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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히 외면 당하고 있다”…한국 영화산업 한 목소리 이유
2020-03-25 16:31:17 2020-03-25 16:31:17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한국 영화계가 고사직전이다. 한국영화계가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영화진흥위원회 그리고 상급 단체인 문화체육관광부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그 배경은 한국 영화산업을 이끄는 주무부처가 정작 한국 영화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고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하기 때문이다.
 
25일 한국 영화산업을 대변하는 각 단체들이 코로나19로 붕괴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 정부가 실질적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코로나19로 영화산업 붕괴 위기,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감독조합, 영화단체연대회의, 영화수입배급사협회, 한국상영관협회,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여성영화인모임, 한국영화디지털유통협회,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에술영화관협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씨네Q 등이 참여했다. 이들 단체는 문체부와 영진위에 세 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영화산업 피해 지원을 위한 정부의 금융과 정책 즉각 시행 △정부 지원 예산 편성 및 영화발전기금 등 재원 활용 긴급 지원 △특별고용지원 업종에 영화산업 포함이다.
 
관객이 찾지 않아 썰렁한 극장 로비 전경. 사진/뉴시스
 
참여 단체 중 눈 여겨 봐야 할 점은 국내 멀티플렉스 3사가 모두 참여한 점이다. 현재 극장가는 하루 평균 누적 관객 수 2만 명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영업은 고사하고 임대료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상황 그 자체로 보면 당장 폐업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현실이다.
 
이날 성명을 보면 한국 영화산업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성명에는 ‘한국 영화산업은 정부 지원에서 완전히 외면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유는 이렇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여행업•관광숙박업•관광운송업•공연업 등 4개 업종을 코로나19 피해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하고 지원 강화 대책을 공개했다. 특별고용지원 업종에 영화산업은 배제됐다. 뉴스토마토와 만난 여러 영화 관계자들은 “영화산업도 특별고용지원 업종에 포함시켜 달라는 건의를 문화체육관광부에 여러 차례 건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럼에도 빠진 이유는 대기업 중심 국내 극장시장 특성 때문이었다. 이번 성명에서 국내 멀티플렉스 3사가 처음 공동 입장을 표명한 배경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전화통화에서 “특별고용지원 업종에 영화제작과 극장업을 포함시켜 달라고 문체부에 여러 차례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문제는 대기업 계열 멀티플렉스 극장체인만 신청을 했기에 이번 특별고용지원 업종에 이름이 빠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국내 영화산업 특수성을 관련 부처인 문체부와 영진위조차 이해하지 못한 상황이 만들어 낸 최악의 상황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뉴스토마토에 “국내 영화산업은 제작과 투자 배급 상영 등이 세분화 돼 있다”면서 “대기업 수직계열화가 문제라고 하지만 한쪽이 무너지면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구조다. 원인을 꼬집을 게 아니라 지금은 즉각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영화산업은 이처럼 세분화 됐지만 극장 수입이 전체 영화 산업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편중돼 있다.
 
이 관계자는 “영진위가 통합전산망 집계를 통해 일일 관객 수만 체크한다고 해도 산업 전체가 붕괴될 상황이란 것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면서 “그럼에도 현장에 손소독제만 제공하고 있다는 건 뭔가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영진위는 24일 사무국 공정환경조성센터에 ‘영화진흥위원회 코로나19 전담대응TF’(코로나대응TF)를 뒤늦게 설치하고 활동한다고 밝혔다. 
 
코로나대응TF는 직원 4명(단장 1인, 팀원 3인)으로 영화계 코로나19 관련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지원 방안을 안내하는 소통 창구 역할을 수행한다. 영화업계 피해현황 접수 및 취합, 영화계 지원방안 검토 및 수립, 관련 지원 제도 안내 등 피해 관련 상담과 이에 따르는 지원 업무를 담당한다. 또한 그 동안 실무팀에서 현장과 직접 대응해 수행해 왔던 상영관 방역지원, 분야별 피해상황 조사 등의 업무도 총괄한다.
 
스크린독과점, 대기업의 수직계열화, 자본의 편중 등 한국 영화산업은 여러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아시아영화 최초 오스카 작품상 등 상상 이상의 결실을 만들어 냈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면 정말 외양간이 불타 없어진 뒤 소를 찾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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