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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탈북자 학적, 국정원 신문조서 기록이 우선"
2020-04-05 09:00:00 2020-04-05 09: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북한이탈주민이 국내에서 학력을 인정받으려고 할 때 자신의 기억이나 주장과 국가정보원의 신문조사 기록이 다를 경우에는 국정원 기록을 우선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박영준)는 북한이탈주민 이모씨가 통일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학력 확인서 정정 불가 취소 처분의 소'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이씨는 북한에서 출생해 1998년 중국으로 탈북한 후 2007년 대한민국에 입국했다. 2017년 간호조무사 자격시험을 준비하면서 시험 응시자격으로 고등학교 졸업자와 동등한 학력인정이 필요하게 되자, 김포시청을 방문해 학력확인서를 발급받았는데 확인서에는 '고등중학교 3년 중퇴'로 기재돼 있었다. 
 
이씨는 통일부에 자신의 최종학력을 '고등중학교 6년 졸업'으로 정정해 달라고 신청했다. 통일부는 "객관적 근거가 없고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력 불인정 통보를 했다. 이후 이씨는 국민신문고에 진정했고 통일부가 요청함으로써 국정원이 재조사 했으나 같은 취지로 통보가 전달됐다. 이씨는 이에 불복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했는데 각하재결을 받고 행정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이씨는 대한민국 입국 시 국가정보원 조사과정에서 학업을 포기했다고 진술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극심한 식량난에 학교를 결석하고 먹을 것을 구하러 간 적은 있지만 학업을 중퇴한 적이 없음에도 학력확인서에는 중퇴로 기재돼 있어 학력을 정정하지 않은 통일부 처분이 위법하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이씨가 북한에서 고등중학교를 졸업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졸업 사실을 인정할만한 객관적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청인이 탈북자이므로 행정청이 북한 내 이수 학력을 직접 확인하기 어렵고 자료를 입수하기 어려운 한계가 존재한다"면서 "입국 당시 국가정보원 신문조사 기록이 그나마 객관적 증거가치로서 가장 중요한데, 해당 기록에 학력사항에 대한 명확한 기재가 없고 오히려 이씨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섣불리 학력사항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 주장대로 학업을 포기했다는 기재내용도 없긴 하지만, 이씨가 정상적으로 학교를 다녔다면 재학기간에 해당할 시기에 '사회농장원 생활을 하다가 가족들과 대홍단 강덕에서 감자이삭을 줍거나 약초를 팔아서 살았다' 등의 내용으로 봤을 때 학업을 중도하고 고등중학교를 중퇴했을 개연성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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