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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재테크)미국상장 토종 ETF, 성과는 좋은데
‘QRFT·AMOM·HDIV’ AI ETF 3종, 각 섹터 내 수익률 발군
하루 거래량 1천주도 안돼…일정 수준 올라올 때까지 관찰만
2020-05-29 12:00:00 2020-05-29 12:03:17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국내 핀테크 기업이 만든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 증시에서 현지 ETF들을 크게 넘어서는 좋은 성과를 올리고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자산운용 핀테크기업 크래프트테크놀로지가 지난해 5월 미국 프리보드 시장인 아멕스(AMEX)에 상장시킨 ETF 종목 ‘QRFT’와 ‘AMOM’이 연초 이후 28일까지 각각 2.64%, 7.24%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이는 같은 기간 –6.22%를 기록한 S&P500지수보다 월등하게 앞서는 성적이다. 올해 2월27일 추가로 상장한 ‘HDIV’의 경우 –4.83%로 마이너스를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S&P500보다는 높은 수익률이다. 
 
<출처: 블룸버그>
 
QRFT의 정식 명칭은 ‘QRAFT AI-Enhanced US Large Cap ETF’, AMOM은 ‘QRAFT AI-Enhanced US Large Cap Mmntm ETF’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AI에 기반해 대형주에 투자하는 상품이며 Enhanced 즉, 지수를 초과하는 알파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인덱스 ETF다. AMOM은 여기에 모멘텀 전략이 추가돼 있다. HDIV는 ‘Qraft AI-Enhanced US High Dividend ETF’, 고배당을 추구한다.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흔한 ETF인데 어떻게 남들보다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을까? 일단 지수 구성부터 살펴보자. 
 
<표>에서 보는 것처럼 QRFT에는 익숙한 종목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IT기업들이 많다는 것이 특징적인데 이는 현재의 증시 상황과 무관치 않다. AMOM에는 엔디비아, 펩시, 테슬라 등 QRFT에서 보지 못한 종목들이 대거 등장한다. 주가수익비율(PER)이나 편입비중에서 볼 수 있듯 공격적인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편입종목 중 쇼피파이의 경우 PER이 무려 5000배다. 과거 실적 대비로 계산된 수치겠지만 엄청난 숫자인 것은 분명하다. 테슬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종목들의 지난 1년 주가 상승률이 엄청났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종목들로 ETF를 구성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AI다. 처음 조건을 입력한 것은 개발자겠지만 딥러닝의 결과로 저 종목들이 추출됐고 거기엔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다.  
 
전 세계 액티브인덱스ETF 시장은 아직 전체 ETF의 2%에 불과하지만 빠르게 성장 중이다. 하지만 반대로 운용전략의 일반화와 고비용 전문인력 등의 문제로 초과 수익을 내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크래프트테크놀로지는 여기에 딥러닝 AI를 도입해 알파를 추구하기 위한 운용전략을 심화하는 한편 종목 선택과 매매 과정을 단순화해 비용은 줄이고 수익률은 높였다.  
 
김형식 크래프트테크놀로지 CEO가 블로그에 ‘AI 자산운용보고서’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을 참고하면, 이들은 ‘특정 목표에 대한 포트폴리오 초과수익 전략을 연구하는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면’, 그리고 ‘몸값 비싼 퀀트리서치의 수고 없이 자동으로 포트폴리오 운용전략을 추출할 수 있다면’ 알파(초과수익)를 액티브인덱스 ETF 형태로 저비용으로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란 가정 하에 출발해 ETF를 만드는 데 이르렀다. 
 
김형식 크래프트테크놀로지 CEO. <사진/크래프트테크놀로지>
 
핵심은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투자유니버스와 데이터를 인풋으로 하는 △적절한 함수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이들은 남들이 모르는 데이터를 찾아내기보다 공개데이터에서 좋은 전략을 찾아내려는 시도가 더 성공적이었다며, 함수 차별화를 위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도구를 찾았다. 공시 이후 1~2개월간 모멘텀투자, 가치투자 등이 매우 잘 작동했는데 이걸 찾아내기 위해 패턴을 테스트 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했던 것. 이를 위해 딥러닝 모델을 빌렸다. 
 
기존 퀀트 운용방식은 ‘데이터 처리→전략 리서치→주문’의 단계로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는 것. 크래프트테크놀로지는 이 단계를 모두 AI 시스템화해서 투자전략을 자동추출했다. 김 대표는 이 글에서 “엔디비아 DGX서버 1대 기준으로 사람 개입 없이 하루에 10개 이상의 패턴(팩터)을 찾아낼 수 있다”며 “자동 주출된 팩터들을 조합해 자산가격모델을 만드는 형태로 최종 투자전략을 찾아내는데 팩터가 누적될수록 정교한 모델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주문시스템에도 딥러닝 기술 적용 개발해 신한금융투자에 제공, 상용화했다. 
 
결국 이를 바탕으로 3종의 ETF를 만들어 아멕스시장에 선보인 것이다. 크래프트테크놀로지는 엔디비아가 전 세계 AI 스타트업 중 30개 기업을 선발해 특별지원하는 프로그램에도 금융부문 최초로 선정됐다.  
 
이렇게 미국 증시에 진출해 좋은 성과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들의 ETF는 한 가지 심각한 약점이 있다. 거래량이 최악이다. 올해 들어 하루 거래량이 1000주를 넘은 날이 손에 꼽을 정도다. 거래가 1주도 없는 날도 많다. 
 
QRFT는 상장 당일에만 7만주를 넘었고 그 이후로 1만주를 넘은 날은 단 하루밖에 없다. AMOM도 상장일에만 10만주를 넘었고 1만주 넘은 날은 단 이틀에 불과하다. 올해 2월27일에 상장한 HDIV도 상장일에만 반짝했다. 
 
이래서는 성과가 좋아도 ETF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다. 며칠에 걸쳐 어렵게 주식을 모은다고 해도 매도할 때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아쉽지만 거래량이 일정 수준까지 올라서기 전까지는 관심종목군에만 올려놓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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