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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구속 결정의 어려움
2020-05-13 06:00:00 2020-05-13 06:00:00
피고인 구속과 관련해 법원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 10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되면서다. 법원은 정 교수에게 증거인멸이나 도주 염려가 없다고 보고 구속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석방 시기와 조건이 문제가 됐다. 정 교수가 지난해 11월11일에 구속됐기 때문에 5월10일 23시59분59초를 기해 석방돼야 하는데 10일 0시5분쯤 풀려났다는 이유다. 또 조건부 보석으로 풀려난 다른 피고인들과는 달리 조건 없는 석방이 일종의 특혜라는 주장이다.
 
정 교수를 둘러싼 '석방 논쟁'은 지난해 가을 조국 일가가 수사 받을 때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그들의 구속영장 심사를 담당했던 판사들은 정치적인 유불리에 따라 포털사이트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사진, 출신 지역, 학교, 어떤 재판을 담당했는지까지 드러났다. 국정감사 현장에도 "당장 소환하라"는 구호가 나왔다. 영장판사가 '극한직업'이라고 할 정도였다. 
 
구속영장 발부가 곧 유죄라고 받아들여지기 때문일 터다. 정식재판은 1년, 길게는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판결이 날 때쯤에는 이미 사건이 사람들 머릿속에서 사라진 후다. 때문에 여론의 칼날은 구속 여부라는 당장의 결론에 춤을 춘다. 
 
구속영장 심사를 하는 판사들의 부담은 보통 큰 것이 아니다. 하루에 10건이 넘는 사건을 처리하고 사건마다 수천 장의 공소사실과 증거기록을 모두 검토한다.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 증거인멸에 대한 우려, 도망의 염려, 주거의 불안 등을 짧은 시간 안에 결론내려야 한다. 영장 심사 결과가 날을 넘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영장심사 결과를 냈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혹여나 구속 결정을 내린 피고인이 정식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는 판단에 문제가 있지는 않았는지, 잘못된 판단으로 피고인에게 피해를 준 것은 아닌지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생각이 많아진다고 한다. 재판에서 증거능력 등에 따라 최종 판결이 달라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데도 말이다.
 
구속 여부는 유무죄의 판단이 아니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에서도 불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피고인과 판사에 대한 여론 재판을 앞세우지 말고 그보다 보장받아야 할 인권을 먼저 생각했으면 한다. 유무죄는 재판을 통해 가려질 것이다. 
 
왕해나 사회부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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