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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QD 전환'과 불안한 노동자들
2020-04-07 05:48:16 2020-04-07 05:48:16
권안나 산업1부 기자.
삼성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20여년간 '캐시카우'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던 '액정표시장치(LCD)' 생산을 완전히 접고, 신기술에 투자한다는 거다. 내년부터는 퀀텀닷(QD)디스플레이 양산 체제에 돌입하는 한편, 궁극의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퀀텀닷 나노 LED(QNED)를 향한 방향성에 무게중심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중국발 '치킨게임'으로 판가가 지속 하락하면서 LCD 사업에서는 더 이상 승산이 없다는 경영진의 판단이 있었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조원 규모의 디스플레이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이미 일정부분 예고된 절차다. 다만 코로나19로 스마트폰 시장의 출하량 감소에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까지 타격을 입으면서 전환 작업에 한층 속도가 붙은 것으로 풀이된다. 
 
예상보다 빠른 전개에 삼성 안팎에서는 확연한 온도차가 전해진다. 먼저 반도체에 이은 '초격차' 전략을 디스플레이에서도 이어간다는 측면에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경쟁사들에 비해 확연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수익성 개선과 성장 동력 확보에 유리한 고지라는 평가다.
 
반면 사내 직원들 사이에서는 고용 불안감에 술렁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앞서 LG디스플레이가 'OLED 전환' 작업 과정에서 LCD 사업부를 중심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선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LG디스플레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 2년간 인력 감축 규모는 6500여명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LG디스플레이의 임직원 수는 2만6632명으로 전 분기 2만9065명 대비 3개월만에 2433명이나 줄어들었다.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대형 사업부 직원들을 QD디스플레이나 중소형 디스플레이 사업으로 전환 배치한다고 설명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은 고지되지 않았다. 이에 인위적인 인력 감축을 단행하지 않더라도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상시 희망퇴직의 압박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대다수가 전환 배치된다고 하더라도 누가 희망퇴직의 범주에 속할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좋은 시절의 영광을 함께 누려온 직원들 없이는 미래도 없다는 것을 경영진도 모를리 없다. 지금 이 시점에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영진들은 인력 감축을 최소화하면서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끊임없이 고심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이 평소 강조해 온 '상생'의 가치가 빛을 발휘해야 할 때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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