 심해지면서 대기성 자금인 MMF로 자금이 대량 순유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의성 PB팀장은 "공격적 투자성향이라는 전제 하에서는 현재 우량주식 가격이 싼 게 사실이다. 분할매수하기에 나쁘지 않은 시기라고 본다"라고 조언하면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우량주의 분할매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팀장도 "적극적인 투자 성향이라면 코스피200 상장지수펀드(ETF)를 한 차례가 아닌 세 차례 정도 나눠서 분할매수하기를 권한다"며 "비슷한 의미로 낙폭이 큰 유가 ETF 역시 분할매수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주가연계증권(ELS)에 신규 투자하기에도 괜찮은 시기라는 평가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활용되는 특정 주가지수 또는 특정 종목의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만기 전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조기상환 기회가 주어진다. 
 
예를 들어 주식 2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A라는 ELS의 경우, 기초자산 가격이 모두 최초 기준가격의 85%(3, 6개월), 80%(9개월), 75%(12개월) 이상이면 약정한 수익과 함께 상환받을 수 있다. 3, 6, 9, 12개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조기상환받지 못하더라도, 최초 기준가격의 50% 미만으로 하락하지 않으면 약정 수익률로 만기 상환받을 수 있다. 조기상환된 투자자금은 다시 새로운 ELS 투자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아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형 상품으로 꼽힌다. 
 
김현섭 PB팀장은 "원금손실 발생구간인 낙인배리어가 보통 50%인 경우가 많은데 이미 주가가 (코로나19 확산 이전보다)30%가량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낙인 우려가 낮아져 문의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안정적 성향의 투자자라면 요즘 같은 때에 주식시장에 결코 들어가기 쉽지 않다"며 "하지만 ELS 신규투자라면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현수 팀장 역시 "주가가 많이 떨어지면서 ELS의 쿠폰수익률이 좋아졌다"며 "여윳돈이 있다면 월지급식 ELS에 가입하기에 좋은 시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밖에 투자자라면 공통적으로 자산의 일부 비중을 달러 베이스로 가져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최근 심화되고 있는 경기침체 등의 우려와는 별개로 자산의 일부를 헤징(hedging·위험분산)하는 차원에서다. 
 
장의성 PB팀장은 "달러자산에 투자한다는 것은 앞으로 원달러가 오를 것(달러강세)이라고 베팅하는 게 아니다"라며 "달러로 미국주식, 미국채권, 미국리츠를 사거나 운영하면서 환율에 신경쓰지 않고 투자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달러값은 위기가 왔을 때 치솟을 수밖에 없어 글로벌 투자시대에 걸맞춰 배분된 자산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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