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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통보안'이라는 텔레그램, '회원찾기' 경찰수사 난항
추산회원 26만명 '방대'...해외에 있는 메인서버 '난제'
2020-03-24 16:00:00 2020-03-24 16: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성착취 영상물을 텔레그램 등 메신저를 통해 유포·공유한 이른바 'n번방'의 회원을 찾아내기 위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으나 난항이 예상된다. n번방에서 활동한 것으로 추산되는 26만여명의 회원정보를 담은 텔레그램 서버가 해외에 있는 데다 정보 열람도 쉽지 않아서다. 애초 지난해 중순 경찰로 n번방이 신고됐는데 이제서야 텔레그램 정보 확보를 위한 국제공조에 나선다는 뒷북 논란도 제기된다.
 
24일 경찰은 n번방에서 활동한 회원들을 추적하기 위해 다각도로 수사를 펼치고 있다. 우선 '텔레그램 박사방'의 회원들이 음란 동영상을 보기 위해서 주범 조주빈에게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모네로 등을 지불한 현황을 확인하고 가상화폐 거래내역을 뒤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회원들은 조씨에게 20만원~150만원의 돈을 가상화폐를 통해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수사 당국의 이런 추적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가상화폐를 주지 않은 회원도 있고, 앞서 '갓갓', '워치맨' 등의 n번방에선 가상화폐 거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경찰은 n번 대화방에 접속했던 회원 아이디 26만여개에 관해 전수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우려, n번방 가해자 전원을 조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결국 관건은 n번방이 다수 개설된 텔레그램의 협조를 받아 n번방의 회원정보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텔레그램은 서버가 해외에 있기도 하지만 정보보호 정책상 어떤 기관에도 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기조여서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텔레그램 본사가 어디 있는지부터 확인 중이고, 메일로 연락을 취했으나 회신이 잘 안 되고 있다"면서 "당장 진척이 있지는 않겠지만 텔레그램을 직접 통하는 방법이 아니어도 회원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은 마련하겠다"라고 설명했다.
 
24일 경찰은 문재인 대통령과 민갑룡 경찰청장의 지시로 n번방에서 활동한 회원들을 추적하기 위해 다각도로 수사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찰의 수사에는 뒷북 논란이 제기된다. 앞서 n번방의 범죄 사실은 지난해 중순 최초 제보가 이뤄졌는데 이제야 텔레그램에서 회원정보를 확인하겠다고 해서다. 더구나 갓갓, 박사 등은 텔레그램에 대한 한국 수사당국의 접근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처음부터 텔레그램에서 활동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n번방 제보자는 "경찰이 인터넷에서 음란사이트를 차단하자 '한국 경찰이 접근을 못 하는 텔레그램에서 방을 만들고 거기서 음란물 공유하자'는 말이 나오면서 n번방이 늘기 시작했다"면서 "갓갓은 사라졌고 박사는 잡혔지만 아직도 n번방을 추종하는 50여개 채팅방 남아 있고, 제대로 수사가 안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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