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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에 위안화 환율 '출렁'…한국 수출 우려 고조
가격경쟁력 약화로 타격 가능성…"무역분쟁 확전 예의주시"
2020-05-27 15:44:08 2020-05-27 15:44:08
[뉴스토마토 산업1부] 미국과 중국의 갈등 고조로 위안화 환율이 오르면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중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우리 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27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 환율을 전날보다 0.28% 내린 7.1092위안으로 고시했다. 나흘만에 내리기는 했지만 전날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2월27일 이후 12년여만에 가장 높았다. 위안화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가치가 낮아진다는 뜻이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위안화 환율이 오르면서 코로나19 충격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다. 사진은 경기 평택항 수출 선적부두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미·중의 다툼이 작용하고 있어 위안화 약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효진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과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승인 조치 등을 놓고 양국의 갈등이 커지면서 위안화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며 "홍콩과 대만의 정치 문제가 동시에 불거져 이런 흐름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문병기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위안화 약세는 세계시장에서 중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우리나라 수출 기업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수출 비중이 크고 가격에 민감할수록 피해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제조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우리나라와의 경쟁은 점점 심화하고 있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올해 2월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15년 이후 선박과 철강 제품, 석유화학 등 우리나라의 13대 수출 품목과 중국의 수출 경합도는 상승세다. 13개 품목 중 평판디스플레이와 무선통신기기, 석유화학제품, 컴퓨터를 제외한 9개 품목의 경합도가 높아졌다. 수출 경합도는 양국의 수출 품목 경쟁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다.
 
우리나라 제품이 중국에 밀려나는 모습도 나타난다. 2018년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한 품목은 63개로 전년보다 12개 줄었다. 7개 품목이 신규 진입하고 19개 품목이 1위 자리를 내줬는데 이 중 7개를 중국에 빼앗겼다. 우리나라가 1위를 차지한 품목 중 13개는 중국이 2위로 추격하고 있다. 이 가운데 4개는 점유율 격차가 5% 미만에 불과하다.
 
산업계에서는 위안화 환율이 당장 큰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중 갈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낸다.
 
업계 관계자는 "위안화 가치 하락이 계속되면 충격이 있을 수 있지만 아직은 어떤 영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문제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고 있는 상태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커지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어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1·2위 수출국인 중국과 미국의 다툼이 추가적인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주요국의 이동 제한 조치 등으로 지난달 우리나라의 수출 물량은 전년 동기보다 12.6%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수출 금액도 22.8% 감소했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3%(1~20일 기준) 줄었다. 반도체와 선박은 증가했지만 무선통신기기와 승용차, 석유제품 등이 크게 감소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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