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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영 17주기)4월1일 거짓말처럼 떠난 그의 명작 열전
뉴스토마토가 꼽은 장국영 명연기 베스트 TOP4 영화
2020-04-01 14:32:23 2020-04-01 14:32:23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보다 더 뜨겁고 이보다 더 매혹적이며 이보다 더 강렬했던 연기가 있었을까. 매년 4 1일은 만우절이다. 거짓말을 해도 용서를 받는 날이다. 하지만 이날은 홍콩 출신의 세계적인 스타 장국영이 세상을 떠난 날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삶을 거짓말의 허울 속에 가둬두고 싶었던 것일까. 진짜 거짓말처럼 2003년 홍콩 한 호텔에서 투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17년이 흘렀다. 매년 4 1일은 거짓말로 주변을 즐겁게 하는 만우절인 동시에 팬들의 가슴에 가장 뜨겁고 매혹적이며 강렬했던 인장을 남긴 고 장국영의 베스트 4’ 영화를 뉴스토마토가 꼽았다.
 
 
아비정전-아비
 
당대 최고의 홍콩 스타들이 모두 출연했다. 지금도 그를 장국영을 기억하는 팬들에겐 전설로 꼽히는 영화다. 슬픈 눈을 가진 장국영의 모습이 가장 극대화된 작품으로 팬들의 기억 속에 남은 영화다.
 
아비는 자유롭다. 하지만 슬픈 영혼이다. 구속되는 것을 거부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연인을 잔인하게 밀어낸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결말을 알고 있었던 듯싶다. 영화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내레이션 속 발 없는 새스토리는 자신의 시작부터 끝을 이미 알고 있었던 듯싶다. 아비의 강렬했던 자유로움은 왕가위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비주얼과 함께 맞물리며 장국영의 배우 인생 중반 이후 최고의 필모그래피로 꼽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이 바로 아비정전이다.
 
수 많은 명 대사가 담긴 작품이다. “너와 난 1분을 같이 했어. 난 이 소중한 1분을 잊지 않을 거야. 지울 수도 없어라고 말한 아비의 눈빛, 그리고 그 1분을 절대 잊지 못하는 수리진(장만옥)의 처연한 모습은 지금도 기억 속에서 장국영의 찬란했던 모습을 사로 잡고 있다. 영화 속 속옷 차림으로 맘보춤을 추는 장국영의 모습은 이 영화 최고의 명 장면 중 하나다.
 
 
백발마녀전-탁일항
 
사실 장국영 필모그래피 가운데 이 영화를 꼽는 팬들과 그렇지 않은 팬들도 나뉠 수 있을 것이다. 1990년대 중순 이후까지 크게 유행했던 홍콩 무협 특유의 과한 액션과 함께 기괴한 스토리가 주를 이루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그 정점에 백발마녀전이 있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임청하가 주연으로 나선 이 영화는 상대역 장국영의 비중이 의외로 돋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 속 장국영의 눈빛과 함께 로맨틱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면 장국영 역대 베스트 TOP5에서 결코 뺄 수 없는 작품으로 백발마녀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영화 엔딩 장면에서 흐르는 엔딩곡 紅顔白髮’(홍안백발)은 장국영의 애절한 보이스와 함께 영화 마지막 남자 주인공 탁일항(장국영)이 마녀 연예상(임청하)을 기다리며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바위에 앉아 꽃을 지키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이 장면에서의 장국영은 絶世佳人’(절세가인)이란 단어 외엔 달리 설명이 불가능한 비주얼을 선보인다.
 
 
해피투게더-보영
 
또 다시 장국영은 왕가위 감독과 만났다. 왕가위의 영화 세계 속에서 장국영은 매력적이지만 절대 정착하지 못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연기하고 전담했다. 이 영화에서도 장국영이 연기한 보영은 그랬다. 지금은 너무도 잘 알려진 내용이지만 퀴어 영화인 이 작품을 통해 장국영은 사실상 성정체성에 대한 커밍아웃을 한 것이나 다름없단 시선을 받기도 했다. 물론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퀴어가 아닌 그냥 사랑에 관한 얘기일 뿐이라고.
 
떠나고 돌아오고 또 떠나고 돌아오는 보영의 모습은 얄미운 구석만 남아 있지만 그게 장국영이라면 다르다. 영화 속 아휘(양조위) 역시 그런 보영의 매력에 스스로가 빗장을 풀어 버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며 그를 받아 들이고 또 떠나 보내고를 반복한다.
 
영화 속 두 사람의 탱고 장면. 유독 장국영과 왕가위 감독 영화에는 춤을 추는 장면이 많다. 이 장면에서 장국영의 표정을 느껴봐야 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양조위의 표정까지. 두 사람이 함께 한 연기를 이제 스크린으로만 볼 수 있단 게 아쉽고도 아쉬울 뿐이다.
 
 
패왕별희-두지
 
장국영이 생전 가장 애착을 가진 작품으로 유명하다. 동성애자인 장국영의 알려지지 않았던 삶처럼 영화에서도 그가 연기한 두지는 자신과 평생을 함께 한 시투(장풍의)에 대한 연정을 숨기지 않는다. 시투가 주샨(공리)에게 마음을 빼앗기자 두지는 알 수 없는 감정에 휘말리며 급기야 자신이 시투를 사랑하고 있단 사실을 알게 된다.
 
패왕별희는 중국 경극을 소재로 한다. 경극은 전통적으로 여성이 출연할 수 없다. 모든 배우가 남자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강도 높은 수련을 통해 함께 짝을 이뤄 작품을 소화한다. 극중 시투는 중국 역사의 등장한 초패왕그리고 두지는 그의 여인이던 우희를 연기한다. 초패왕과 우희의 비극적인 사랑처럼 실제 두지와 시투의 삶도 행복한 마침표를 찍지는 못한다.
 
실제 장국영의 삶처럼 영화 속 두지 역시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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